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8-12] [한상백원장의 돌출입수술 에세이] 합죽이가 된다

 

돌출입수술을 해오면서 의사인 내가 느끼기에, 환자들이 수술을 할때 가장 걱정하는 것이 무엇일까?

나의 그동안의 경험에 의하면 환자들이 가장 불안해하는 부분은 바로 ‘합죽이가 되는 것’이다.

이 ‘합죽염려증’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전국적으로 불어닥친 합죽염려증의 시초는 한 여자연예인이다. 이유야 어쨌건 몰라볼 정도로 다른 모습이 되어 나타난 한 여자연예인이 전국민에게 일종의 충격을 안겨준 탓인지 몰라도, 그 연예인도 돌출입수술을 한 것이 맞냐, 이 병원에서 한 것은 아니냐, 돌출입수술하면 원래 그렇게 되는거냐, 나도 합죽해지면 어떻게 하나 하는 걱정과 불안에 찬 질문들이 끊이질 않는다.

합죽염려증의 또 한 축은 타 병원에서 만들어내는 것이다.

나는 하도 그 이야기를 많이 들어서, 이제 그 레퍼토리들을 다 외우고 있다. 크게 두가지가 있는데, 그 하나는

-선교정을 안하면 합죽이가 된다. 라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경미한 돌출입이어서 수술하면 합죽이가 된다. 라는 것이다.


 일단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에게 돌출입수술을 맡기는 분이라면 합죽이가 될 걱정은 안하셔도 된다. 그 말은, 역설적으로 합죽이가 될 사람이라면 수술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뜻이다.

 합죽하다, 합죽하다는 말은 즉 입이 정상위치보다 더 뒤로 들어가있는 모양을 뜻한다. 이렇게 되면 턱끝이 다소 더 길어보인다. 치아가 모두 빠져 음식을 우물우물 어렵게 드시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입모양이 바로 합죽한 것에 해당한다.

 그런데, 무조건 선교정을 안하면 합죽이가 되거나 경미한 돌출입이면 합죽이가 된다는 말은 무슨 근거일까?

 이중 선교정이야기는 가끔 맞는 경우가 있다. 즉, 선교정이 필요할때가 실제로 있다는 이야기다. 이를테면, 상악만 돌출인데 치아가 적응을 해서 위/아래 치아사이의 공간으로 휘는 방향으로 꺾어져 있는 경우가 있다.  즉, 상악만 돌출인데 치아가 휘어서 위/아래의 치아끝이 잘 맞물려버린 경우에는 선교정을 해서 원래 치아각도로 되돌려 놓은 다음에 상악만 돌출입수술을 해야하는 경우가 있다. 이외에도 선교정이 필요한 경우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나의 케이스 중에서도 선교정을 한 케이스가 1% 미만 정도 있다.

 하지만 선 수술 후 나중에 교정을 해도 충분한 경우가 대다수이다. 요즘의 돌출입수술은 잇몸뼈와 치아를 단지 평행이동만 하는 것이 아니라 3차원 이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수술 후 교정을 어떻게 할지를 예상해서 이것에 맞추어 충분히 선 수술을 할 수가 있다. 이것이 바로 진정으로 유기적인 성형외과-치과 협진의 혜택이다.

 그런일은 없어야 하겠지만, 선교정이 수술환자의 수술에 대한 저항감을 낮추는 효과도 있고 그렇게 이용되는 부분도 있을 수 있다. 즉, 선교정은 우선 낮은 비용을 제시하기도 하고 이렇게 일단 선교정을 시작하게 되면 이제는 그야말로 빼도 박도 못하고 그 병원에서 계획한 그대로 수술을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다.

 경미한 돌출입은 수술하면 합죽이가 된다는 말은 좀 더 어이가 없다.

 이 말은, ‘사과는 껍질 깎고나면 먹을게 없는 과일이다’ 란 말과 진배없다. 껍질을 칼로 깎을 때 얇게 깎으면 될 일 아닌가? 얇게 깎을 재주가 없는 사람이나 이런 말을 할 것이다. 돌출입 수술도 마찬가지이다. ‘경미한’ 돌출입은 ‘경미하게’ 절골해서 집어넣으면 될 일이다.

 언젠가 어떤 성형외과 의사가 나에게 질문을 해왔다.

-한원장님 돌출입수술 많이 하시죠? 뭐 하나 여쭤볼게요. 돌출입수술을 하나 했는데, 거의 제일 조금만 넣었거든요. 근데 환자가 합죽하다고 그러네요. 내가 봐도 좀 그렇구...

 그 의사도 안됐지만  환자가 불쌍해서 (앞으로는 그런 환자 만들어내지 말라는 심정으로) 내가 알고 있는 ‘합죽이 예방법’을 알려주긴 했으나, 사실 그렇게 몇마디 원포인트 레슨으로 될 일은 아니다.

 합죽이예방은 우선 합죽이가 될 사람 즉 돌출입수술의 대상이 아닌 사람을 잘 솎아내는 것이 기본이겠지만, 실제로 돌출입수술의 대상이 맞았다고 해도 단지 입을 적게 넣는 것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고, 그 외에 고려해야할 중요한 포인트가 있다. 그것은 미적감각과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것이어야 하니 어차피 말로 설명할 일도 못되고, 또 이 지면에 말로 설명할 이유도 없다. 환자들에게 결과로써 보여주면 될 일이다. (화가는 자신이 그림을 멋지게 그리는 방법을 굳이 설명하려들지 않는다)

 '합죽염려증'을 가진 분들에게 '합죽이 예방'이 가능한 기본요소 몇가지만 말씀드리고 글을 마치려고 한다.

 * 합죽이가 안되기 위해 필요한 기본요소

1. 경험많은 치과 분석 :  분석자체가 합죽이를 만드는 분석이면 100% 합죽이가 나온다. 학창시절 배운 서양교과서를 기준으로 분석을 하는 (아마도 초보)치과의사의 분석에 따라 수술을 하면, 서양인 입이 나오는 게 당연하다. 경험이 많은 치과의 분석이라는 것은 결국 성형외과집도의의 수술결과가 다시 분석량에 미세하지만 피드백을 하는 유기적 협진을 거쳐서 탄생하는 것이다.


2. 신축성있는 분석결과의 적용 : 환자가 가진 살성, 다른 얼굴뼈의 형태, 피부, 입술의 두께, 나이, 결혼여부, 환자가 원하는 것들을 충분히 고려하여야 한다. 이것은 환자와 의사간의 충분한 대화와 성형외과 의사의 숙련된 경험과 미적인 눈에 의해서 가능해진다.


3. 수술의 정확도 : 4 mm 를 절골하라고 했는데 절골하고 자로 재보니 5 mm 더라...이래서는 분석이 아무 의미가 없다. 웬만한 거리에서 보았는데도 1mm 이하의 차이도 정확히 짚어내는 내 눈 때문에, 이번 개원할 때 인테리어업자들도 나한테 ‘두 손 들었다’고 했던 에피소드도 있다.


4. 집도의의 눈 : 뭐가 예쁜 줄 알아야 그걸 만들어 낼 수도 있다. 수술은 기계로 찍어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수술 과정 중에 어느정도의 변화를 만들어 낼 수가 있다. 만약 분석결과대로 수술을 하고 있는데 환자의 입모양이 점점 합죽해지는 것을 알면서도 그냥 분석결과 그대로 수술을 마쳤다면, 이 의사는 눈을 감고 수술한 것과 다를 바 없는 것 아닌가?



5. 화룡점정 : 그림 속의 용의 눈에 점을 찍자 승천을 했다는 고사성어로, 어떤 일에 마지막 획을 그어 훌륭하게 완결을 짓는 것을 의미한다. 돌출입수술도 이와 마찬가지로, 입을 단지 넣는 수술 이외에 조금 더 필요한 수술들이 있다. 이것은 환자분들에게 결과로서 보여드리도록 하겠다.


 여하튼 합죽이염려증이 있으신 분들에게 맘편한 글이 되었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