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7-03] [뉴스 칼럼] 한상백의 돌출입, 양악 이야기<26회>: 돌출입, 양악 수술을 하러 온 사람들의 별명

한상백의 돌출입 양악 이야기 <26>

돌출입, 양악 수술을 하러 온 사람들의 별명

2011-11-04 오후 3:04:28

학창시절 선생님 이름을 별명으로 불러보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내가 다닌 고등학교는 거의 모든 선생님의 별명이 동물이었다. 말 그대로 동물농장이었다. 악어, 문어, 올챙이, 메뚜기 등등 선생님의 숫자만큼이나 다양했다.

이렇게 별명을 동물이름으로 짓는 것은 그만큼 동물이 인간에게 친숙한 존재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더 중요한 것은 동물마다 매우 특징적인 모양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돌출입 수술, 양약 수술을 주로 하다가 보면 결국 필자를 찾아오는 환자는 돌출입이나 주걱턱을 가진 환자들이다. 그런데 주걱턱을 가진 사람들은 밥주걱이나 주걱턱 자체가 별명이었던 경우가 많고 얼굴이 길다는 이유로 말[馬]에 비유되는 정도로 단순한 편이다.

한편, 돌출입을 가진 사람들의 별명은 참으로 다양하다. 그 별명들은 필자의 머리에서 나온 것이 아니고 그 환자의 주위사람들이 붙여준 것을 내가 환자의 입을 통해 들은 것이다. 누구 한 사람이 그 동물을 빗대어 놀리기 시작했겠지만 그것이 별명으로 자리잡았다는 이야기는 친구들 사이에 ‘맞아맞아’ 하는 공감대가 형성되었다는 이야기다.

사실 필자가 별명이야기를 꺼내면서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다. 돌출입의 특징 때문에 어떤 동물에 비유되는 것이 정작 본인들에게는 상처가 된다. 따라서 필자가 별명 이야기를 하면서 돌출입의 모양을 동물에 빗대어 비하하거나 놀림감으로 삼는데 편승한다고 오해하시지 말길 바란다.

돌출입을 가진 사람들이 별명으로 인해 가지고 있는 스트레와 상처를 필자는 잘 이해하고 있다. 수술로 그런 별명에서 해방되도록 해주는 것도 돌출입 수술의 큰 보람 중 하나이다.

돌출입을 가진 사람들의 별명으로 가장 많은 것이 개구리다. 개구리, 두꺼비, 입큰 개구리, 개구리 왕눈이, 아롬이 등 모두 같은 맥락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개구리 과의 별명을 가진 사람들의 돌출입 수술결과가 상대적으로 더 뛰어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여성인 경우 더 그렇다. 그 이유는 개구리의 눈에 있다.

개구리는 ‘개구리 왕눈이’ 로 대표되는 큰 눈을 가지고 있다. 개구리라는 별명을 가진 돌출입 환자는 대개 쌍꺼풀이 진하고 크고 약간 튀어나온 눈을 가지고 있다. 즉, 이런 눈을 가지고 있으면서 입이 튀어나와야 개구리라는 별명이 붙는다. 작은 눈을 가진 사람이 돌출입이면 개구리라는 별명이 잘 붙지 않는다.

입매를 아름답게 바꾸어주는 돌출입 수술에 있어서 크고 아름다운 눈은 상승효과를 가져오는 측면이 있다. 따라서 돌출입 수술이 필요한 사람, 특히 여성이 개구리라는 별명은 가지고 있다면 돌출입 수술에 긍정적인 신호라고 봐도 무방하다.

돌출입을 가진 사람들의 별명으로 그 다음을 차지하는 것은 유인원이나 원숭이 쪽이다. 원숭이, 고릴라, 오랑우탄, 유인원, 오스트랄로피테쿠스, 크로마뇽, 원시인 등등이다. 필자가 이미 같은 칼럼 제 2편 <입의 진화>에서도 언급한 바 있지만 실제로 원숭이나 유인원들의 두개골은 영락없는 돌출입의 구강구조를 가지고 있다.

원숭이를 간단하게 그릴 때 특징적으로 팔자주름 선을 곡선으로 강조해서 그리게 되는데 그것은 튀어나온 잇몸뼈 때문에 팔자주름 부위에 그림자가 지게 되는 돌출입의 특징을 그대로 반영한다.

또한 개그맨들이 원숭이 흉내를 낼때 윗입술 바로 뒤에 혀를 넣는 것도, 다름아닌 상악골 돌출을 만들어내는 셈이다. 개구리라는 별명이 다소 귀여운 측면이 있다면, 원숭이라는 별명은 좀 더 경멸적인 면이 있다. 축구에서 원숭이 흉내를 내는 골세리머니는 아시아 및 아프리카 선수들을 모욕하는 것으로 국제축구협회에서도 엄중경고를 하고 있다고 한다. 서양에서는 돌출입을 아예 원숭이모양증세(simianism)라고 칭하기도 한다.

돌출입을 가진 사람들의 또다른 별명에는 조류와 어류도 있다. 오리, 거위와 메기, 붕어 등이 그것이다. 도날드덕으로 대표되는 오리의 모습은 영락없이 입이 크고 튀어나온 돌출입이다. 대개 돌출입이면서 투덜거리기 좋아하고 목소리가 낭랑한 사람에게 오리라는 별명이 잘 붙는다.

메기가 별명이었던 경우의 돌출입은 입술선 양끝이 밑으로 처지고 입술이 두꺼운 경우가 많다. 이외에도 자신의 별명이 이구아나였다, 도룡뇽이었다, 특정 국가를 들먹여 어느 나라 사람으로 불렸다, 입이 나온 어느 연예인으로 불렸다는 등등 많지만 여하튼 돌출입을 가진 사람들의 스트레스는 듣기 싫은 별명으로 불리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가만히 있어도 화났냐고 묻는다든지, 성격이 나쁜 사람으로 오해를 받는다든지, 자신있게 활짝 웃으면 잇몸이 보기 싫게 드러나서 그렇게 하지 못한다든지, 헤어스타일로 항상 얼굴 일부를 가린다든지, 사진을 찍기 싫어한다든지 등등 다양하다.

이런 컴플렉스와 스트레스는 대인관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자신감을 잃게 만들기도 한다.

필자가 잠시 후에 하게 될 돌출입 수술환자도 영락없이 개구리 과다. 과연 돌출입 수술 후에, 그녀의 친구들로부터 더 이상 그녀는 개구리가 아니게 될 것인지 기대가 된다. 필자의 바람은 동화 속에서처럼 잠시 개구리로 변신해 있던 공주님이 탄생하는 것이다.

 

칼럼니스트 한상백

현 서울제일 성형외과 원장, 성형외과 전문의, 의학박사

서울대학교 병원 성형외과 수련의, 전공의, 전임의 수료

서울대학교 병원 우수전공의 표창

전 서울대 의과대학 초빙교수

대한 성형외과 학회 정회원

대한 성형외과학회지 논문게재 및 학술대회 연제발표 다수

돌출입 관련 강연, 주제논문 채택, 발표, 방송출연 다수

저서 '돌출입 수술 교정 바로알기'(2006. 명문출판사)

(대한민국 중심언론 CBS 뉴스FM98.1 / 음악FM93.9 / TV CH 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