[2012-08-02] [뉴스 칼럼] 한상백의 돌출입, 양악 이야기<38회>: 연인 (38회 누락분으로 여기에 싣습니다)

연인

제목이 ‘연인’이거나 ‘연인’이 들어간 영화나 드라마, 음악이 한 두 개가 아니라는 것은 검색을 해보면 금방 알 수 있다. 퐁뇌프의 연인들, 대통령의 연인, 파리의 연인, 프라하의 연인 등 셀 수 없이 많다.

그 중 장자크 아노 감독의 <연인>이라는 프랑스 영화가 있다. 1920년대 말 프랑스 점령 치하의 베트남 사이공, 광기와 절망 속에 빠져있는 가족으로부터 탈피하는 수단이자 자기혐오에 대한 분출구로 16세의 프랑스 소녀가 지역 최대부호의 상속자인 32세의 중국인 남자와 끝없는 욕망의 나락으로 빠져든다. 그러나 남자는 예정대로 중국인 처녀와 결혼을 하게 되고, 소녀는 베트남의 항구를 벗어나서야 사랑을 깨닫고 배 위에서 눈물을 터뜨린다. 제인마치가 소녀역을 맡았고, 양가휘가 중국인 남자역을 맡았다.

이 영화에서 인상적이었던 것 중 하나는 박스원피스에 양갈래로 딴 머리를 하고 남자 중절모를 쓴 채 배의 난간에 기대있던 제인마치의 모습이다.

아무것도 모를 것 같기도 하고, 모든 것을 알고 있을 것 같기도 한 그녀의 표정은 참 신비스럽고 묘하다. 예쁘다고 하기엔 뭔가 부족해보이지만 그녀는 매력적이고 어딘지 에로틱하다. 눈에는 슬픔을 머금고 있는 듯 하고, 입에는 어른이 되어 쓸 소설을 간직하고 있는 듯하다.

그 영화를 처음 봤을 때 필자는 의사가 되기 전이었다. 필자는 그 후로도 몇 번 그 영화를 다시 본적이 있는데, 어느 순간 문득 그 영화의 애절한 여운과는 동떨어진 생각이 들었다. 여주인공이 돌출입에 해당한다는 사실이다. 돌출입, 양악수술을 주로 하다보니 어느순간 내가 원치 않아도 자동으로 순식간에 돌출입인지 주걱턱인지 판별이 가능해진다. 물론 사회생활을 할 때는 일종의 on/off 기능이 있어서, 상대방이 돌출입인줄 알아도 티는 내지 않는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돌출입이 맞는데도 불구하고 어쩐지 제인마치의 입매는 그대로 놔두는 것이 더 매력적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필자는 경험을 통해 돌출입 수술 뒤에 어떤 느낌이 될지 어느정도 짐작을 할 수 있다. 불가능한 이야기지만, 만약 그 때의 제인마치가 지금 필자의 병원으로 타임머신을 타고 와서 돌출입 수술을 하고 싶다고 하면, 필자는 하지 말라고 만류했을 가능성이 높다.

사실 대부분의 튀어나온 입은 미용적으로 바람직하지 못하다. 그러나 드물긴 해도, 약간 튀어나왔지만 섹시한 입술로 보이면서 다른 얼굴부위와 조화가 잘 되는 얼굴이 있다. 제인마치의 얼굴이 그렇다. 국내에서도 입이 약간 나와있을 때 더 잘나가던 연예인이 있다. 그 연예인의 얼굴이 너무 확 바뀌고 나서, 사람들은 바뀐 얼굴에 잘 적응을 못하고 예전 얼굴을 그리워하곤 한다. 뭔가 입술에 불만이라도 있는 듯 뾰로통해보이다가도 금방 환하게 웃기도 하고, 섹시하게 보이기도 하는 표정이 많은 입매가 너무 판에 박은 듯한 평범한 입매로 바뀌어 버린 예다.

하지만, 사실 수술 가능한 돌출입이 맞으면서도 묘하게 예쁘다는 평가를 받을 수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다. 그리고 그런식의 묘한 아름다움은 중년 이후에는 빛을 잃기가 쉽다. 즉, 약간 뾰로통해 보이는 경도의 돌출입이 예뻐보일 수 있는 것은 어린 나이와 맞물렸을때 더 효과적이다. 여자 아이돌 가수중에 뾰로통한 표정으로 사랑받는 경우처럼 말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단일민족’이나 ‘통일’ 이데올로기를 굳이 들먹이지 않더라도, 예쁘다는 기준이 사실상 매우 단일하고 엄격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마 입이 약간 나와 있는 연예인들이 참지 못하고 돌출입, 양악 수술을 하는 이유가 이것일 수도 있다. 미국과 같은 다민족국가에서는 사실 제각기 생긴 모습이 달라서, 다르게 생긴 것에 대한 스트레스가 더 적다고 한다. 서로 신경 안쓰는 사회분위기도 한 몫 할 것이다.

여하튼 그렇다면 돌출입이나 주걱턱인 당신이 과연 그것 때문에 미용적으로 아름답지 않은 것인지, 묘하게 예쁜 것인지는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전문가인 필자에게 문의를 하면 알려줄 수 있을까? 물론 필자의 의견을 말해줄 수 있다. 그러나, 이 질문의 대답은 허무하게도, 당신과 당신의 친구들이 이미 알고 있다고 해야 맞을 것 같다. 그들이 냉정한 평가를 해준다면 말이다.

쉽게 이야기하자면, 당신의 얼굴이 약간의 돌출입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뭇 이성에게도 ‘통한다’든지, 친구들로부터 예쁘다고 인정을 받고 있다면 굳이 수술을 고려할 필요는 없다. 물론, 수술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가장 중요한 기준은 당신 자신이다. 본인이 돌출입, 주걱턱 때문에 컴플렉스가 심하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면 수술을 통해 마음을 치유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단, 당신에게 예쁘다고 하는 친구들은 당신이 수술을 통해 자기보다 아름다워지는 것을 원치 않을 수도 있다. 우리의 유전자 속에는 정글 속에서 자신이 더 아름답고 멋져 보임으로써 더 나은 이성에게 선택을 받고 우수한 자손을 번식하려는 진화생물학적인 본능이 살아 숨쉬고 있으니까...

 

칼럼니스트 한상백

현 서울제일 성형외과 원장, 성형외과 전문의, 의학박사

서울대학교 병원 성형외과 수련의, 전공의, 전임의 수료

서울대학교 병원 우수전공의 표창

전 서울대 의과대학 초빙교수

대한 성형외과 학회 정회원

대한 성형외과학회지 논문게재 및 학술대회 연제발표 다수

돌출입 관련 강연, 주제논문 채택, 발표, 방송출연 다수

저서 '돌출입 수술 교정 바로알기'(2006. 명문출판사)

(대한민국 중심언론 CBS 뉴스FM98.1 / 음악FM93.9 / TV CH 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