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08-11] [네이버 뉴스 컬럼] 한상백의 돌출입, 양악 이야기 <2>: 입도 진화한다?

입도 진화한다?
2011-08-11 오후 3:59:04
돌출입 수술을 하러 온 사람들 중에는 ‘원숭이’같은 입모양이 싫다고 하소연하거나 별명이 원숭이, 고릴라 등이었던 사람들이 적지 않다.

실제로 돌출입을 가리켜 simianism(원숭이 모양)이란 용어를 쓰기도 한다.

창조론이나 진화론 어느 쪽의 신봉자든 간에 인류가 인류의 조상으로부터 진화하는 과정을 보여주는 그림을 학창시절의 과학책에서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이 그림들은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네안데르탈인, 크로마뇽인 등 원시인류로부터 현대인에 이르기까지의 과정, 즉 머리가 크고 다리가 짧으며 털이 많았던 초기유인원으로 부터 현재까지의 진화과정을 보여준다.(네안데르탈인이 현 인류의 조상이 아니라는 논쟁 등은 논외로 한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입의 모양이다. 입의 모양을 유심히 살펴보면 확실히 초기유인원들은 영락없는 돌출입의 모양을 하고 있다.

이것은 발견된 유인원들의 두개골로부터 유추한 것이므로 실제로 그 당시의 입은 그와 같은 돌출입의 형태였을 것이다.

입이 유달리 튀어나온 사람들을 유인원, 원숭이,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운운하며 놀림감을 삼는 것도 이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당시의 환경에서는 입이 튀어나온 것, 즉 돌출입이 더 생존에 유리했을 것이다.

익히지 않은 질긴 음식, 단단한 식물 줄기나 뿌리, 사냥한 짐승의 고기 등을 뜯어먹을 수 있는 강력한 턱과 치아의 구조가 생존에 필수적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불이 발견되고 오랜 시간이 흘러 차차 식생활도 달라지면서 부드럽고 먹기 편하게 조리한 음식을 섭취하는 현대인은 기능상의 이유로 돌출입이 더 이상생존에 필요하지 않게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만약 진화의 과정을 그와 같이 거쳤다고 해도 왜 현대에 와서 백인종, 황인종, 흑인종에서 입이 함몰되거나 돌출된 정도가 다르게 나타나는 것인지, 그것이 민족 간의 유전자적 차이인지, 유목생활이나 기후, 고도 등 생활습관이나 환경의 차이인지는 다 밝혀내기 어려운 문제이다.

그렇다는 사실을 현상학적으로 관찰하고 연구할 수 있을 따름이다.

예쁜입에 대한 분석적인 측면으로 들어가보도록 하자.

서양교과서에 따르면 측면 얼굴에서 코끝과 턱끝에 직선을 그었을 때 이 선에서 윗입술은 4 mm, 아랫입술은 2 mm 정도가 떨어져 있어야 예쁜 입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 기준은 동양인 특히 한국인에서는 무리라는 것이 필자의 견해이다.

서양인의 경우는 코가 더 높다는 점도 고려해야 하며 백인에서 예쁜 입이라고 받아들여지는 입모양은 통계적으로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후퇴된 모양, 즉 합죽한 쪽에 가깝다는 것을 이해하여야 한다.

동양인에서는 윗잇술이 코끝보다 1 cm~1.4 cm 뒤쪽에 있어야 한다는 기준이 제시된 바가 있으나 이것은 단편적이고 모호한 기준으로서 돌출입인 경우 코끝만 올려주어도 되는 것처럼 잘못 이해될 우려가 있다.

필자의 견해로는 가장 쉽게 이야기해서 한국인에서 가장 예쁜입으로 생각되는 입의 특징은 코끝과 턱끝을 자로 대어보았을 때 󰡐닿을락 말락󰡑 한 정도라고 생각한다. (물론 입이 나오지 않고, 턱끝의 위치와 길이가 적당했을 때 이야기다)

즉, 입술이 그 선에 아주 살짝 닿거나 1 mm 정도만 떨어진 정도이다. 굳이 이 중에 어떤 것이 더 예쁜가는 개인의 취향에 따라서 다르다.

입술이 살짝 닿는 정도일 때 보다 동안 느낌의 귀여운 입매일 가능성이 크고 입술이 살짝 닿지 않는 정도는 보다 성숙해보이고 우아한 입매일 가능성이 크다.

필자는 환자의 취향을 반영하기 위해 돌출입이나 양악 수술을 하기 전에 환자가 원하는 턱끝모양을 미리 상의하는 방법을 사용하고 있다.

턱끝의 모양은 매우 중요한 문제로서 다음 컬럼에서 다시 다루도록 하겠다.

요즘 우리사회에서는 외모를 경쟁력으로 인식하고 있다.

한 심리학적 연구에서는 배심원이 잘생긴 증인의 말을 믿어줄 가능성이 더 높다는 결과가 있다.

굳이 이러한 지엽적인 예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보기 좋고 편한 인상이 면접이나 대인관계, 업무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인식은 비난의 대상이 될 수 없다.

돌출입이 자신의 성공브랜드인 개그맨도 있는 반면, 돌출입 때문에 주위로부터 놀림감이 되거나 상처를 받는다든지 외모가 콤플렉스가 되어 대인관계가 어렵거나 크고 밝게 웃지 못하는 위축감, 사진 찍기 싫어하는 습관 등 상상 이상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는 사람이 훨씬 많을 것이다.

돌출입 수술과 양악 수술에 십수년을 전념해온 필자는 수천명의 환자들을 만나왔고 때문에 그러한 스트레스를 누구보다도 잘 이해하고 있다.

수술을 알고도 못한 사람, 몰랐던 사람, 치아 교정으로 돌출입을 해결하려다 실패한 사람도 많이 만나보았다.

돌출입을 평생 손으로 가리고 살 수는 없다. 아름다움은 사람의 눈만을 기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도 풍요롭게 하는 것이다.
컬럼니스트 한상백
현 서울제일 성형외과 원장, 성형외과 전문의, 의학박사
서울대학교 병원 성형외과 수련의, 전공의, 전임의 수료
서울대학교 병원 우수전공의 표창
전 서울대 의과대학 초빙교수
대한 성형외과 학회 정회원
대한 성형외과학회지 논문게재 및 학술대회 연제발표 다수
돌출입 관련 강연, 주제논문 채택, 발표, 방송출연 다수
저서 '돌출입 수술 교정 바로알기'(2006. 명문출판사)
(대한민국 중심언론 CBS 뉴스FM98.1 / 음악FM93.9 / TV CH 4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