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8-01] [뉴스 칼럼] 한상백의 돌출입, 양악 이야기<35회>: 천일의 약속과 짝

천일의 약속과 짝

요즘들어 통 드라마를 보지않던 필자에게 요즘 즐겨보는 드라마가 생겼다.

처음에는 멜로드라마 <천일의 약속>과 의학드라마 <브레인>을 왔다 갔다 하면서 소위 눈팅만 하곤 했었다.

사실 돌출입수술, 양악수술은 환자의 생명이나 질병과 관련된 수술은 아니지만, 두개골을 다룬다는 점에서는 요즘 의학드라마 속의 신경외과와 공통점이 있다.

의가형제, 종합병원, 외과의사 봉달희, 뉴하트와 같은 메디컬 드라마를 심심치 않게 봐왔던 필자가 요즘 신경외과 의사가 나오는 드라마 대신 알쯔하이머 병에 걸린 비운의 여주인공 이서연(수애분)의 가슴 아픈 사랑이야기를 그린 멜로드라마를 보고 있다.

기억을 잃어가는 이서연은 물론 처절하게 아름답다. 참, 지독한 사랑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필자는 기억을 잃어가는 이서연(수애분)보다 노향기(정유미분)가 더 눈에 밟힌다. 예쁘고 착하긴 하지만 남자를 끌어당기는 향기가 없어 극중 노향기라는 이름을 지었을까? 약혼자였던 박지형(김래원)에게 버림받고서도 노향기는 ‘그 사람 불쌍해서 어떡해’라면서 흐느낀다. 세상에 저런 천사가 있을까? 어떻게 향기 같은 여자를 사랑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런데 박지형은 예쁜 여동생같은 향기를 버리고, 기억을 잃어가는 서연에게 천착했다. 도대체, 박지형으로 하여금 향기가 아니라 서연이 제 짝이라고 느끼게 하는 힘은 무엇일까?

<짝>이라는 프로그램 속 남녀 출연자들은 자신의 평생 짝을 찾기 위해 울고 웃는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도대체 왜 남자 1호는 (저렇게 별로인) 여자 2호를 마음에 들어하는지, 도대체 왜 여자 3호는 (저렇게 괜찮은) 남자 4호의 관심을 거절하는지 알 수가 없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렇듯, 자신의 짝은 자신만이 알아보는 모양이다. 어쩌면 제 스스로가 아니라 운명의 힘이 당신을 움직이는 것인지도 모른다. 아니면, 당신 안에서 사랑이 움직이는 것일 수도 있다.

돌출입, 양악 수술을 위해 병원을 찾아오는 환자들 중에는 ‘짝’을 지어 둘이서 같이 오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애인이나 배우자 몰래 수술을 하는 시대는 지났다. 요즘은 성형수술을 선물해주는 커플들도 있다.

솔직하게 말해서 같이 온 커플들을 보면 참 아리송할 때가 있다. 흔히 남자가 아깝다, 여자가 아깝다 이런 이야기들을 하는데, 실제로 한쪽이 많이 기울 정도로 뛰어나거나 못한데도 잘 만나는 커플들이 있다. 꼭 외모만 봐서 그렇다는 것이 아니다. 아마 그게 사랑의 힘일게다.

한번은 자신의 평생 ‘짝’을 자처했던 남자친구가 돌출입 수술을 하라고 적극권유를 하고 병원까지 다 알아봐주고 수술비도 마련해줘서 결국 필자에게 돌출입 수술을 받은 여자환자가 있었다. 수술 후 한 달 정도에 그녀는 남자친구와 헤어졌다고 한다.

필자가 친구들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수술결과가 남자 마음에 안드는 것 아니냐며 잠시 나의 수술 결과를 의심하는 눈치다. 그건 아니다. 그 여자환자는 수술 후에도 매우 만족스러워했고, 일년 동안 두 번씩이나 고맙다는 후기를 올렸던 환자다.

그러니 정말 이해가 안가는 상황이다. 헤어질 마음이었으면 돌출입 수술은 왜 하라고 했으며 수술비는 왜 마련해줬을까? 그 남자는 여자의 돌출입을 사랑했던 걸까? 따로 숨겨둔 여자라도 있던걸까? 어쩌면, 이별 선물이었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제 짝이 아니면 빨리 떠나보내는 게 결과적으로는 더 낫다.

자신의 짝이 돌출입이나 주걱턱인 커플의 경우, 돌출입, 주걱턱이 아닌 쪽에서는 자신의 외모가 더 낫다고 거들먹거리기 쉽다. 즉, 적어도 외모로는 자신이 아깝다고 믿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경우 돌출입, 양악 수술 후에는 그 환자의 애인은 긴장해야할지도 모른다. 돌출입, 양악 수술로 입매가 바뀌면 주위 사람들이 몰라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애인이 바뀌었냐고 쑥덕대는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졌던 경우도 있고 유부녀가 비행기에서 헌팅당한 경우도 있었다. 그야말로 몰라보게 아름다워져서 생긴 일이다.

이렇게 되면, 자신과 짝과의 사이에 사랑싸움의 주도권이 바뀔 수도 있다. 밀고 당기기를 전처럼 방만하게 했다가는 짝을 잃을지도 모른다. 다른 한쪽에서는 전보다 늘어난 질투와 잦은 전화에 쾌재를 부를지도 모른다.

그러나 돌출입, 양악 수술 후 당신의 애인이 떠날까봐 미리부터 겁먹을 필요는 없다.

무엇을 어떻게 해도 어떻게 안해도, 갈 사람은 가고 머물 사람은 머문다.

요시모토 바나나는 <하드보일드 하드럭>에서 ‘이별도 정해진 운명이다’라고 하지 않았던가?

 

칼럼니스트 한상백

현 서울제일 성형외과 원장, 성형외과 전문의, 의학박사

서울대학교 병원 성형외과 수련의, 전공의, 전임의 수료

서울대학교 병원 우수전공의 표창

전 서울대 의과대학 초빙교수

대한 성형외과 학회 정회원

대한 성형외과학회지 논문게재 및 학술대회 연제발표 다수

돌출입 관련 강연, 주제논문 채택, 발표, 방송출연 다수

저서 '돌출입 수술 교정 바로알기'(2006. 명문출판사)

(대한민국 중심언론 CBS 뉴스FM98.1 / 음악FM93.9 / TV CH 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