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5-13] 중국어를 전공하는 여대생 J양 수술해준 이야기

J는 어머니와 같이 상담을 왔었습니다.

보통, 어머니와 같이 상담을 오시는 여자 분들은 다음 세 부류가 있습니다.^^

 

1. 어머니와 딸이 모두 돌출입수술에 적극적인 경우

2. 딸은 돌출입수술을 하고 싶어 안달인데, 어머니는 중립적이거나 (예쁘기만 한데) 뭣하러 하나며 시큰둥하신 경우

3. 딸은 별로 생각이 없는데, 어머니가 얜 입을 넣어야 예뻐진다며 데리고 오신 경우.

 

J양의 어머니는 시원시원하신 분이라 1번에 해당하는 유형이셨지요. 상담 후 거의 바로 수술을 결정하시고, 당일 검사를 다 마치셨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틀릴 수도 있구요.^^)

 

 그리고 나서, 방학기간을 이용해서 수술을 받으셨습니다.

 입이 나와있으면서 무턱이 심하고 턱의 세로길이도 길었던 경우라서,

1. 상악, 하악의 전방분절절골술을 통한 후방이동과

2. 동시에 턱끝의 길이를 줄이고 턱끝을 앞으로 이동시키는 턱끝성형술을

같이 해주어야 하는 케이스 였습니다.

 수술은 입안에 절개선을 넣고나서 모든 수술 주요 과정을 마친 뒤에 마지막 실을 봉합하는 순간까지 두시간 정도가 걸렸습니다.  턱끝성형술에서 세로길이를 줄일때, 턱뼈의 두께가 두꺼우셔서 약간 시간이 더 걸린 모양입니다.

  잇몸뼈의 생존에 가장 중요한 입천장 점막의 손상은 물론 없었고(이것은 절대적인 것입니다.), 신경의 손상이나 치아뿌리의 손상 없이 수술이 깔끔하게 마무리 되었습니다.

 수술 뒤에 바로 예뻐진 모습이 확인되었고, 매우 만족스럽게 수술을 끝냈습니다.

 그런데 다음날 보니, 특히 상악부분의 한쪽이 다른 환자들에 비해서는 조금 더 부었더군요. 이렇게 사람에 따라서 붓기는 천차만별이어서, 정확히 미리 어느정도 부을 것이라고 예상하기는 어렵습니다. 양쪽이 다소 다르게 부어도, 걱정할 이유는 없습니다. 시간이 가면 붓기는 빠지게 됩니다.

 수술 후 2주때 입안실밥을 뽑으러 왔을때, 이미 J는 이전의 J가 아니었습니다.

 아직 많이 예뻐질 날이 남았지만 이미, 수술전과는 전혀 다른 세련된 인상이었습니다. 어머니도 많이 예뻐졌다고 좋아하셨구요.

 그날 뵙고 나서, 몇 주 뒤에, J 의 어머님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턱끝수술을 한 가장자리에서 몽우리처럼 무언가 만져진다는 것이었습니다. 

 원래 턱끝성형술을 한 경계가 만져지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에, 이 부분은 수술전에도 미리 말씀드리는 사항입니다.

 그러나, 확인을 위해  병원으로 오시게 해서  진찰을 해보니, 턱끝성형술을 한 한쪽 가장자리가 정말 지름 5 mm 정도의 약간 딱딱한 몽우리처럼 만져졌습니다.  이것은,  혈청종(seroma)라고 해서, 상처가 치유될때 필요한 혈액성분이 우연히 한 부위에서 국소적으로 골막으로 둘러싸임으로써 고스란히 고이고 흡수가 되지 않아서 몽우리를 이루는 현상입니다.

 하필 그날도 제가 돌출입수술로 도저히 시간을 낼 수 없어서, 같이 계신 다른 성형외과 공동원장님이 J 를 부분마취 하에서 소수술을 해드리게 되었습니다. 1 mm 정도만 절개를 넣고 혈청종을 제거하는 간단한 시술이었습니다.

 턱끝성형술을 하고 이러한 혈청종이 발견된 것은 전무후무한 일이었습니다만,  아무리 조그만 증상이라고 해도, 수술부위에 어떤 예기치못한 일이 생기면,  의사로서는 환자에게 미안할 수  밖에 없습니다. 아니, 미안해하는 것이 (인간적으로) 당연한 일이겠지요.   

 (물론, 이런 경우에도 뻔뻔하게 미안해하지 않는 의사도 있겠지만요. 의사와 환자의 관계는 기본적으로 인간적인 인성에 근거를 두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도, 오히려 J 양과 어머니는 시종일관 웃는 낯으로 집도했던 저를 대해주시고, 변함없는 신뢰를 보여주셔서, 오히려 의사인 제쪽에서 지금도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 이후로는 모든 것이 아무 문제 없이 시간이 흘렀지요.

 J 가 방학 끝나고 학교에 가자, 지도교수님이,

"자네가 내가 아는 그 학생 맞나?" 하고 물어보셨다고 하더군요. ㅎ

  그 이후에 병원에 한번 들렀을때, J 는 저에게 카드와 선물을 주었습니다. 손수 십자수를 놓은 쿠션이었는데요. 지금도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J양에게 자신있는 웃음을 찾아드린 일이 가장 저에게도 보람있는 일입니다.

 지금도 J의 어머님은, 주위에 성형수술을 하겠다는 사람은 모두 저희병원에 가야한다고 직접 데리고 오시곤 합니다. ^^

 최근엔.... 제 중매까지 서시겠다고...ㅡㅡ;;

 오늘도 한 남자분의 돌출입수술을 끝내고 내려와, 지난 환자들을 생각하며 의사가 쓰는 돌출입수술 후기의 첫 글을 올립니다.

 이제 퇴근해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