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8-01] [뉴스 칼럼] 한상백의 돌출입, 양악 이야기<45회>: 뼈로 푸는 성형 이야기

뼈로 푸는 성형 이야기

뼈에 관련된 고사성어나 관용구, 속담들이 참 많다.

뼈에 사무친다, 뼛속까지 시리다, 뼈저리다, 뼈도 못추린다, 뼈를 깎는 아픔, 통뼈, 뼈대 있는 집안, 환골탈태, 백골난망, 계란유골, 언중유골, 분골쇄신 등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참고로 이 중에 뼈를 깎는 아픔이란 실제로는 없다. 얼굴뼈에는 통증신경이 없기 때문이다)

그만큼 뼈라는 것은 어떤 구조물이나 생명체에 기본이 되는 바탕이고 가장 깊숙한 곳에 위치하는 근간으로서 중요한 의미로 받아들여져 왔다. 생각해보면, 사람이 죽은 후 살은 모두 썩어도 뼈는 남는다.

돌출입, 양악수술을 하다가 보면 마치 뼈로 푸는 사건 수사극처럼 뼈에 그 사람의 특성이 나타나는 경우가 있다. 필자가 늘 보는 것이 환자들의 상악골 및 하악골이다. 돌출입, 양악수술과, 광대뼈, 사각턱, 턱끝 수술이 모두 상악골과 하악골을 포함한 얼굴뼈에 대한 수술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수술을 할 때 필연적으로 환자의 ‘뼈 속’이 어떻게 생겼는지를 볼 수밖에 없어서, 환자의 성격이나 직업과 뼈 모양의 연관성이 직접 느껴지게 된다.

즉, 뼈 속을 살펴보면 이 사람은 이럴 것이다라는 느낌이 있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이 이야기들은 필자의 개인적인 경험에 의한 것으로서, 학술적으로 유의한 것으로 확인된 것은 아니며, 일부 이야기는 마치 광대뼈가 나오면 팔자가 세더라 처럼 편견일 수도 있다.

첫 번째는 맷집이 좋을 것 같은 사람 이야기다.

수술을 할 때 보면 뼈가 남달리 두꺼운 사람이 있다. 사실 얼굴뼈도 물리학적인 원리에서 벗어날 수 없으므로, 일정한 힘으로 가격당했을 때 뼈가 부러지는 것은 뼈의 강도와 두께, 각도 등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그러므로, 뼈가 두꺼운 것은 확실히 충격에 의한 파손에 더 강할 것이 분명하다. 실제로 필자가 돌출입 수술을 했었던 격투기 체육관 관장의 하악골은 통뼈라고 할만큼 두껍고 강했던 기억이 있다.

그러나, 경험적으로 보면 뼈의 두께가 그 사람의 체중이나 근력과 반드시 비례하는 것은 아니다. 몸이 전체적으로 슬림한데도 불구하고 뼈는 두꺼운 사람이 있는가 하면 그 반대인 사람도 있다. 절골해야 하는 필자로서는 뼈가 두꺼우면 약간이나마 더 손이 가고 힘이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아무리 통뼈라도 절골용 기구로 잘리지 않는 경우는 없다.

두 번째, 노래를 못 할 것같은 사람들이 있다.

돌출입, 양악 수술을 할때는 상악의 부비동이 드러나게 된다. 부비동이란 상악골의 코 옆 부분에 위치한 동굴형태의 공간이다. 이 부비동이 큰 사람이 있고 작은 사람이 있으며, 아예 막혀서 거의 없는 경우도 있다.

부비동은 성대에서 나온 소리의 공명에 관여한다. 동굴이나 목욕탕 안에서 노래를 부르면 소리가 더 증폭되고 울림이 커지는 것과 같은 이치다. 성악의 본고장 이탈리아에서 전해오는 벨칸토 창법도 이 공명을 극대화 시키는 창법이라고 한다.

부비동이 아예 없는 사람은 아마 목소리의 울림이 적고 노래를 잘 못하지 않을까하는 느낌이 든다. 물론 부비동의 크기만 중요한 것이 아니라 타고난 성대 기능이나 발성하는 습관, 타고난 음감도 중요하겠지만 말이다. 재미있는 것은, 필자가 수술을 했던 여러 직업 중 발성이 중요한 가수나 연기자, 연극배우의 경우는 예외없이 부비동이 컸던 경험이 있다. 아마, 소위 ‘목욕탕 목소리’로 유명한 배우 이**씨도 내 예상으로는 부비동이 무척 크지 않을까 싶다.

셋째, 성격이 나긋나긋하고 착할 것 같아 보이는 경우다.

돌출입, 양악수술이나 광대뼈, 사각턱 수술을 위해서는 필연적으로 뼈에 붙은 살을 들어올려 수술할 공간을 확보해야한다. 이 과정에서 뼈에 붙어있는 골막과 연부조직이 쉽게 잘 벗겨지는 사람이 있다. 뼈에 살이 연하게 붙어있는 환자는 이 과정이 쉽게 마무리 되지만, 살이 질기고 강하게 붙어있는 환자는 좀 더 시간이 걸리고 손이 많이 가게 된다.

사실, 뼈에 붙은 살이 야들야들하다고 해서 성격도 나긋나긋할 것 같다는 이야기는 정말 아무 과학적 근거가 없는 편견이 분명하지만, 어쨌거나 돌출입, 양악이나 광대뼈, 사각턱 수술을 주로 하는 필자에게는 연하게 붙어있는 골막을 가진 환자가 ‘착한 환자’임에는 틀림없다.

사람 사이의 인연도 가지가지인데, 필자가 그 환자의 ‘뼛 속’까지 들여다 보게 된 것은 참으로 기막힌 인연임에 틀림없다. 그 인연이 소중하려면, 유재하의 노래 속 가사처럼, 환자의 뼈가 ‘냐약하다 해도 강인하다 해도’, ‘아무말도 필요없이 서로를 믿는’ 의사와 환자 관계가 중요할 것이다.

 

칼럼니스트 한상백

현 서울제일 성형외과 원장, 성형외과 전문의, 의학박사

서울대학교 병원 성형외과 수련의, 전공의, 전임의 수료

서울대학교 병원 우수전공의 표창

전 서울대 의과대학 초빙교수

대한 성형외과 학회 정회원

대한 성형외과학회지 논문게재 및 학술대회 연제발표 다수

돌출입 관련 강연, 주제논문 채택, 발표, 방송출연 다수

저서 '돌출입 수술 교정 바로알기'(2006. 명문출판사)

(대한민국 중심언론 CBS 뉴스FM98.1 / 음악FM93.9 / TV CH 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