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7-18] 돌출입수술 10일째 수술을 집도한 내게 와서 엉엉 우는 환자

 

오늘은 돌출입수술을 하고 내게 와서 엉엉 울던 환자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C양은 대학생이었는지, 대학원생이었는지는 확실하지 않은 스물 여섯 살의 여자환자였다.
돌출입수술로 앳되어 보일 수 있는 얼굴이었던 그녀는 튀어나온 입과 무턱증상으로 많이 손해를 보는 얼굴이었다.

나는 그녀가 돌출입수술을 통해 예뻐질 수 있을거라 자신하고 있었고, 수술은 예정대로 말끔하게 진행되었다. 턱끝을 좀더 오똑하게(앞으로 전진시켜)만들어줄 것인가, 아니면 약간 귀여운 정도로 마무리할 것인가에 있어서, 환자와의 상의 끝에 후자쪽으로 정했다. 즉, 동글동글하고 높지않은 코모양 등 환자가 가진 동양적인 분위기를 살려서 턱끝을 귀여운 쪽으로 만들어주기로 했던 것이다.

턱끝을 귀여운 쪽으로 만든다는 것은, 거꾸로 말하면 "덜 합죽하게", 그러니까 "합죽하다의 반대"  쪽으로 만들어준다는 뜻도 된다. 한편, 턱끝을 앞으로 전진시키는 것을 너무나 불충분하게 해서 오히려 무턱증상이 남아있게 되면, 이번에는 귀엽다기 보다는 입이 덜들어간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돌출입수술은 이런 면에서 참으로 섬세한 수술이 아닐 수 없다.

어느날 내게 돌출입수술을 이미 받은 환자라면서 병원에 전화가 왔다. C양이었다.
C양의 목소리는 거의 기어들어가는 듯 했으며, 완전히 우울해하는 목소리였다.
C양의 얘기는, '입이 너무 들어간 것 같아요. 너무 걱정돼요' 하는 것이 요지였다.

C양이 누군지 확실히 기억하고 있던 나는, '지금 시기적으로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시기이긴 하지만, 결과적으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안심하세요' 라는 취지의 답변을 했고, C양은 완전히 안심하는 눈치는 아니었지만 일단 전화를 끊었다.

다음날, 불쑥 C양이 병원에 찾아왔다. 눈이 퉁퉁 불어있었다.
진료실에 앉은 그녀는 흐느끼기부터 했다.
난 도대체 왜 우는 거냐고 반문했고, 그녀는 '수술한 걸 후회한다. 입이 합죽하게 들어갔다. 다시 빼내주시면 안되냐?'고 되뇌이며 그야말로 닭똥같은 눈물을 뚝뚝 흘렸다.

집도한 의사인 내쪽에서는 사실 이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 병원을 찾아온 그 당시 부어있던 그 상태에서도 입은 결코 합죽하지 않았을뿐더러, 수술 계획자체가 동양적인 턱끝을 만들어준 경우였기 때문에 입이 합죽해보일 리는 만무한 경우였기 때문이다.


보통 이렇게 설명을 하면 환자들은 괜한 기우였나 생각하고 안심하기 마련이다.
그런데도 C양은 완전한 우울 모드에 들어가 있었다. 의사의 얘기와 무관하게 입이 너무들어갔다는 자신의 신념속에 완전히 빠져서 그저 후회의 눈물만 흘리고 있었다.
어찌나 우울해보였는지, 집에 돌려보내고 나서도 의사인 내가 오히려 환자의 안위를 걱정해서 직접 전화로 안부를 물어볼 정도였으니까...



그리고 다음에 C 양이 병원에 온 것은 수술 후 6주때 치간 철사를 풀기위해서였다.

대기실에 앉아있는 그녀는 이번에는 해맑게 웃고 있었다. 나도 그녀를 보니 씨~익 웃음부터 나왔다.
-이쪽으로 오세요. 치료실루...

철사를 풀고, 수술 전후 사진을 찍은다음, 수술전후 사진을 비교해주는 시간이었다.


수술 후 10일째 진료실에서 엉엉 울던 그녀가 이번에는 수술 후 6주째 같은 자리에 앉아 웃고 있었다. 겸연쩍기도 하고, 현재 상태가 만족스럽기도 하고 한 모양이었다.

내가 물었다.

-지금 어때요? 예쁘시죠?
-네...좋아요.
-**씨, 수술 후 열흘짼가.... 여기서 엉엉 울었던거 기억...나죠?
-풋...네.

-아니...저...왜 그때 울고불고 그랬냐고 뭐라하려는게 아니구요. 다른 환자들에게도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좀 자세히 물어볼께요. 대체 왜 그랬었던 것 같아요?

- ^^*
- 혹시 너무 달라진 모습이 자기모습같지 않아서 확~ 불안해진 것인가요? 아니면 부어있을 때 입술이 쏙 말려들어가 있어서 실제로 합죽하다고 느꼈나요?
-둘 다였던 것 같아요. 하하...


이렇게 엉엉 울었던 환자의 결말은 해피엔딩으로 끝났다.

사실 수술 직후에 환자들의 심리를 보자면, 대부분은 벌써 마냥 행복해하고, 몇몇은 예뻐지긴 했는데 조금 걱정스러운 부분을 표현하는 정도이다. 그런데, 갑자기 수술 후 열흘 째 내 앞에서 수술을 후회한다고 대성통곡한 환자가 나타났으니 적잖이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수술이 계획대로 잘 된 것, 턱끝을 오히려 귀엽게 만들어준 것에 대한 돌출입 성형전문가로서의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스스로 이성적인 중심이야 흔들리지 않았지만...내 앞에서 엉엉 우는 환자 앞에선 어찌 할 도리가 없다. 남자는 눈물에 약한 것인가?

C양은 결국 유추해보면 정신적으로 아주 건강한 사람이었다. 그런데도 수술 후 열흘째 불필요한 걱정을 스스로 눈덩이처럼 부풀려 자기 생각속으로 빠지는 그런 반응을 보였었다는 것이 참 의아한 일이다. 결국 붓기가 빠지면서 시간이 해결해주었고, 스스로 거울을 보면서 만족해 갈 수 있었다는 것은 예정된 일이긴 했지만 말이다.

 의사로서 이러한 경험이라는 것은, 실제로 수많은 돌출입 환자를 대해보지 않고서는 얻을 수 없는...그야말로 산 경험이다. 또 앞으로 몇 년을 더 돌출입수술을 하면 이처럼 과잉반응을 보이는 환자를 만나게 될지 모를 일이다. 어찌됐건 그 어떤 환자라도 결국에는 해피엔딩으로 막을 내릴 수 있도록 할 자신은 있다.

그 날 C양은 즐거워하며, 자신의 수술전후 사진을 이메일로 달라고 했었다.
아무쪼록 그 사진을 보면서, 진료실에서 어이없이 흘렸던 눈물의 수천배 수만배 더 큰 기쁨을 누리며 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