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07-03] [뉴스 칼럼] 한상백의 돌출입, 양악 이야기<23회>: 여자가 되고 싶은 남자, 남자가 되고 싶은 여자

한상백의 돌출입 양악 이야기 <23>

여자가 되고 싶은 남자, 남자가 되고 싶은 여자

2011-10-25 오후 5:37:58

우리 주위에는 여자가 되고 싶은 남자 또는 남자가 되고 싶은 여자가 의외로 많다.

본인들한테는 미안한 용어지만 의학적으로 성정체성 장애란, 자신의 육체정인 성과 사회-문화-정신적인 성이 일치하지 않아 혼란을 겪는 경우를 뜻한다. 육체적으로는 남자의 성을 지니고 있지만 정신적으로는 여성이라는 성정체성을 가지고 있다든지, 혹은 그 반대의 경우이다.

보통의 경우라면 그냥 모르고 지나칠 수도 있지만 의사-환자의 관계로 만나게 되면 돌출입, 양악 수술을 받고 싶은 이유나 동기를 설명하면서 자연스럽게 환자가 자신의 성정체성이 반대임을 말해주는 경우가 있다.

이것은 미용실에서 머리를 깎다가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게 되는 상황과는 좀 다르다. 의사는 환자가 불쾌하지 않도록 배려하면서 환자의 심리적, 사회적인 배경이나 생각을 적극적으로 파악할 필요가 있다. 이는 무엇보다 환자를 위해서 필요한 일이다. 환자가 어떤 삶을 원하는지에 따라 어떤 얼굴의 느낌으로 만들어줄지가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내게 돌출입, 양악 수술을 받기 위해 찾아온 여자가 되고 싶은 남자, 남자가 되고 싶은 여자가 적지 않았지만 기억에 남는 몇 사람이 있다.

◈여자가 되고 싶은 남자

몇 년 전 필자를 찾아온 자그마한 체구의 20대 초중반의 남자는 대학생이었다. 군대를 다녀와서 휴학 중이라고 했다.

그는 돌출입 수술을 받고 싶어했다. 중등도의 돌출입으로서 돌출입 수술의 대상으로 판단되었으며 쌍꺼풀이 진한 눈에 약간 까무잡잡하지만 매끄러운 피부의 소유자였다. 웃을 때 한 개의 덧니가 인상적이었다.

그는 당시 야간업소에서 댄서로 일을 하고 있다고 했다. 트랜스젠더 댄서로 일을 하고 있고 아직 성전환수술을 받지 못했으나 앞으로 받을 계획으로 있다고 한다. 이야기를 듣고 다시 보니 화려한 화장의 여자 댄서로 변신을 한 그의 얼굴이 상상이 갔다. 그 얼굴 속 돌출입은 역시 걸림돌이었다.

필자의 경험상 남성과 여성의 돌출입 수술은 약간 다르다. 즉, 여성으로서 예쁜 입이 있고, 남성으로서 잘생긴 입이 있다. 물론 개개인의 취향을 우선적으로 반영하고 있지만 필자의 경우 환자의 입매나 턱끝의 위치를 남성, 여성에서 좀 다르게 권장해주고 있다. 물론 양쪽 다 어울리는 중성적인 입도 있다. 돌출입 수술 후 6주에 환자가 병원에 왔다. 웃을 때 덧니가 보인다. 당장 가발만 쓰면 여자라고 해도 믿을 얼굴이었다.

앞으로 여자로 살아가실 거라면, 마무리교정을 할때 그 덧니 한 개는 매력 포인트로 남겨두는 것도 괜찮을 거라고 말해주었다. 여자 연예인 중에서도 덧니가 매력이었는데 어느 순간 덧니가 없어지면서 인기도 없어진 케이스가 있다.

휴학 중인 대학공부는 그만두고 싶다고 했다. 아직 유교적인 틀이 남아있는 보수적인 사회에서 트랜스젠더의 삶은 척박할 것이다. 가족도 사회도 그들을 완벽하게 감싸 안지 못한다.

이왕 그 길을 선택했으니 여자보다 더 예쁜 여자로 살아가고 있기를 바란다.

◈남자가 되고 싶은 여자

역시 몇 년전 부모님과 함께 필자를 찾아온 20대 초반의 여자도 대학생이었다.화장기 전혀 없는 얼굴에 숏 커트 머리로 머슴애같은 느낌이었고 전형적인 돌출입이었다. 그런데 자신은 예뻐지는데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그녀는 말수가 적고 침울해보였다. 부모님은 그런 딸을 오히려 못 마땅해했다.

필자는 그녀에게 예뻐지는데 관심이 없으면 돌출입 수술을 받아서는 안된다고 잘라 말했다. 돌출입, 양악 수술은 얼굴의 인상이 많이 변한다. 수술이 성공적이라면 그야말로 몰라보게 예뻐진다. 그런데 예뻐지는 것에 관심이 없고 예뻐지려는 욕구가 없다면 이런 수술은 받을 필요가 없고 받아서는 안된다. 수술이 성공적으로 끝나도 환자는 만족하지 못할 것이다. 맛있는 음식은 미식가에게는 보물이지만, 식탐이 없는 사람에게는 무용지물인 것과 같다. 간절히 원하는 것을 얻어야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것이다.

부모님과 그 딸은 그렇게 돌아갔다. 그러고 나서 몇 주쯤 지나 그녀가 혼자 병원을 찾아왔다. 그녀의 이야기는 이랬다.

자신이 정신과에서 성정체성 장애로 판정을 받은 적이 있다는 것이다. 지난번에는 부모님과 같이 있어서 자세한 이야기를 못했다고 한다. 아직 남자로 성전환을 할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여하튼 정신적으로는 이미 그녀는 남자였다.

이번에는 다른 시각으로 그녀를 볼 수 있었다. 그러니까 지난번 왔을때 ‘예뻐지는데 관심이 없다’고 한 것은 결국 해석을 하자면 ‘예뻐지고 싶은게 아니라 잘생겨지고 싶다’는 이야기였다.

옛날 같으면 남자는 떡두꺼비같은 외모에 장작을 패며 땀을 뻘뻘 흘리는 마당쇠같은 이미지면 족했을지 모르지만 요즘은 남자도 꽃미남이 대세다. 그러니 남자가 되고 싶은 여자도 이왕이면 돌출입을 가진 남자가 아닌 입매가 잘생긴 스마트한 남자가 되고 싶은 게 당연하다.

돌출입 수술이 끝나고 한달 반 쯤 후에 병원을 찾은 그녀는 훨씬 말도 잘하고 낯빛도 밝아져있었다.

무엇보다 스마트하고 세련된 입매를 가진 여자가 되어 있었다. 사실 필자는 그녀가 그냥 현실에 순응해 여자로 살지도 모른다는 마음에 그녀의 입매와 턱끝을 남성, 여성의 특성을 모두 가진 중성적인 아름다움을 가지도록 수술하기 위해 노력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물어보면서 ‘남자한테 시집갈 일은 없으신 건가요?’라고 물었더니 ‘아마 그렇겠죠’하며 환하게 웃는다. 앞으로 그녀에게 어떤 일이 닥칠지 나로서는 짐작하기 어렵다. 마지막 본 그녀의 환한 미소처럼 남자로 살든 여자로 살든 밝은 희망이 가득하기를 빈다.

 

 

칼럼니스트 한상백

현 서울제일 성형외과 원장, 성형외과 전문의, 의학박사

서울대학교 병원 성형외과 수련의, 전공의, 전임의 수료

서울대학교 병원 우수전공의 표창

전 서울대 의과대학 초빙교수

대한 성형외과 학회 정회원

대한 성형외과학회지 논문게재 및 학술대회 연제발표 다수

돌출입 관련 강연, 주제논문 채택, 발표, 방송출연 다수

저서 '돌출입 수술 교정 바로알기'(2006. 명문출판사)

(대한민국 중심언론 CBS 뉴스FM98.1 / 음악FM93.9 / TV CH 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