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4-18] [실제 턱끝뼈 사진과 함께] 일란성 쌍둥이 형을 돌출입수술해준 이야기

주위의 가족, 친척이나 친구중에 누구나 쌍둥이 한명쯤은 있게 마련이다.
그 중에서도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똑같은 일란성쌍둥이를 보면, 참으로 생명의 신비가 느껴지곤 한다.

얼마전 나를 같이 찾아온 형제는 일란성쌍둥이였다.
돌출입수술을 집중적으로 많이 하다가 보니, 일란성 쌍둥이 두명이 모두 나에게 돌출입수술을 받게되는, 비교적 확률상 일어나기 힘든 일도 생기게 된다.

우애가 좋고 착하고 성격이 서글서글해 보이는 두사람은 모두 돌출입수술의 대상에 해당하는 윤곽을 가지고 있었다.

 굳이 비교하자면, 형의 돌출입이 약간 더 심했다.
 그러니까, 같은 유전자를 타고 났어도 후천적인 습관이나 환경에 의해서 돌출입의 정도가 약간씩은 달라질 수 있다는 반증이 되는 셈이다.

 

 두 사람 모두 웃을때 잇몸이 많이 보이고, 상악의 앞부분이 내려앉아 앞니가 밑이로 처져있어보이며, 턱끝이 무척길면서 이상적인 위치보다 뒷쪽에 있어서, 상악을 3차원적으로 이동해서 후방, 상방이동시키고 하악을 후방이동시키는 돌출입수술과 동시에 턱끝의 세로길이를 줄이는 수술을 해야할 것으로 판단되었다.

 두 사람 다 수술의 대상이고 수술을 받고자 원했지만, 이번에는 개인적인 사정으로 형이 먼저 수술을 받게 되었다.

 수술은 계획대로 한시간 사십분이 조금 너머 끝났고,
 턱끝길이를 줄이는 수술을 하기 위해 샌드위치형식으로 절골해낸 뼈조각을 가지고 수술장을 나왔다.

 

<이 부메랑 처럼 생긴 뼈조각이, 턱끝의 세로길이를 줄이기 위해 샌드위치 형식으로 두번 수평절골해서 '저며낸' 뼈조각이다>

사진에서 보면, 양쪽 모양이 아주 대칭적으로, 예쁘게 절골이 되어 있음을 알수있다.

 뼈 표면에 번들거려보이는 액체는 포르말린이다. 뼈조각은 포르말린에 담가두어야 부패와 변형을 방지할 수 있다. 이 포르말린 냄새를 맡으면, 옛날 의대본과 1학년때 포르말린 냄새에 눈물 콧물을 흘려가면서 시체해부에 매달려야 했던 추억이 떠오른다.

 

 아마 이 사진을 보는 일반인들은 '예쁘다'는데 동의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저 징그럽고 괴기스럽고 엽기적이기만 할 뿐....

 

 그러나 돌출입전문의를 자부하는 나로서는, 그동안의 축적된 감각과 솜씨로 이렇게 자로 잰듯이 똑바로 절골해낸 수술의 결과물을 보면, 아름답고 보람스러운 느낌이 드는 것을 어쩔 수 없다. 

 사람뼈를 수술하는데, 마치 공예품 만드는 것이나 작품 만드는데 쓰는 용어처럼 보이는 '장인정신' 이나 '예술가적 기질'을 논하는 것이 무리가 있을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얼굴뼈라는 실재하는 대상을 수술용 톱이라는 실재하는 도구를 가지고 내 눈 앞에서 예쁘고 아름답고 정확하게 다듬고 '절골'해서 예술적인 뼈의 윤곽을 탄생시켜야 하는 나로서는, 이런 장인정신에 입각해서 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어쨌든,

 일란성 쌍둥이의 형을 수술해줌으로써, 그 둘은 이제 전혀 헷갈리지 않는 완연한 딴판의 얼굴이 되어버린 상태다.

 앞으로, 쌍둥이 중 동생까지 수술해서 다시 일란성쌍둥이를 재탄생 시켜 줄 일이 남아있으니, 나의 돌출입 수술 경험 중에서도 실로 흥미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2005-3-8 돌출입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