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5-18] 수술후 6주, 흰 망사스타킹을 신고 나타난 귀여운 M양

병원에서 여러환자들과 보호자들을 대하다 보면, 여러 가지 성격과 부류의 사람을 만나게 마련이다.


 (성형외과에 오는 돌출입을 가지신 분들을 "환자"로 표현하기에는 모두 건강하신 분들이라서, 조금 어폐가 있긴 하나 달리 표현하기도 마땅치 않아 그대로 환자라고 칭하기로 하겠다.)

 

M 이라는 친구는 대학초년생으로 기억한다. 나중에 어떤 돌출입 상담환자가 느닷없이 M양의 실명(실제이름)을 말하면서 여기서 수술한 것을 안다고 하길래, 내가 M의 친구냐고 물었더니, 직접 잘 아는 친구는 아니지만 모 다음 카페를 통해 알게되었다면서,. M이 그 까페에 자신의 실명으로 그대로 글을 올렸다는 것이다. 실명으로 글을 올릴만큼 참 시원시원한 친구인 듯 하다.

 

처음에 M양은 어머니와 같이 병원에를 찾아왔었는데, 다른 치과에서 수술을 받기로 예약까지 끝내놓은 상태였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M의 어머니는 딸을 가리키며, 얘가 여기서 꼭 수술을 받고 싶다고 해서 오긴 했는데....하면서 반신반의하시는 눈치였다.

 

 의사인 나는, 환자나 보호자로 하여금 날 잘 믿게 하는 특별한 화술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사기꾼이 자신을 잘 믿게 만드는 것을 보면, 남으로 하여금 잘 믿게 만드는 것은 오히려 거짓말도 번드르르하게 할 수 있어야 잘 할 수 있는 일인지도 모른다.


 그런데, 나는 항상 원칙론자에 가깝기 때문에 되는 것은 된다, 안되는 것은 안된다고 말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오히려, 어떤 환자는 내게, 왜 더 강력하게 수술하라고 권해주지 않느냐면서, 자신이 결정하지 못하고 망설이는 것에 대해 나를 원망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환자나 보호자를 수술을 하도록 잘 설득하는 "화술"을 가지지 않은 나를 믿고 전국에서 찾아오신 많은 분들이 나에게 돌출입수술을 맡기게 되는 이유는 뭘까 스스로 생각해보게 된다.


 그것은 결국 환자들이 사진으로 보고 실제로 눈으로 확인하는 수술결과와 그 결과를 낼 수 있는 의사의 자신감이라고 생각한다. 돌출입수술 방법이 어떠니, 어떤 기구를 사용하니 말들이 많지만, 결국 가장 훌륭한 수술결과를 내고, 가장 많은 수술케이스를 가진 의사 앞에서는 할 말이 없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M양과 어머니의 경우에도, 내가 직접 집도한 수많은 수술전후 사진을 보여드리면서, 수술의 방법과 효과들에 대해서 상담이 끝나갈 때 쯤에는 믿음이 생기셨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리고 나서 결국 딸인 M양의 선택대로 우리 병원에서 돌출입수술을 받기로 결정하셨다.

 

 M양은 돌출입과 함께 세로길이가 길고 뒤로 후퇴되어있는 무턱을 가지고 있어서, 돌출입수술 즉 전방분절절골술과 함께 턱끝성형술이 동반되어 이루어졌다. 수술시간은 두시간이 넘지 않았고, 수술이 끝날 때 이미 예뻐진 라인을 확인하고 나왔기 때문에 나중에 붓기가 완전히 빠진 다음에 아주 많이 예뻐질 것에 대해서는 확신을 가지고 수술장을 나섰던 기억이 난다.

 


 수술 후 6주가 되었을 때 M은 정말 너무나 화사한 모습으로 병원에 나타났다. 기억하기엔 화려한 꽃프린트가 있는 원피스에 하얀색 망사스타킹의 모습으로 병원에 오셨던 것 같다. 시종일관 예쁘게 웃던 M양은, 자기 자신의 수술전후 사진을 보여드리자 이메일로 보내달라고 했었다.

 

 끝이 좋으면 다 좋다는 말이 있다.


아마, 처음에 돌출입수술처럼 어렵고 큰 수술을 과연 이 병원의 이 의사에게 맡겨도 될 것인가 반신반의하던 M의 어머니도 이제는 잘한 선택이었다고 느끼고 계실 것이다.

 

 예쁜 옷에 예쁜 웃음으로 마음씀씀이도 착한 M양이, 라일락이 피는 캠퍼스에서 멋진 학창생활의 추억을 만들어가고 있을 생각을 하니, 이제는 내겐 15년이나 지난 대학 캠퍼스에서의 추억들이 떠오르면서 부러움에 빠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