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8-01] [뉴스 칼럼] 한상백의 돌출입, 양악 이야기<32회>: 다시 수술해달라는 남자

다시 수술해달라는 남자

 

필자를 찾아온 40대 중반의 남자분은 개인 사업을 하시는 분이었다. 사업을 하면서 사람들을 많이 만나는데, 튀어나온 입 때문에 얼굴에 자신이 없어 대인관계도 소극적이 된다고 하였다. 치아교정을 생각했지만, 일 때문에 미루다가 돌출입 수술에 대해 알게 되었다고 한다. 돌출입은 상급이라고 할만큼 심각했고 무턱이 동반되어 있었다.

사실 성형외과에 남자가 거리낌 없이 오기 시작한 것은 몇 년 되지 않은 일이다.

즉, 10년 전만 해도 사회적인 분위기가 달랐다. 극소수의 남자들만 성형외과에 찾아왔는데 그 중에는 이상하게도 수술하기에 부적합한 사람의 비율이 높았다. 거꾸로 말하면, 웬만한 남자들은 성형외과를 찾지 않을 시기에 성형외과를 찾는 남자들은 뭔가 유별난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나 세상이 바뀌었다.

요즘 여성들은 남자의 능력에만 호감을 갖는 것이 아니라 꽃미남에도 대놓고 환호한다.

남성들의 생각도 달라졌다. 요즘은 남자도 자신의 외모를 ‘업그레이드’하는데 관심이 높다. 짝을 찾는 모 프로그램에서 한 남자는 자신의 얼굴에 수천만원을 투자한 것을 스스럼없이 밝힌다. 사람들은 이것을 부끄러운 일로 생각하지 않고 일종의 스펙이고 경쟁력이라 여긴다.

40대 남자분의 돌출입수술 날짜가 되었다.

필자는 돌출입 수술 직전에 환자에게 여러가지 다양한 턱 끝 모양을 사진으로 보여주고 그 중에 하나를 고르게 한다. 원하는 턱끝모양이 있다면 그 연예인 사진을 가지고 오시라고 하기도 한다. 이 남자분도 필자와 상의한 끝에, 미리 자신이 원하는 형태의 턱끝을 정해놓고 수술에 들어갔다.

수술은 예정대로 시행되었고, 수술 후 두 달이 가까워진 어느날 그 환자가 병원에 왔다.

돌출입과 무턱으로 인해 퉁명스럽고 우유부단한 인상을 주었던 그 분은 훨씬 스마트해보이고 결단력 있어 보이는 느낌이 되어 있었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그 남자분의 표정이 밝지 않았다.

-원장님, 너무 잘생기게 해주셔서 너무 감사합니다. 그런데요...

순간 필자는 궁금했다. 과연 무슨 말을 하려는 걸까?

-제 얼굴이 좀 부담스럽습니다. 정말, 원장님 원망하는 게 아니구요. 정말 잘 생기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런데, 그냥 턱끝을 조금만 지금보다 뒤로 옮겨 주시면 안될까요?

이런...환자의 마음이 변한 것이다. 사실, 환자가 수술전에 원했던 그 턱끝모양 그대로 결과가 나왔다는 것을 환자도 인정하고 있으니, 내가 다시 재수술을 해주어야할 책임은 없었다.

사업을 잘 하는 의사라면 이때를 놓치지 않고 고액의 재수술비 이야기를 꺼냈을지 모른다.

재수술을 원하는 것은 명백히 ‘고객의 변심’ 이었다. 그런데 만약 그 분이 억지를 쓰고 트집을 잡아 일을 해결하려고 했다면, 필자는 그 분에게 인간적으로 매우 실망스러웠을 것이다. 그런데 그 분은 솔직했다. 솔직함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 있다.

그 남자분은 재수술비가 얼마든 자신이 부담하겠다고 했다. 시쳇말로 쿨한 분이다. 그러나 필자는 재수술비 대신 소정의 재료비만 청구하도록 했다. 그리고는 전신마취를 해서 턱끝을 조금 후퇴시키는 재수술를 해주었다.

재수술 후 환자는 그제서야 아주 만족해 했다. 어찌보면 환자는 눈에 띄게 잘생긴 것을 포기하고, 조금은 평범함을 택한 셈이다. 수술 전에는 범상치 않은 돌출입을 가지고 있었으니, 그에게는 범상치 않게 잘생긴 입매보다 오히려 평범함이 더 소중했던 모양이다.

이전 칼럼 <턱끝이야기>에서도 썼듯이, 돌출입, 양악수술에서 턱끝수술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특히 돌출입 수술에서 화룡점정에 비유할만한 이 턱끝 수술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얼굴이 길어진다든지, 합죽이가 된다든지, 또는 아직도 무턱이 남는 문제가 생긴다. 또한 턱끝의 위치에 따라 서구적이거나 강인해보이는 느낌이 될 수도 있고, 귀엽고 참한 느낌이 될 수도 있다.

인터넷쇼핑을 하다보면 고객의 단순변심에 의한 교환은 불가능하다는 경고가 있다.

눈에 띄게 잘생긴 입보다, 조금은 평범한 입을 갖기로 ‘변심’했지만, 무리없이 재수술을 받은 그 사업가 남자분은 어디서 무엇을 하시든 잘 해내고 있을 거라 믿는다.

외모도 외모지만, 무엇보다 마음이 진솔한 분이니까 말이다.

 

칼럼니스트 한상백

현 서울제일 성형외과 원장, 성형외과 전문의, 의학박사

서울대학교 병원 성형외과 수련의, 전공의, 전임의 수료

서울대학교 병원 우수전공의 표창

전 서울대 의과대학 초빙교수

대한 성형외과 학회 정회원

대한 성형외과학회지 논문게재 및 학술대회 연제발표 다수

돌출입 관련 강연, 주제논문 채택, 발표, 방송출연 다수

저서 '돌출입 수술 교정 바로알기'(2006. 명문출판사)

(대한민국 중심언론 CBS 뉴스FM98.1 / 음악FM93.9 / TV CH 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