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7-03] [뉴스 칼럼] 한상백의 돌출입, 양악 이야기<29회>: 밥먹고 수술해드리겠습니다

한상백의 돌출입 양악 이야기 <29>

밥먹고 수술해드리겠습니다

2011-11-15 오후 5:25:45

필자의 병원은 조용한 편이다.

어떤 병원에서는 수술 후 일정기간동안 매일매일 환자를 치료하러 오라고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이유가 씁쓸하다. 수술 후 계속 치료받으러 오게 하면 대기실이 훨씬 북적거릴 것이다. 대기실이 북적거리면 손님 많은 식당이 맛있어 보이는 것처럼 방문한 환자들이 병원을 더 신뢰하게 될거라는 꼼수다.

필자의 병원은 돌출입, 양악 수술 후 하루 이틀 입원했다가 퇴원한 후에는 두달 될 때까지 딱 세 번만 병원에 오니, 병원이 북적거릴 일이 별로 없다. 물론 환자들에게 매일매일 치료해드리겠다면야 만사 제치고 오시기는 하겠지만 집도 멀고 오기도 힘든 환자들을 불필요하게 병원에 오라고 할 수는 없다.

역으로, 너무 환자의 치료를 열심히 안하는 것 아니냐는 반문이 나올 수도 있지만 그건 아니다. 십년 넘는 기간동안 똑같은 환자를 봐온 경험에 의한 것이다. 돌출입, 양악수술, 안면윤곽 수술의 경우 치료를 자주한다고 결과가 더 좋아지는 것은 아니며 너무 자주 치료를 하는 것은 환자가 아닌 ‘의사의 불안’을 반영하는 것일 수도 있다.

필자의 경우 돌출입, 양악 수술은 보통 오후에 이루어진다. 최근 십여년간 오전에 수술을 시작한 적이 없다. 같은 수술을 계속하다보니 수술시간은 계속해서 짧아져서 오후에 시작해도 충분하다.

물론 요즘 규모가 큰 대형병원에서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수많은 환자들을 계속해서 수술하기도 하겠지만 필자는 수술 건수와 컨디션을 조절해가며 수술하고 싶다. 필자 스스로를 혹사시켜가면서 해 뜰때부터 해 질때까지 수술을 해서는 결코 일이 즐거울 리 없으며, 내 삶의 질도, 내 진료의 질도 떨어지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돌출입, 양악수술 전에 수술할 환자를 보는 시간은 대개 점심시간과 겹친다.그래서인지 수술에 들어가기 전 마지막으로 필자가 환자에게 자주 하게 되는 말이 있다.

'점심 먹고 기운내서 예쁘게 수술해드리겠습니다'

나중에 어느 돌출입 수술 환자가 말해주기를, 수술 전 이 말을 듣고 마음 속 불안이 많이 안정되었다고 한다. 곰곰이 생각해봤더니, 필자가 하는 이 말 속에는 환자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미지의 불안을 원장의 일상적인 삶의 일부로 환원시키는 묘한 효과가 있는 듯하다. 즉 의사가 밥을 먹는 일상처럼, 수술 역시 아무 일없이 잘 될 것이라는 느낌을 받는 모양이다.

어쨌거나 점심을 먹고 기운내서 수술을 하겠다는 말은 진심이다. 필자는 정말 점심을 먹어야만 힘을 내서 수술할 수 있다. 왜냐하면 난 아침을 잘 먹지 않는다. 누가 차려줘도 잘 안먹는다. 아침 안먹은지가 30년이 넘었다. 학생때는 밥보다 아침잠이 좋아서 학교로 튀어나가기 직전까지 절대로 눈을 뜨지 않았고, 의사가 된 후 인턴 때에는 새벽부터 일을 해야했고 아침먹을 시간이 아예 없었다. 이후로는 버릇이 되어, 아침을 차려줘도 아예 못먹게 되어버렸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뭘 먹기부터 하는 사람이 있다는데 나로서는 신기할 따름이다.

여담이지만 점심을 챙겨 먹는 것도 고역이다. 메뉴를 정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메뉴를 자유롭게 정해서 먹으면 참 좋을 것 같지만 하루이틀 하다가 보면 할 짓이 못된다. 철학자 사르트르는 '인간은 자유롭도록 저주받은 존재'라고 말했던가?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필자가 가리는 음식없이 다 잘 먹는다는 것이다.

필자에게 돌출입, 양악 수술을 받으려는 환자가 이 글을 본다면 점심을 꼭 챙겨먹고 수술해달라는 당부를 할지도 모르겠다.

몇 년 전 <먹고 기도하고 사랑하라>라는 영화가 개봉된 적이 있다. 필자에게는 <먹고 기도하고 수술하라>라고 해야 맞겠다. 내 몸에 에너지원이 되는 밥심이 있고 환자에게 최선을 다하는 기도하는 마음을 가져야 수술이 즐겁고 행복하다. 수술하는 집도의의 몸과 마음이 행복해야 환자도 행복해질 것이다.

칼럼니스트 한상백

현 서울제일 성형외과 원장, 성형외과 전문의, 의학박사

서울대학교 병원 성형외과 수련의, 전공의, 전임의 수료

서울대학교 병원 우수전공의 표창

전 서울대 의과대학 초빙교수

대한 성형외과 학회 정회원

대한 성형외과학회지 논문게재 및 학술대회 연제발표 다수

돌출입 관련 강연, 주제논문 채택, 발표, 방송출연 다수

저서 '돌출입 수술 교정 바로알기'(2006. 명문출판사)

(대한민국 중심언론 CBS 뉴스FM98.1 / 음악FM93.9 / TV CH 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