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2-08] [칼럼] 한상백의 돌출입과 인생 <127회> : 죽진 않나요?

<죽진 않나요?>



필자는 돌출입, 광대뼈, 사각턱을 해결하러 온 환자들을 직접, 꽤 오래 상담한다.

의사가 환자를 직접 보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인데, 일부에서는 원장 대신 주로 실장이 환자를 보고 수술계획을 잡는다고 한다. 좀 의아한 일이다.

사실, 수술보다 상담이 더 힘들다. 비슷한 한 시간 정도의 시간이지만, 수술은 마침표이고, 상담은 따옴표다. 즉, 수술은 말없이 좋은 음악을 들으며 내 손끝으로 아름다움을 빚어 환자의 돌출입 인생에 종지부를 찍어주는 즐거운 마침표인 반면에, 상담은 아직 의심과 두려움 속에 수술을 고민하는 환자들의 불안에 맞서 쉬지 않고 말을 하는 따옴표다. 실제로 성대가 혹사당해서 거의 항상 목이 잠겨 있다.

수술에 열정을 다 쏟아 붓고 나온 후의 상담은 더 힘들다.

환자의 불안은 모르는 바 아니다. 내가 환자라도 그럴 것이다. 일상적이지 않은 터닝포인트를 앞두고 불안해하는 것은 심리학적으로 정상적이고 대단히 자연스러운 방어기전이다.

오늘, 질문도 많고, 수술할 부위도 많은 여성 환자를 장시간 상담하고 나서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환자가 하는 마지막 질문.

-죽진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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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택시를 탈 때와 비행기를 탈 때 어느 쪽이 더 위험하다고 느끼시는지?

아마 비행기를 택한 분들이 더 많을 것이다. 필자도 비행기가 이착륙할 때 덜컹거리면 가슴을 쓸어내린다. 가족의 손을 꼭 잡기도 한다.

통계는 어떨까?

도로 위의 전광판은 매일매일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알려주는데, 거의 매일 사망자가 있다.통계에 의하면, 한국의 2020년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3081명이며, 100만명 당 교통사고 사망률은 65명이다. 같은 해 미국의 교통사고 사망률은 100만명당 124명이다.

반면에 일반적으로 비행기 사고로 사망할 확률은 100-300만 명 중 1명이라고 한다. 즉, 실제로는 비행기가 수십에서 수백 배 더 안전한 셈이다.

그런데도 왜 여전히 자동차보다 비행기가 더 위험하게 느껴지는 걸까?

아마도 기존에 비행기 추락사고로 탑승자 전원이 사망한 뉴스를 접했던 충격적인 기억, 발이 땅에서 떨어져 공중에 떠 있다는 직관적인 감각에 의한 공포심, 만약 내가 탄 비행기에 문제가 생기면 탈출할 방법도 겨를도 없이 꼼짝없이 사망한다는 두려움 때문일 것이다.

돌출입수술에도 이와 비슷한 착각이 존재한다. 한 번도 돌출입수술로 사망한 예가 없는데도, 전신마취하고 뼈를 자르는 수술이라는 것만으로도 직관적인 공포심을 일으켜, 매우 위험한 수술이라는 오해를 받는다. 물론 가능성이라는 것은 늘 존재한다.

* * *

돌출입으로 어렸을 때부터 놀림의 대상이 되고, 컴플렉스가 되어 자신감을 잃고 마음의 상처를 지닌 환자들이 많다. 돌출입이 그 정도까지는 아니더라도 현재의 그냥 ‘평범’해 보이는 평균적인 입매보다 더 세련된 입매를 가지고 싶어 하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이 분들이 필자에게 진료를 받으러 오는 것까지만 해도 사실 용기를 낸 것이다. 필자가 환자를 보자마자 억지로 수술대에 눕히는 것도 아닌데, 그래도 환자입장에서는 수술을 가정하는 것만으로도 무섭고 두려운가보다. 결국 그 두려움을 이겨내고 수술대에 눕는 환자들이 있는 반면에, 결국은 포기하는 환자들도 있다. 뿐만 아니라 ‘포기 당하는’ 환자들도 있다. 옆에서 만류하는 것이다.

정말 돌출입수술은 목숨까지 걸어야 하는 수술일까?

위험성이라는 것에 대해 몇 가지 생각해보자.

첫째, 점 빼는 수술은 위험한가?

‘돌출입수술은 전혀 위험하지 않다’라고 말하면 궤변일 것이다. 무조건 수술을 권유하는 ‘나쁜 의사’로 오인될 수도 있다. 그렇다. 수술의 위험성은 상존한다. 그런데, ‘비행기 여행은 전혀 위험하지 않다’라고 말하면 어떤가? 추락의 위험성도 상존하지 않나?

위험이란 상대적이다.

이를테면 미용성형수술 중에 가장 작은 수술이라고 할 수 있는 점 제거수술의 경우, 치명적인 합병증이 생겼거나 사망한 예는 없다. 치명률은 당연히 제로이다. 점 제거 수술을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돌출입수술, 즉 전방분절절골술(ASO) 역시 아직까지 국내에서 치명률의 보고가 없다. 다른 얼굴뼈 수술이나 양악수술의 경우 드물게 치명률이 보고되었던 사실과 대비된다. 근본적으로 돌출입수술은 수술 부위가 깊지 않고, 대량 출혈을 유발할만한 큰 혈관이 지나지 않으며, 위/아래 치아를 묶는 악간고정(IMF; intermaxillary fixation)을 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일상생활에서 갑자기 코피가 난다 해도, 입 벌리고 숨 쉬는 데 지장이 없고 수월하게 멈추는 것과 유사하게, 돌출입수술이 제대로 시행된다면 생명에 지장을 주기는 어렵다. 전신마취의 치명률도 비행기 사고율보다 낮은 것으로 되어 있다.

한편, 치명적이지는 않더라도 어떤 수술이든 합병증에 대한 위험은 상존한다. 그러나 그것은 ‘가능성’이다. A라는 수술을 하면 반드시 크건 적건 B라는 합병증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자동차를 타면 반드시 크고 작은 사고가 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점 제거수술이든, 돌출입수술이든, 편도선수술이든, 맹장수술이든 출혈, 감염 등 합병증의 ‘가능성’이 존재하는 것은 같다.

둘째, 활을 누가 쏘는가?

위험은 그 행위뿐만 아니라, 행위자에 따라서도 달라질 것이다. 올림픽 양궁 금메달리스트가 사람이 많은 곳에서 과녁을 향해 화살을 쏴도 거의 위험하지 않겠지만, 같은 활을 훈련이 되지 않은 사람에서 쥐어주면 아주 위험할 것이다.

초보 조종사라면 비행기를 모는 것이 자신도 떨리고, 그 비행기에 탑승하는 승객은 (비행기 조종사가 초보라는 사실을 안다면) 더더욱 불안할 것이다.

그러나, 만약 25년간 비행을 해 온 비행기 조종사가 비행할 때마다 무섭고 떨린다면 이상한 일이다. 필자에게 돌출입수술은 개인적으로 어떤 수술보다도 편안하게 느껴진다. 다만, 모든 수술에 임할 때에는 항상 최고수준의 주의와 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늦추지 않으면서, 금과녁을 조준해야 한다.

셋째, 의사들은 위험을 못 느끼나?

돌출입 수술이 위험하다고 느끼는 것은 사실 일반인뿐만이 아니다.

의료계 종사자인 의사나 치과 의사들도, 잇몸뼈를 절골하는 돌출입 수술을 한다고 하면 그렇게 위험한 수술을 왜 하냐며 만류할 수 있다. 특히 피 보며 수술하는 게 싫어서 내과계열을 택한 의사들이나 교정치과 의사들이라면 더더욱, 절골하는 수술을 부담스럽게 느낄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매일 얼굴뼈를 절골하며 사는 필자도, 매일 머리뼈를 열고 뇌를 절제하는 신경외과 교수 친구나, 매일 가슴뼈를 열고 펄떡거리는 심장을 수술하는 흉부외과 전문의 친구를 보면, ‘저 친구들은 참 위험한 수술을 하고 산다’고 느낀다.

그런데, 역으로 그들은 내가 건강한 사람 얼굴뼈를 절골하는 걸 더 대단하고 신기하게 생각한다. 역시 위험은 상대적이다.

넷째, 두려움와 두려움이 만나면?

돌출입 수술이 무서운 환자와, 돌출입수술은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치과의사가 만나면, 돌출입에 교정치료를 시작하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진다. 교정은 그 자체로 훌륭한 치료법이지만, 문제는 교정만으로 개선되기 어려운 중등도 이상의 골격성 돌출입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소위 ‘돌출입 교정’만으로는 잇몸골격 자체가 직후방 이동될 수 없고, 무턱이나 긴 턱 등의 턱끝 위치도 조절이 불가능한 한계가 있다.

치료법의 선택은 환자의 자유다. 그러나, 이왕 치료를 받는다면 완벽한 결과가 나오는 것이 더 행복할 것이다.

* * *

역대 최악의 코로나 사태로 거의 2년간 외국 여행이 금지되면서, 그동안 악전고투하던 항공업계는 숨통이 트일 것이란 기대감에 차 있다고 한다. 방역 우수 국가 사이에 양국간 격리조치 없이 여행을 허용하는 트래블 버블 협약을 통해, 앞으로 자가격리가 면제되고 입국제한 조치가 완화되면, 그동안 불가능했던 해외여행이 점차 자유로워질 것이다.

위드 코로나가 시작된 11월의 첫날, 조심스럽게 내년 봄 가족 여행을 꿈꿔본다. 성형외과 전문의에게 겨울여행은 거의 불가능하다. 많은 환자들이 겨울방학기간에 돌출입수술, 광대뼈, 사각턱수술을 원한다. 수험생들에게는 대학입시가 끝나고 새로운 출발을 하기 전의 절묘한 타이밍이고, 겨울방학이 더 길며, 학생, 학부모 모두에게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기 전일뿐만 아니라, 두툼한 옷가지로 가리기도 쉽고, 무더울 때 수술을 하면 덧난다는 (옳지 않은) 편견 때문이기도 하다.

만약 가족 해외여행을 가기로 해놓고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비행기 사고’라는 키워드로 웹문서를 뒤지기 시작하면, 세상에 비행기 여행보다 더 위험한 것은 없다고 느껴질 것이다. 실제로 여객기 추락 사고는 적잖이 존재했다. 만약 그 위험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내지 못하고 예약해놓은 여행을 갑자기 전격 취소한다면? 이 정도면 가히 불안장애(anxiety disorder) 혹은 공황장애(panic disorder)라고 해야 할 것이다.

얼굴뼈를 수술하는데 무신경하게 그냥 하면 된다는 뜻은 아니다. 집도의는 합병증 예방과 안전에 대한 최선의 주의, 아름다운 결과를 내기 위한 최고 수준의 심미적 집중력을 발휘해야 할 것이고, 환자도 어떤 궁사에게 활을 맡길 것인지 어떤 궁사가 금과녁에 활을 쏠 능력을 가졌는지를 꼼꼼히 따져보고 신중을 기해야 할 것이다. 특히 돌출입수술은 인상의 변화가 크고 재수술도 어렵기 때문에, 단 한 번의 수술로 어떤 얼굴로 살아갈 것인지가 결정된다.

기다리던 해외여행 당일, 비행기 안으로 걸어 들어가면 승무원이 좌석표를 보며 안내를 해줄 것이다. 이 때 승무원을 직시하며 진지하게 이렇게 묻는다면?

-이 비행기가 추락하지는 않나요?

한 번도 이런 질문을 하는 승객을 목격한 적은 없는 반면, 필자는 돌출입수술, 얼굴뼈 수술하다가 ‘죽진 않나요?’와 같은 질문을 받곤 한다. 숙명이려니 하고 빙그레 웃는다.

‘왜 사냐건 웃지요’

시인 김상용의 시 ‘남으로 창을 내겠소’의 마지막 행이다.

한 상 백

현 서울제일 성형외과 원장

서울대 의학박사, 성형외과전문의

서울대 의대 준우등 졸업

서울대 의대 대학원 졸업 및 석, 박사학위 취득

서울대병원 수련의, 전공의, 전임의

서울대학교병원 우수전공의 표창(1996년)

전 서울대 의대초빙교수

저서 돌출입수술 교정 바로알기(명문출판사,2006)

대한 성형외과 학회 정회원

대한 성형외과학회지 논문게재 및 학술대회 발표, 강연

2018,2019 한국 및 타이완 성형외과 국제학술대회에서 돌출입수술 초청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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