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8-01] [뉴스 칼럼] 한상백의 돌출입, 양악 이야기<41회>: 애교란 무엇일까?

애교란 무엇일까?

남희석씨가 진행하는 <미녀들의 수다>라는 티비 프로그램이 있었다. 캐나다, 미국, 영국, 프랑스, 이태리, 남아공, 중국, 일본 등 각국에서 온 미녀들이 여러 가지 주제로 펼치는 토크쇼였다.

그런데, 그녀들이 입을 모아 한 이야기 중 기억나는 것이 있다. ‘애교’라는 것은 한국과 일본에만 있다는 것이었다. 사실인지는 알 수 없지만 여하튼 그녀들은 그런 결론을 내렸었다.

필자는 남자들 치고 여자의 애교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했었는데, 어떤 외국 여성이 말하기를 자신이 자기 나라에서 이를테면 연기자 H양의 필살기처럼 토끼흉내를 내면서 앙앙거리면 남자가 너 미쳤냐고 할 것이라는 것이다.

애교의 정의가 무엇일가? 애교란 사전적으로 남에게 귀엽게 보이는 태도라고 한다. 어떻게 하면 남에게 귀엽게 보인다는 것인가?

일반적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여자가 떠는 애교라고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콧소리나 혀짧은 소리다. 투정을 부리는 듯한 입모양이나 몸짓, 귀여운 손동작, 아기같은 말투, 닭살스런 멘트 등이 애교의 범주에 포함될 것이다.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성형외과 영역에서도 애교와 관련된 수술이나 시술이 있다. 돌출입, 양악수술이나 광대뼈, 사각턱수술만 주로 하다가 보니, 이제 잘 하지 않게 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눈밑의 ‘애교살’을 만들어달라거나, 볼에 보조개를 갖고 싶어하는 환자들이 있다.

눈밑 애교살, 눈웃음, 보조개 등은 모두 애교의 상징이며, 웃을 때 강조되어 보인다. 이렇듯, 애교는 웃음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다. 사실, 웃음이란 누구에게나 통하는 애교의 첫걸음일 뿐만 아니라, 이 사회를 밝게 하는 건강한 힘이기도 하다.

그런데 유감스럽게도 필자의 경험상, 수술이 필요한 정도의 돌출입을 가진 사람들 중 약 80% 이상에서 웃을때 잇몸이 보이는 증상이 있다.

이처럼 웃을때 잇몸이 보이는 증상이 있는 사람들은 그 모습을 의사인 필자에게 보이는 것조차 꺼려하기도 한다. 정확한 진찰을 위해 크게 웃어보라고 주문해도 잘 하지 못한다. 이미 환하게 웃지 않는 버릇이 생겨버렸거나, 무의식적으로 손이 올라가기 때문이다.

1년여 전 수술 전후사진을 공개하기로 약속했던 그녀는 나이보다 훨씬 노안이었다.

그녀는 돌출입수술과 동시에, 광대뼈, 사각턱 수술을 같이 받았다. 필자는 수술 전에 그녀에게, 수술 후 결과가 나올 때쯤 스튜디오에서 프로필 사진 촬영을 하게 해주겠다는 약속을 했었다. 그 즈음 잘 아는 후배가 스튜디오를 열어서 도와주자는 차원이기도 했다.

수술이 끝나고 몇 달 쯤 지났다. 촬영이 있는 날은 토요일이었다. 지방에서 올라와 일단 병원에 온 그녀는 화장기 없는 얼굴에 평범한 차림이었다. 촬영을 한다고 하면 미용실에 들러서 신부화장하듯 메이크업도 하고 머리도 세팅하고 올만도 한데, 그녀는 쿨하게 ‘그냥 머리 좀 빗고 기초화장만 좀 하면 돼요’라고 했다.

마침 필자도 퇴근할 때가 되어, 서울 지리를 잘 알 리없는 그녀를 태워 나조차도 찾기 어려운 골목에 있는 스튜디오까지 데려다주었다. 그리고 나는 내심, 예쁜 사진이 나올수 있을까 반신반의했다.

나중에 후배가 보내온 사진을 보고 난 소스라치게 놀랐다. 돌출입, 광대뼈, 사각턱, 코 수술을 한꺼번에 한 만큼 얼굴의 변화도 컸지만, 무엇보다 나를 놀라게 한 것은 그녀의 살인적인 애교였다. 과연 수술 전에도 저런 손동작과 눈짓과 몸짓을 했을까 싶은 애교의 필살기가 사진 속에서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과하지 않은 화장과 머리스타일은 오히려 자연스럽고 순수해보였다.

병원에 다시 온 그녀에게 사진 속의 살인적인 애교에 대해 물었다.

“**씨, 원래 그렇게 애교가 많았나요?”

그녀가 수줍게 눈웃음을 쳤다.

“제 남자한테만요”

그 눈웃음에 지금 어떤 남자가 가슴설레하고 있을지 왜 필자가 기대가 되는지 모르겠다. 서른살 먹은 큰 딸 시집보내야 하는 아빠 마음일까?

 

칼럼니스트 한상백

현 서울제일 성형외과 원장, 성형외과 전문의, 의학박사

서울대학교 병원 성형외과 수련의, 전공의, 전임의 수료

서울대학교 병원 우수전공의 표창

전 서울대 의과대학 초빙교수

대한 성형외과 학회 정회원

대한 성형외과학회지 논문게재 및 학술대회 연제발표 다수

돌출입 관련 강연, 주제논문 채택, 발표, 방송출연 다수

저서 '돌출입 수술 교정 바로알기'(2006. 명문출판사)

(대한민국 중심언론 CBS 뉴스FM98.1 / 음악FM93.9 / TV CH 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