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5-30] 잘 나가는 학원강사  S씨

S씨는 잘나가는(?) 학원선생님이셨다.

국어, 고문(古文) 뭐 이런 과목을 시험보고 대학에 들어간 나로서는, 그저 언어영역이라는 것은 국어나 고문의 연장인 수능평가의 한 과목이다 정도만 알고 있지만, 어쨌든 지금도 학원선생님이라는 것은 대단해 보인다. 학생이 풀 수 없는 문제를 시원스럽게 풀어주는 학원선생님은 재수한 나로서는 참 대단한 존재였던 것 같다.

S씨는 내가 당황스러울 정도로 깍듯하게 예의를 갖추어주셔서 참 좋은 분이구나 하고 생각이 드는 환자였다. 보통 학원선생님하면 다변에 말씀도 잘하시고, 또 많은 사람을 겪어보셔서 사람을 쉽게 믿으시는 스타일은 아닐꺼라고 상상했는데, S씨는 상담이 끝난 이후 지속적으로 나에 대한 신뢰와 지지를 보여주셨다. 그래서인지 더욱 잘 해드려야 겠다는 생각이 들고 조금이라도 더 환자 편에서 생각하게 되었던 점도 있는 것 같다.

문제는 S씨의 치아상태였다. 오른쪽 윗 송곳니가 안쪽으로 많이 굽어 있으면서 부정교합을 이루고 있었다.
이 굽은 치아가 돌출입수술을 하는데 방해가 되었다. 이 치아를 피해서 상악과 하악을 후방이동 시키자면 현재의 부정교합을 그대로 유지해야 할뿐더러 미용적인 개선도 만족스럽지 않으리라 예상되었다.
그런데 S씨는 이미 수술을 위해 한달의 휴가를 어렵게 받아놓은 상태였고,
만약 굽은 치아를 몇 달간 치아교정으로 편 뒤에 수술을 한다면, 이미 받아놓은 한달의 휴가는 아무 소용없는 것이 될뿐더러, 몇 달 후의 수술날짜가 S씨의 아주 중요한 비즈니스(?) 계획과 겹쳐버려서 큰 차질을 빚는 그런 상황이었다.

같이 일하는 치과선생님과 3번 넘게 미팅을 갖고 숙의를 거듭했다. 세 번째에는 아예 S씨와 같이 머리를 맞대고, 수술계획의 choice들, 치아상태와 수술스케줄, S씨의 스케줄에 대해 종합적인 의논을 했다.

결국, 우리 성형외과/치과 팀은 모든 것을 고려하였을 때 S씨를 위한 최선의 선택을 하게 되었다. 술전교정은 하지 않되 굽은 치아를 포함한 술후 교정 계획을 미리 최대한 고려하면서, 미용적으로도 완벽에 가깝도록 수술을 계획한 것이다. 수술계획을 다시 짜기 위해서 수술은 계획보다 일주일 늦춰졌지만, S씨는 이미 받아놓은 한달의 휴가 중 3주는 충분히 수술 후 휴식기로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수술은 요 며칠전에 집도되었다.
S씨의 어머니가 간호를 위해 병원에 오셔서 처음 뵈었는데, 수술 직후 달라진 아드님의 모습을 보시고, 많이 예뻐졌다면서 기뻐하시는 모습을 보고 흐뭇했다.

붓기는 시간이 가야 빠진다.
요즘 수술을 받고 집에서 쉬고 계시는 S씨에게는 시간이 참 천천히 흐르고 있을 것이다.
몇 달 후 S씨에게 중요한 비즈니스가 잘 성사되셔서, 지금보다 더더욱 잘나가는(!) 강사로 거듭나시는데 내가 해드린 돌출입수술이 많은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