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2-20] 이번에는 2란성쌍둥이 동시 돌출입수술

요즘에는 산모의 고령화추세로, 배란유도나 시험관아기로 태어난 아기들이 많아지면서 쌍둥이들이 적잖게 태어난다. 하지만 현재 20대, 30대의 나이에서는 쌍둥이를 찾아보기가 아주 쉬운 일은 아니다.

 1년쯤 전에 일란성쌍둥이 형제 중 형을 먼저 돌출입수술 해준 일이 있었는데, 몇 달전에는 2란성쌍둥이 자매를 두명다 동시에 수술해준 적이 있다. 돌출입수술을 집중적으로 많이 하다가 보니, 참 확률상 어려운 일도 의사인 내게 생기는 셈이다.

쌍둥이들은 어렸을때부터 서로 질투(?)가 심해서 옷을 사줘도 똑같이 사줘야 하고, 장난감을 사줘도 똑같이 사주면서 키운다고 한다.
그렇게 컸을 쌍둥이 자매가 이번에는 내게 돌출입수술을 똑같이 받게 되었으니 참 흥미로운 일이다.

 2란성 쌍둥이는 완전히 똑같지는 않다. 그런데도, 엑스레이 분석의 결과 입을 넣고 턱끝을 이동시키는 양은 상악과 턱끝에서 0.5 mm 의 차이만 보였을뿐 거의 똑같은 수술계획이 세워졌다.

 수술은 같은 날 시행되었다.
 11시가 좀 넘어 첫수술에 들어갔고 (언니 먼저였는지 동생먼저였는지는 생각이 잘 나지 않는다) 수술시간은 예정대로 한시간 사십분 쯤이 걸렸다. 점심을 먹고, 오후에 다시 또 한명의 돌출입수술에 들어갔고, 역시 계획대로 수술은 깔끔하게 마무리가 되었다.

 이 수술을 하는데에는 조금의 우여곡절(?)이 있었다.

 첫 진료/상담을 왔을 때 수술방법에 대해 자세히 설명을 해주었을때, 언니가 아주 무서워했었다. 동생은 언니를 다독거리며 그게 뭐가 무섭냐며 너스레를 떨었었다.

 그런데, 쌍둥이자매 중 동생이 전에 심장이 안좋다는 소리를 들은적이 있다고 했고, 우리는 심장만 전문으로 보는 내과에 동생의 진료를 의뢰했다. 결과는 괜찮다는 것이었고, 따라서 마취와 수술에 지장이 없다는 판단을 받았다.

 그런데도, 동생은 막상 수술직전에는 너무나 불안하고 무서워했다. 거의 건강염려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이번에는 초진때와는 반대로, 언니는 아무 걱정없이 늠름하고 의연했다. 이번에는 언니는가 불안해하는 동생을 추스려주었다.

 수술이 잘 끝나고, 2인실 병실에 나란히 누워있는 두 자매의 회진을 하러 갔다.
 그런데 이번에는 다시 또 상황이 역전되었다.
 불안해하던 동생은 거뜬하다며 완전히 생글생글 웃고 있었으며, 이번에는 다시 언니가 축 처져 있었다.

 가뜩이나 헷갈리는 두 환자가 수술전후로 자꾸만 엇갈리는 반응을 보이니, 점점 더 헷갈릴 수밖에....^^

 결국에는 두 자매 모두 아무 문제없이 회복이 빨랐고, 붓기도 평균보다 오래가지 않았다.

 치료날짜에는 항상 두 자매가 같이 나타났고, 난 항상 언니와 동생을 헷갈려했다. 입매가 비슷해지니 더더욱 구별이 잘 가지 않았던 모양이다.

 두명다 수줍음이 많은 20대초반의 두 자매는 요즘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이제는 수술 후 마무리 교정도 다 끝나갈때가 되었을텐데...

 수술경험이 차곡차곡 많아질수록 점점 더 (확률상) 접하기 어려운 케이스의 환자들을 접하게 된다.
 (브라운관이나 영화관에서만 보았던 배우들을 접하게 되는 얘기는 논외로 하자)


1란성쌍둥이, 2란성쌍둥이를 수술하는가 하면, 얼마전에는 심장수술을 받았던 경력이 있는 주부가 꼭 돌출입수술을 받겠노라고 해서 준비중이다. 더 희귀한 케이스라면 어떤 것이 있을까? 트랜스젠더의 돌출입수술이나 세쌍둥이의 돌출입수술, 모녀의 동시 돌출입수술같은 케이스가 생길날도 멀지 않았다.

 그 환자가 쌍둥이건 희귀한 케이스건 너무나 일반적인 케이스건 환자 한명 한명에게 최적의 수술을 위해 내가 의사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는 것은 똑같다. 하지만, 재미있는 경우의 환자를 만나는 것은 참 흥미로운 일인 것은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