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10-23] 전문직 34세 여성 A양 시집가다

 

몇년 전이었던가?

친구인 두 여자환자 A양과  B양이  날 찾아왔다. 당시 두 사람은 동갑내기 33세였다.

A양은 심한 돌출입과 사각턱이었으며, 같이 온 B양은 그다지 미녀도 추녀도 아닌 평범한 얼굴이었다.

A양과 B양은 두루두루 특히 의사계 쪽에 많이 알아보고 온 상태여서, 나한테 수술을 받겠다는 결정은 이미 내리고 온 상태였다. 의사들 특히 같은 과 의사들은 사실 누가 어떤 수술을 잘하고 못하는지를 속으로는 잘 알고 있다. 무조건 자기가 제일 잘한다고 말을 해야만 살아남을 수도 있지만, 솔직하게 말을 해주는 의사들도 있다. 이를테면 나 자신도 가슴수술을 할 줄 알지만, 가령 누가 나에게 가슴축소 수술을 문의하면 나보다 더 많이 해보고 잘하는 의사에게 의뢰를 해줄 수 있다.

A양은 당일 검사를 하고 5일 뒤에 돌출입과 사각턱수술이 시행되었고,  B양은 특별히 수술해서 더 예뻐질 얼굴뼈수술은 없는 상태였다.

A양의 돌출입과 사각턱수술의 결과는 그야말로 드라마틱했다. 근무지의 다른 사람들이 '새로온 선생님'으로 알 정도라고 했다. 수술 후 6주 성형외과를 방문한 후로는 난 A양의 소식은 듣지 못했다.

그리고 나서 1년쯤 지났을까...

이번엔 B양이 혼자서 병원에 찾아왔다.

요지는, 자신도 돌출입수술을 해달라는 것이었다.

난 웃으며 거절을 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왜냐하면, 돌출입수술의 대상이 아니니까...

B양은 자신도 예뻐지고 싶다면서 돌출입이 안되면 다른 수술이라도 할 것이 없냐고 재차 반문했다.

이번엔 내가 물었다.

-왜 그렇게 예뻐지고 싶으세요?

-,,,

사실, 성형외과 의사로서는 수술해 줄 곳이 없는 경우가 더 딱하다.

여기저기 수술해야 한다고 하면, 당장은 '내가 그렇게 못났나?' 싶기도 하고, 의사가 야속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그 의사가 진실을 말하고 있고 또 지적한 수술로 정말 예쁘게 만들어줄 실력을 가지고 있다면, 수술할 부위가 아예 없는 사람에 비해서 오히려 행복한 일이다.

아쉬워하면서 일어서려는 B양에게 A양의 안부를 물었다.

-A양은 잘 지내나요?

B양은 멋적게 웃으며 A양에 대한 뒷담화를 시작했다.

-사실, A와 저는 초등, 중등, 고등, 대학교까지 계속 절친이예요. 제가 그 친구에 대해서 모르는게 없죠... 그 친구 선생님께 수술받은 다음에 연예인 이름을 따서 '**샘'이란 별명이 붙었구요. 직장 내에서 한참 화두가 되었었어요. 대쉬하는 남자선배들이 생겼구요.

 그리고는 최근에 결혼했답니다...

 수술 전까지 단 한번도 남친이 있었던 적이 없던 A가,  선생님께 수술받고 나서 남친이 세번 바뀌었었어요.  마지막 세번째 남친과 이번에 결혼한거죠.

 

   절친의 근황을 말해주는 B양이 왠지 쓸쓸해보였다. 몇십년 동안 같이 다니면서 항상 A보다 예쁘다는 소리를 들어왔을 B양.  이제는 34세의 나이가 되어서 시집안가냐는 말이 스트레스가 될 나이인데, A양에게 더 예쁘다는 소리도 결혼도 모두 뒤처지는 처지가 되고 말았다고 느끼는 건 아닐까? 그래서 답답한 마음에 다시 날 찾아왔던 건 아닐까?

 세상 모든 일이 얼굴모양만으로 결정되는 것은 아니다. B양의 좋은 짝도 분명히 어딘가 있으리라고 믿는다.

 여하튼 내가 수술을 해준 A양 입장에서 보면, 수십년동안 B양보다 못한 외모로 평가되었을텐데, 나를 만나서 자신의 얼굴 속에 꼭꼭 숨어있던 아름다움을 끄집어 내게 된 셈이고 그 뒤로 모든 일이 술술 풀린 셈이니, 참으로 나와의 만남이 A양의 인생에서 중요한 인연이었음에는 틀림없다.

 앞으로도 나와의 특별한 인연으로 업그레이드된 인생을 살게 될 운명의 사람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세상 모든 돌출입 환자를 내가 다 수술해줄 수는 없다. 하지만, 날 찾아오는 사람과의 특별한 인연을 좋은 결과로 보답할 준비는 되어있다. 날씨가 차다. 슬슬 퇴근할 준비를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