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8-01] [뉴스 칼럼] 한상백의 돌출입, 양악 이야기<46회>: 청각장애인 돌출입 수술한 이야기

청각장애인 돌출입 수술한 이야기

비가 오는 날이었다. 올림픽 공원 앞 대로변 횡단보도에 몸이 불편한 한 여성분이 손으로 운전하는 자동휠체어를 타고 우산을 쓴 채 보행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횡단보도에 파란불이 켜지자 우산을 아주 어렵사리 접어 휠체어 옆에 꽂았다. 그리고는 비를 맞은 채 운전을 해서 길을 건너려했다. 그녀는 한 손만을 온전히 사용할 수 있었기에, 우산을 쓴 채로 휠체어를 조종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우산을 접는 장면부터 목격했던 필자는 달려가서 ‘제가 도와드릴게요’라고 말하고는 옆에 꽂힌 우산을 빼서 그녀에게 받쳐준 채 길을 건너게 해드렸다. 그녀는 몇 번이고 고맙다는 인사를 했다. 눈물이 핑 돌았다. 처음 본 사람에게 느끼는 따뜻한 온기가 뜨겁게 북받쳐올랐던 것 같다.

몇 년전 어머니와 같이 병원을 방문한 A양은 청각 장애인이었고, 말도 할 수 없었다. 즉, 농아였다. 농아(聾啞)라는 말은 이를테면 미아(迷兒)에서처럼 ’아이‘를 가리키는 ’아‘를 쓴 것이 아니고, 벙어리 아(啞)를 사용하는 단어다. 듣지 못함으로 인해서 말을 하지도 못하게 된 경우를 뜻한다. 농아를 가진 사람은 농아자 혹은 농아인이라고 한다.

A양은 참 다채롭고 밝은 표정을 가진 환자였다. 말을 통해 의사표현을 할 수 없는 그녀로서는, 표정도 의사소통의 한 수단이므로 더 많은 표정이 있는 것이리라. 그녀는 성격도 쾌활하고 밝았다.

그녀는 돌출입수술을 원했다. 농아인인 그녀는 전혀 듣지 못했기 때문에, 필자는 필자의 입모양을 그녀가 볼 수 있도록 가능한한 천천히 또박또박 이야기 해주었다. 더 자세한 이야기는 연필로 쓰면서 이야기를 나누다가, 급기야는 같이 컴퓨터 모니터를 같이 보면서 자판으로 의사소통을 했다. 멀리 있는 사람이 아닌, 앞에 있는 사람과 메신저를 하는 셈이었다.

사실, 아름다움이란 눈을 통해 느끼는 것이다. 사실 A양은 듣고 말하는 것이 자유롭지 못했지만 만약 시각이 자유롭지 못했다면 돌출입수술을 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을 것이다. 보고 듣고 말하는 것은 많은 사람들의 일상일 뿐이지만, 또 어떤 사람들에게는 굉장한 축복이기도 하다. 불편없이 건강하게 사는 사람들은 사실 그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임을 잊고 지내기 쉽다. 감사하며 살 일이다.

현재 의학적으로 음파에너지나 시각정보를 전기신호로 바꾸어 대뇌피질의 청각, 시각 중추를 자극함으로써 듣고 볼 수 있게 하는 연구, 뇌의 운동명령을 직접 근육으로 연결하여 하반신 마비환자를 걸을 수 있게 하는 연구 등, 뇌와 첨단기계를 접속하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고 한다. 맹인이나 농아인처럼 시각이나 청각에 불편함을 가진 분들도 어서 이런 연구의 수혜자가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좀 다른 이야기지만, 얼마전 우연히 TV에서 청각장애인 김수림씨의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다. 청각장애인임에도 불구하고 4개국어를 하는 한 여자에 대한 이야기다. 청각장애인이 말을 할 줄 안다는 것 자체가 신기한 일인데, 4개국어를 한다는 것은 피나는 노력이 이루어낸 기적같은 결과라고 한다. 아직 20대 초반인 A양도 남보다 불리한 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본인이 의지와 희망을 잃지 않는다면, 이젠 돌출입이 아닌 예뻐진 입매로 남보다 더 훌륭하게 의사소통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돌출입수술 후 병원에 온 A양이 컴퓨터 자판을 자기 쪽으로 달라고 손짓을 했다. 많은 돌출입, 양악수술 환자에게 감사의 선물도 받아보고 편지도 받아봤지만, A양이 모니터에 키보드로 써 준 ‘예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인사는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칼럼니스트 한상백

현 서울제일 성형외과 원장, 성형외과 전문의, 의학박사

서울대학교 병원 성형외과 수련의, 전공의, 전임의 수료

서울대학교 병원 우수전공의 표창

전 서울대 의과대학 초빙교수

대한 성형외과 학회 정회원

대한 성형외과학회지 논문게재 및 학술대회 연제발표 다수

돌출입 관련 강연, 주제논문 채택, 발표, 방송출연 다수

저서 '돌출입 수술 교정 바로알기'(2006. 명문출판사)

(대한민국 중심언론 CBS 뉴스FM98.1 / 음악FM93.9 / TV CH 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