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5-30] 오리를 닮았던 그녀...A양

성형외과 전문의의 직업을 가지고 있으면, 특별한 공부를 따로 하지 않아도 어느정도 사람들의 얼굴인상을 통해 직업이나 성격, 능력 같은 것들을 조금은 예상할 수 있게 되는 것 같습니다.
왜냐면, 어차피 관상이란 것도 통계이기 때문에, 이렇게 생긴사람은 어떻더라 ~하는 경험적 통계가 거듭되면서, 어느정도 기준이 학습되는 모양입니다.

A양의 첫인상은 무슨일이든 잘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현명함과 의지를 가진 분으로 보였습니다.
사실 어떻게 생각하면 돌출된 입은 강한 의지가 있는 남성적인 이미지와 유사한 면도 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요.

환자를 상담하다가 보면, 아, 이 환자가 학창시절에 주위친구들로부터 들은 별명이 이거겠구나...하는 생각이 떠오르곤 합니다.
대개는 '동물'에 비유되는 것들이지요. 하지만, 본인에게 직접적으로 별명이 *** 아니었어요? 라고 묻는 것은 환자분에 대한 실례이자, 적지만 마음의 상처도 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에 그렇게 묻지 않습니다.

다만, 그 동물들을 이 글을 통해 살짝 공개한다면, 대개

1. 개구리 (아롱이...)
2. 오리
3. 원숭이 (고릴라, 침팬치..)
4. 원시인, 유인원, 크로마뇽,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등등...
5. 메기, 붕어
6. 이구아나, 도룡뇽

등등입니다.

파충류, 조류, 어류, 영장류 까지 다양하군요. 이 동물들의 공통점은 정말 돌출입이 맞다는 것입니다. 즉 양악돌출형의 입구조를 가진 동물들입니다. 코밑에서 윗입술까지, 그리고 아랫턱에서 아랫입술 까지가 앞으로 삐죽 튀어나온 형태의 입을 하고 있는 동물들에 해당하는 것이지요.

환자분들 중에는, 스스로 원숭이 닯았다는 얘기듣는것도 지겹다, 개구리가 지금도 별명이다..라고 자백(?)하시는 분들도 계십니다.
A양의 경우 내 마음속으로는 "오리'란 별명을 가지셨을 것으로 일종의 확신(?)을 했지만, 상담중에는 어느 누구도 별명을 얘기는 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A양의 수술계획은 상악, 하악을 각각 5 mm 후방이동시키면서, 턱끝의 길이를 3 mm 정도 줄여주는 것이었습니다. 입술이 다소 두껍고, 입의 가로길이도 큰편이어서, 돌출입수술을 통해 입술이 약간 얇아지고 입의 크기가 작아지면서 더 세련되고 야무진 입을 가질 수 있는 상승효과도 같이 거둘수 있으리라 기대되는 환자였습니다.

수술은 예상된 계획대로 잘 끝났습니다.
의사가 쓰는 '수술' 후기인데, 막상 수술하는 동안에 대해서는 별로 쓸 말이 없습니다. 왜냐면, 저로서는 이미 돌출입수술이 가보지 않은 길을 헤치고 나아가는 험난한 등산로가 아니고, 이미 어제도 그제도 산책하듯 다녀온 잘 닦여진 산책로 정도에 해당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사람마다 수술계획이 조금씩 다르고, 가진 조건도 조금씩 다르지만, 잘 닦인 산책로 옆길에 계절따라 꽃나무가 변하는 것은 나의 즐거운 산책을 방해하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즐겁게 할 따름입니다.

수술 후 6주에 병원에 치아사이의 철사를 제거하러 왔을때는, A양은 예상대로 세련된 입의 이미지때문에 얼굴에서 주는 인상이 훨씬더 기품있고 우아해보였고, 입술도 적당한 크기로 변해있었습니다.

아주 만족해하시는 A양의 사진을 찍어 수술전과 비교를 해드렸습니다. 이메일로 보내달라고 하시더군요.

그리고 나서 며칠 후, 저희 병원 홈페이지 상담게시판에 꽤 자세한 돌출입수술 후기가 하나 올라왔습니다. A양이 쓴 글이었습니다.

그 제목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오리 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