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8-01] [뉴스 칼럼] 한상백의 돌출입, 양악 이야기<43회>: 우리 딸 수술하면 가만 있지 않겠다.

우리 딸 수술하면 가만 있지 않겠다.

만 20세가 되면 부모의 동의 없이도 결혼을 할 수 있는 나이가 된다. 성형수술도 마찬가지다. 법적으로 만 20세 이상이 되면 본인의 의지로 수술을 선택할 수 있다.

필자의 병원에 혼자 상담을 와서 양악 수술을 결정한 A양은 만 23세였다. 그러니 부모의 동의가 필요하지 않은 나이였다.

양악수술 날이 왔다. A양이 병원에 도착하기도 전에 A양의 어머니에게서 병원으로 전화가 왔다. 필자가 직접 받지는 않았지만, 직원의 말로는 반 협박전화에 다름 아니었다.

“우리 딸 수술을 하면 가만있지 않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는 것이다.

필자로서는 참으로 당혹스럽기도 하고 화 날만한 일이었다. 필자가 길가는 A양에게 수술을 권유한 것도 아니고, 제 발로 찾아와 수술을 해달라고 하니 수술을 해주는 것 뿐인데, 갑자기 어머니란 분이 전화를 해서 병원에 협박성 멘트를 하다니 사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물론 큰 수술로 알려진 양악 수술을 어머니인 자신도 모르게 수술받으려 했다는 것 자체가 충격적일 수도 있고, 뭔가 큰 일 나는 것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엄습할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병원에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엄마로서 도저히 엄두가 안나니 예약된 수술을 취소하거나 미루어 달라고 ‘부탁’을 해와도 모자른 판국에, 으름장이라니...

A양의 어머니는 지방에 있었다. 그래서 자신의 여동생, 즉 A양의 이모를 병원에 ‘급파’해서 수술을 만류하고 A양을 데리고 가버릴 작정이었다.

수술장은 양악수술을 위해 모두 준비를 마친 상태였고, 마취과 전문의 선생님도 환자가 수술장으로 옮겨지기를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었다. A양도 갈팡질팡했다. 어머니의 강력한 반대에다가 이모까지 병원으로 오고있는 상황에서 나몰라라하고 수술을 빨리 시작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이윽고 A양의 이모가 도착했다.

그런데 이게 웬 일인가? 우리 직원이 A양의 이모를 먼저 알아봤다. 알고보니 A양 이모는 5년 전 필자의 병원에서 돌출입 수술을 받으신 분이었다. 상황은 반전되었다.

조카인 A양의 양악수술을 만류할 임무를 띤 채 친언니의 하명을 받고 필자의 병원을 방문한 분이 필자 병원에서 돌출입 수술을 받았던 분이라니...결국 A양 이모는 언니인 A양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어 A양이 수술받으려는 병원이 우연히도 바로 자신이 돌출입수술을 받았던 그 병원이라는 말을 하기에 이르렀다.

이렇게 해서 상황은 해피엔딩이 되었고, A양의 어머니는 다시 병원에 전화를 걸어 아침에 자신이 흥분한 나머지 험한 말을 했다며 사과했다.

비율로 따지자면 사실 돌출입, 양악 수술의 대상 중에서, 수술을 받는 사람의 수보다 수술을 받지 않는 사람들의 숫자가 훨씬 더 많다. 수술이 무서워서가 가장 큰 이유일 것이다. 그 두려움의 실체는 돌출입, 양악 수술은 크고 위험하다는 인식, 그리고 매스컴에 자주 등장하는 성형수술 부작용에 대한 경각심이다. 성형수술 뿐만 아니라, 모든 수술에서 부작용이나 합병증은 실제로 생길 가능성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A양 어머니 입장에서 여동생이 수술을 잘 받았으니, 딸도 맡겨도 되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하지만 사실상 부작용을 확률로 따지자면 독립변수의 확률이다. 이미 아들을 여럿 나았으니, 딸이 나오겠군 하는 예상이 빗나가는 것은, 아기를 한 명 낳을때 마다 확률은 독립적으로 작용하는 독립변수에 의한 확률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필자의 입장에서는 이모가 돌출입 수술을 받고 괜찮았으니 조카도 양악수술을 받아 아무 합병증이 없을 거라고 말할 수는 없다. 가능성이란 늘 존재하기 때문이다. 수술이 길을 걷는 여정이라면, 한명 한명에게 최선을 다해 합병증이라는 돌부리를 피해서 안전한 길로 걷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한 이유다.

 

칼럼니스트 한상백

현 서울제일 성형외과 원장, 성형외과 전문의, 의학박사

서울대학교 병원 성형외과 수련의, 전공의, 전임의 수료

서울대학교 병원 우수전공의 표창

전 서울대 의과대학 초빙교수

대한 성형외과 학회 정회원

대한 성형외과학회지 논문게재 및 학술대회 연제발표 다수

돌출입 관련 강연, 주제논문 채택, 발표, 방송출연 다수

저서 '돌출입 수술 교정 바로알기'(2006. 명문출판사)

(대한민국 중심언론 CBS 뉴스FM98.1 / 음악FM93.9 / TV CH 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