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8-01] [뉴스 칼럼] 한상백의 돌출입, 양악 이야기<42회>: 맞선 이야기

맞선 이야기

필자는 맞선을 100회 넘게 봤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첫 선은 정말 나가기 힘들었다. 첫 선은, 결혼을 위한 어색한 만남에 투입되어야만 할 시기가 왔고 자력으로 짝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그걸 자인하기 힘들었다.

필자가 본 맞선은 소위 중매장이 아주머니들을 통해서였다. 선을 50번쯤 봤을때, 난 선 시장에서 유명세를 타고 있었다. 인기가 많아서가 아니라, 애프터라고 불리는 차후의 만남을 갖지 않기로 유명했다. 소위 필[feel]이 오지 않는데 어쩌랴.

50회 이후부터는 그래 언제까지 맘에 안드는 여자만 나오나 보자 하는 오기로 선을 보러 나갔다. 중매 아주머니의 ‘색시가 참 참하고 예쁩니다’ 말을 믿고 나간 90회차 정도의 맞선녀는 심한 돌출입이었다. 물론 돌출입이 죄는 아닐뿐더러 마침 필자의 전문이니 돌출입 수술을 해주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난 맞선녀가 돌출입만 빼고는 괜찮은 사람인지 알아보는 것 조차 너무 지쳐있었다. 사실 지친 것은 내 자신에게였다. 아주머니 말에 솔깃해서 기대를 하고 나온 내 자신이 한없이 작고 초라하게 느껴졌다.

명지대 김정운 교수는 감정소통과 감탄의 힘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대학교 시절 나간 미팅자리에서 제일 예쁜 여학생의 마음을 얻기 위해 갖은 유머를 다 짜내고 있는데 정작 재미있다며 감탄하고 환하게 웃어준 것은 그 옆에 있는 못생긴 여학생이였다고 한다. 그 여자랑 결혼해 살고 있다고 한다.

필자도 백번 동감한다. 인간의 사랑이라는 관계에서 감정동조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쁜 얼굴이나 몸매만으로 사랑을 유지시키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확실히 진화생물학적으로 이성의 이목을 끌만한 외모와 건강함은 짝을 찾고 종족을 보존하는데 유리한 것임은 틀림없다.

외모의 아름다움이 이성에게 구애를 일으키는 것은 사실 대자연의 섭리다. 공작새의 화려한 깃털은 사실 생존에 거추장스러울 뿐이지만 이성에게 아름다움을 과시할 수 있기 때문에 퇴화하지 않고 남아있는 것이라고 한다.

또한 진화생물학적으로 건강함은 이성에게 건강한 2세를 낳아 종족을 보존할 수 있다는 신호를 준다. 씨가 건강하고 밭도 건강해야 튼실한 열매가 맺어지는 것이다. 건강함은 젊음을 유지하는 것, 어려보이는 것, 즉 동안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이런 아름답고 젊고 건강함이 주는 짝짓기에서의 매력을 고려할 때, 돌출입과 주걱턱은 여러 가지로 불리한 조건임에 틀림없다.

첫째, 돌출입이나 주걱턱이 만들어내는 첫인상이 아름답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대놓고 짝을 찾는 맞선은 사실 진화생물학적으로 끌리는 이성을 단시간내에 분간하는 작업이다. 예쁜 것이 선(善)이고, 돌출입이 악은 아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돌출입이나 주걱턱을 보고 아름답다고 감탄하기는 어렵다는 점은 인정해야만 한다.

그것이 사회적으로 통용되는 미적인 정의이고 기준이니 따르라는 것이 아니고, 누구나 그렇게 비슷하게 ‘느끼는’ 데에는 할 말이 없다. 당신이 가장 예쁘고 잘생겼다고 생각하는 이성 연예인을 한명 고르고, 그 입매를 보라. 당신은 그 입매를 전문적으로 분석할 줄 모르는데도 그 입매는 돌출입이나 주걱턱이 아닐 것이다. 당신은 이미 그 입매를 보고 아름답다고 ‘느끼고’ 있다.

둘째, 돌출입과 주걱턱 모두 팔자주름이 강해보이게 된다. 상악이 튀어나왔거나, 턱 전체가 튀어나옴으로 해서 팔자주름부위가 상대적으로 그늘져 보이게 되므로, 더 나이가 들어보이는 인상이 된다. 나이들어 보이는 것은 건강함과 동안의 반대편을 의미한다. 더불어, 돌출입에 자주 동반되는 무턱도 불리한 인상을 준다. 사람을 우유부단하게 보이게 하기 때문이다. 드라마나 소설 속 모든 치정문제의 발단은 대개 우유부단한 등장인물 때문 아니던가?

셋째, 돌출입수술과 양악수술 대상인 사람들의 70% 이상에서 웃을때 잇몸이 보인다. 이성에게 환하게 웃고 감탄해주고 싶어도 돌출입과 주걱턱인 사람들의 대부분이 자신의 웃는 모습을 자신없어 한다. 아예 활짝 웃는 것을 포기한 경우도 있다. 그러니 잘 웃지 않고 무뚝뚝해보인다.

얼굴모양과 같은 육체는 껍데기에 지나지 않고 인성과 영혼이 중요한 것이라는 주장이 있을 수 있다. 그렇다고 해도, 적어도 자신의 눈에는 그 ‘껍데기’도 아름다워 보여야 사랑에 빠질 준비가 된다고 할 수 있다.

맞선에 지쳐 결혼도 반쯤 포기하신 분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필자가 무척 좋아하는 개그맨 박명수씨는 애인이 없어서 고민이라는 청취자에게 이런 말을 해서 어록이 되었다고 한다.

“뭐라도 찍어 바르고 밖에 모임 같은데 자꾸 가세요. 인연을 만나려면 노력을 해야 합니다.”

독자 여러분들 모두 용띠 새해에 소망이 이루어지시길 빈다. 특히 맞선에 지치신 분들은 자신의 매력을 끄집어 내는 방법을 고민해보시길 바란다. 모두 힘내시길 응원한다.

 

칼럼니스트 한상백

현 서울제일 성형외과 원장, 성형외과 전문의, 의학박사

서울대학교 병원 성형외과 수련의, 전공의, 전임의 수료

서울대학교 병원 우수전공의 표창

전 서울대 의과대학 초빙교수

대한 성형외과 학회 정회원

대한 성형외과학회지 논문게재 및 학술대회 연제발표 다수

돌출입 관련 강연, 주제논문 채택, 발표, 방송출연 다수

저서 '돌출입 수술 교정 바로알기'(2006. 명문출판사)

(대한민국 중심언론 CBS 뉴스FM98.1 / 음악FM93.9 / TV CH 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