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8-01] [뉴스 칼럼] 한상백의 돌출입, 양악 이야기<36회>: 세종대왕님 죄송합니다 [2편]

세종대왕님 죄송합니다 [2편]

세종대왕께서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 훈민정음을 만드셨는데 1편에서 지적했듯이 특히 전문용어에서는 순우리말이 대접을 못받고 있다. 언청이보다는 구순열이 더 전문적으로 느껴지고, 주걱턱보다는 하악전돌증이라는 용어가 대접받는 식이다.

이처럼 한자를 쓰거나, 영어로 해야 더 전문적인 의학용어가 되는 잘못된 관행을 타파하려는 시도가 있었다. 필자가 의대를 다니던 시절 해부학교실에서는 해부학용어를 순우리말로 바꾸어 나란히 쓰도록 했다. 이를테면 늑골을 갈비뼈, 담낭을 쓸개로 칭하는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일반인은 물론이고 의사들조차 왠지 순 한글로 된 용어를 사용하면 비전문가처럼 느껴지는 관습적인 사고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성형외과에서 쓰는 몇가지 수술명칭들을 살펴보자.

우선 돌려깎기란 말은 순우리말인데, 의학용어로 취급되지 않는다. 거의 미용적 목적의 성형외과에서 쓰이는 속어에 가깝다.

흔히 돌려깎기란 사각턱 수술과 턱끝수술을 동시에 해서, 아래턱의 전체적인 라인을 주욱 돌려가며 깎아내는 것을 가리키며 소위 V라인 수술이라고도 칭한다. 좀더 범위를 넓혀 광대뼈 수술까지 포함하여 얼굴전체를 돌려깎는 것을 지칭하게되면, 안면윤곽수술과 크게 다를 바가 없어진다.

시실 돌려깎기의 ‘깎기’는 틀린 말이다. 깎아내는 것이 아니고 잘라내는 것이다. 사과를 깎는 것과 자르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 또한 자른다는 뜻이라고 해도, 아래턱 전체를 돌려 자르는 것 또한 아니다. 사각턱부분은 가장자리를 잘라내는 것이 맞지만, 턱끝 부분은 가장자리를 잘라내는 것이 아니고 뼈 중간을 자르게 된다.

안면윤곽 수술, 윤곽수술 이라는 용어도 환자들이 흔히 사용하지만 정확한 뜻은 잘 모르는 ‘그럴 듯한’ 용어 중 하나이다. 가끔 ‘앞면’ 윤곽이라고 잘못 알고 있는 환자도 있다.

안면윤곽을 직역하면 얼굴의 테두리 또는 얼굴 모양이다. 즉, 안면윤곽 수술이란 얼굴의 윤곽선을 더 아름답게 만드는 수술이다. 물론 지방주입이나 실리콘 삽입과 같은 수술도 윤곽선을 개선시킬 목적으로 시술하기는 하지만, 안면윤곽 수술은 주로 얼굴뼈를 절골하거나 옮겨서 예쁜 얼굴 모양으로 다듬는 수술을 지칭한다.

그러므로, 안면윤곽 수술은 얼굴뼈 수술과 크게 다를 것이 없는 용어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얼굴뼈 수술보다는 안면윤곽 수술이 더 대단한 수술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세종대왕님께 면목없는 일이다.

정리하자면 안면윤곽수술은 얼굴의 모양을 다듬는 얼굴뼈수술의 총칭으로서, 큰 의미에서는 돌출입수술, 양악수술, 광대뼈, 사각턱, 턱끝 수술을 모두 포함하고, 작은 의미로는 주로 광대뼈, 사각턱, 턱끝, 이마 수술을 가리킨다.

양악수술이란 말은 뭔가 난해하게 느껴지는 이름 때문에 만능 수술처럼 와전된 측면이 있다. 사실 양악 수술은 상악과 하악 ‘양’쪽의 ‘악’골[악골=턱뼈]을 수술한다는 의미에 불과하다. 순 우리말로 바꾸면 ‘두 턱뼈’ 수술 쯤 되겠고, 영어로는 실제로 two jaw surgery이다.

요즘은 돌출입인 환자, 광대뼈, 사각턱이 나온 환자, 주걱턱인 환자는 물론이고, 입매에 아무 문제 없이 얼굴이 다소 크기만 해도 무조건 양악수술하면 예뻐지는 것 아니냐고 묻는다. 안타까운 일이다.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돌출입은 돌출입수술, 광대뼈와 사각턱은 안면윤곽수술, 주걱턱은 양악수술의 대상이다. 특별히 튀어나온 곳 없이 두상과 얼굴이 그냥 큰 것은 유감스럽지만 수술방법이 없다.

혹자들은 전문용어가 주는 전문적이고 권위적인 느낌을 강조하기 위해 한자, 영어를 첨가한 수술명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필자도 마음만 먹으면 금방 만들 수 있다. ‘자연 골유합 더블페디클 돌출입 수술’, 멋지지 않은가? 이게 뭐냐고 묻는다면 두 군데의 혈액공급원을 확보해서 자연스럽고 확실한 골유합이 일어날 수 있도록 하는 돌출입 수술법이라고 치자.

그러나 이런 멋진 수술명칭들 중에는 이름은 거룩한데 실제 내용은 별 것 없는 경우가 많이 있다. 필자는 그냥 돌출입수술, 그냥 양악수술을 할 뿐, 거창한 이름을 붙인 수술이나 특별한 도구를 이용한 수술을 하지 않는다. 영어와 한자가 들어간 멋진 수술명이 훌륭한 수술결과를 보장해주는 것이 아니다.

세종대왕이 살아계셨다면, 전방분절절골술, 양악수술, 안면윤곽수술, 하악후퇴수술을 각각 잇몸뼈깎기, 두턱뼈깎기, 얼굴돌려깎기, 주걱턱깎기로 칭하라 명하셨을지도 모른다. 중요한 것은 전문적이고 멋져보이는 수술명칭이 아니라 수술대상을 잘 선별하고 제대로 된 수술이 이루어지는가 하는 것이다.

 

칼럼니스트 한상백

현 서울제일 성형외과 원장, 성형외과 전문의, 의학박사

서울대학교 병원 성형외과 수련의, 전공의, 전임의 수료

서울대학교 병원 우수전공의 표창

전 서울대 의과대학 초빙교수

대한 성형외과 학회 정회원

대한 성형외과학회지 논문게재 및 학술대회 연제발표 다수

돌출입 관련 강연, 주제논문 채택, 발표, 방송출연 다수

저서 '돌출입 수술 교정 바로알기'(2006. 명문출판사)

(대한민국 중심언론 CBS 뉴스FM98.1 / 음악FM93.9 / TV CH 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