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11-29] 돌출입+사각턱+광대뼈+가슴 수술을 한꺼번에 받은 프리랜서

사각턱, 광대뼈, 돌출입, 가슴 수술을 한꺼번에 받은 프리랜서


의사인 내가 직접 쓰는 돌출입수술 후기를 쓰면서, 가장 신경이 쓰이는 부분 중 하나가,
수술받은 환자의 수술 전 인상에 대해서 쓰는 일이다.

아무리 지금은 수술을 해서 예뻐져 있다고 하지만, 그래도 자신이 20~30년 가져왔던 자기 모습인데, 그걸 이랬었다 저랬었다 표현하기가 좀 미안한 마음이 든다.

어쨌든 그 프리랜서 분의 첫인상은 '강함' 이었다.
광대뼈와 사각턱, 돌출입이 모두 제각각 튀어나와 있어서, 여성스러움보다는 남성적인 윤곽이 느껴지고, 또 그래서인지 추진력이 강하고 다소 사나워 보이기까지하는 인상이었다.

그녀의 경우 얼굴에서 수술을 하자면, 돌출입만으로는 부족했다. 광대뼈와 사각턱수술은 반드시 동반되어야 완성도가 높아질 것이 불보듯 뻔했다.
 본인은 다행히 광대뼈와 사각턱에 대해서도 인지하고 있었고, 그래서 얼굴에서 세가지 수술은 동시에 하기로 하였다.
 게다가 수술하는 김에 가슴확대수술을 같이 받고 싶노라 했다.

여담이지만,
우리 병원은 '명실상부한 돌출입전문 병원'으로서의 브랜드(?) 이미지가 너무 강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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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여기서 쌍꺼풀 수술도 해요?" "코수술도 많이 해보셨나요?" "지방흡입을 딴데서 받을 건데, 돌출입수술은 얼마나 있다가 하러 오면 돼요?" 와 같은 질문을 심심치 않게 받는다.

돌출입수술은 얼굴뼈를 다루는 윤곽수술중에서도 가장 난이도가 높은 수술이다. 때문에 이수술을 잘 할 수 있으려면, 모든 기본적인 수술을 이미 섭렵했어야 한다.

좀 우스운 비유를 하나 하자면,
돌출입수술은 황제가 먹는 궁중요리 정도라고 할때, 사각턱이나 광대뼈 혹은 가슴수술이나 지방흡입수술은, 탕수육이나 양장피 정도의 요리이고, 눈, 코 수술은 짜장면이나 짬뽕에 해당한다고 보면 될 것이다.
짜장면에는 나름의 art 가 없다고 말하는 것은 전혀 아니다. 하지만, 궁중요리를 제대로 해 내올 수 있는 특급식당이라면 짜장면도 맛있을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결국 그 환자분은, 얼굴에서 사각턱+광대뼈+돌출입 수술, 그리고 가슴확대 수술을 동시에 받기로 하고 검사까지 끝마치셨다.

 '수술 종류가 많아진다는 것은 그만큼 고칠 데가 많다 즉, 수술 전 못생겼다는 얘기다' 라고 절망할 일이 아니다.
 수술할 곳이 많다는 것은 거꾸로 말하면 그만큼 예뻐질 수 있는 여력이 많다는 반증인 것이다. 얼마나 희망적인가?


 오히려 제일 답답한 상태는, '특별히 어디 수술해 드릴 곳이 없습니다.' 란 말이 나오는 상태인 것이다!

 *   *   *

수술당일이 되었다.


 병원에 나타난 그녀는 왠지 모르게 우울한 구석이 있어보였다.
 아니나 다를까, 그녀는 수술 전 인터뷰때 나직하게 이렇게 말했다.

 

"제가 실은 며칠전...좀 안좋은 일을 당했어요. *(수)천만원을 사기 당했답니다....ㅠ.ㅠ
 그래서 사실 수술을 할까 많이 고민했어요. 비용이 적잖이 들게 되니까요."

그녀는 말을 이었다.


"결국 수술하기로 했습니다. 잘 좀...부탁 드릴께요"

 

 아무리 남의 일이지만, 내 환자의 일인데....참으로 안타까운 일이었다.  나는 그녀에게 이렇게 말씀드렸다.

"제가 1~2 억원 이상의 가치가 있는 수술이 되도록 해드리겠습니다. 잃어버리신 돈을 수술결과로 보상받으실 수 있도록...제가 선물을 드리도록 하지요"

 그녀가 받았을 충격에 위로가 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액수, 1억, 2억을 언급했지만, 내가 그녀에게 줄 선물은 돈으로 환산하기는 힘들 것이라는 걸, 난 알고 있었다.

 수술은 오후 1시가 조금 넘어 시작되었다.
 (아마 웬만한 의사라면, '그 환자는 수술할게 많으니 아침 일찍 마취에 들어갑시다 !' 하며 서둘렀을 것이다.)
 
 사각턱 + 광대뼈 + 돌출입 + 가슴확대를 한꺼번에 하려면 도대체 얼마만큼의 시간이 걸릴까?
 그 답은 의사마다 다르다.


 내 경우는, 보통 돌출입이 한시간반, 사각턱은 경우에 따라 40분에서 한시간, 광대뼈는 20-30분 추가되고, 가슴확대는 30-50분이 추가된다.
 돌출입의 경우는 수술할 때 시간차이가 거의 없다.
 그러나 사각턱은 모양에 따라 절골이 힘들게 휘어져 있는 뼈가 있을 수 있다. 또한 유방확대의 경우도, 얼마나 유방밑주름 부위의 연부조직이 갈비뼈 부근에 얼마나 tight 하게 밀착되어 있는가에 따라서 시간이 조금 좌우된다.
 
 수술은 물 흐르듯 아무 돌발상황 없이(의무기록 용어로는 uneventful) 잘 진행되었고, 중간에 다시 소독을 한다음 방포와 수술기구를 모두 바꾼다음 마지막으로 가슴수술의 마지막 한 바늘까지 끝낸 시간이, 오후 5시.

 1시 넘어서부터 5시까지 세시간 사오십분 중 중간 재소독 시간을 빼면, 순수한 수술시간은 3시간 30분 정도가 되었나 보다. 5시부터 마취를 깨우기 시작해서 아마 환자는 5시 20분쯤 자신의 입원실로 돌아가게 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수술은 빨리하기 위해 빨리하는 것이 아니다.
 신기록에 도전하기 위해 서두르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수술이 숙련되어서 어떤 상황에서도 막힘없이 수술이 진행되면, 자연히 버리는 시간이 없어지고 그만큼 수술시간은 단축된다.

 수술시간의 단축은 바로 붓기가 적은 것으로 이어지고, 그만큼 회복이 빠르게 된다.
 마취에서의 회복도 마취시간이 적을수록 빠른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그녀는 지금 행복하다.
 잃어버린 돈은 다시 벌면 된다고 생각한다.
 
 내가 한 약속대로, 난 그녀에게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아름다움과 자신감을 불어 넣어주었다.
그녀에게서는 옛모습을 찾아보기 어렵다.
사납게 부라리고 있는 것처럼 보이던 눈빛마저 지적이고 여성스럽게 변해버린 느낌이다.

 수술을 앞두고 큰 일을 당하고서도 주저앉지 않고 나를 신뢰해주었고 자기 자신에게 투자한 그녀의 용기와 결단에 마음으로부터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선물을 드릴 수 있었던 것은,

 나에게도 역시 행복한 기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