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12-1] 우연히 알게된 띠동갑여동생(?) 수술해준 이야기

<우연히 알게된 띠동갑여동생(?) 수술해준 이야기 designtimesp=25320>

 

그녀를 알게된 것은 2년전 쯤 어떤 파티(?)장소였다. 무슨 대단한 파티인 게 아니구, 어느 후배의 생일잔치 겸해서 <노래도 하고 술도 나오는 장소^^ designtimesp=25323>에 꽤 많은 사람들이 모였던 것 같다.
 
 내 맞은 편 멀찌감치에 앉아서(보통 그런 집은 테이블이 크다 ^^) 조금 어색해하는 그녀의 눈은 맑고 컸다.  코는 높지 않았지만 귀여운 정도였고, 피부 또한 희고 깨끗했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누구하나 뚜렷한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꼭, 뭐 어느 남자가 어느 여자에게 관심을 가져줘야 하는 자리는 아니지만, 개인적으로 난 그녀의 얼굴이 참 아까운 얼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영락없는 돌출입이었던 것이다. (눈이 크고 예쁜 돌출입은 영락없이 개구리 모양이 된다. ) 그것도 돌출입만 수술하면 '나아지는' 수준을 넘어서 '예쁘다'는 소리를 평생 듣고 살수 있는 그런 얼굴이었다.

  저녁식사자리나 술자리에서 자연스럽게 사람들을 만나고 어울리다가 보면, 성형외과 의사인 내게 명함을 받은 (특히) 여성분들은 순간 긴장한다.


"헉 성형외과세요?"


 반응은 가지가지다. 

 제일 많이 건네오는 농담이
-저 견적 얼마나 나오겠어요?


이고, 그 밖에 '저 할 데 많은데'...'가면 잘해주나요'...등등 대충 비슷하다.

 반대로, 사석에서 상대방이 내 직업을 안다 손 치더라도, 상대방이 물어보지도 알았는데 내가 먼저 그 사람에게,

-당신은 어디어디를 고쳐야 합니다.


라고 말해주는 것은 대단한 실례라고 생각한다.

내가 성형외과 의사면 의사지 (병원에 찾아온 것도 아닌) 사석에서 만난 사람에게 먼저 당신 얼굴을 이래라 저래라 할 권리는 없다.
 때문에 나는 그런 자리에서는 되도록 누구 코가 수술한 코인지, 찝은 눈인지, 윤곽수술을 한건지 눈에 보여도 언급하지 않는다.

 그런데 그날 생일잔치의 그녀는 좀...너무 아까웠다.
 어쩌면 내 한마디가 그녀 일생을 바꾸어놓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돌출입수술의 매력은 그런 것이다. 사람을 몰라볼 정도로, 그러니까 주민등록증사진을 바꾸어야 할 정도로 예뻐지게되는 드라마틱한 변화 !

 그날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그녀가 내 띠동갑인 것을 알게되었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같은 동물 (띠) 이라면 왠지 더 친근감이 간다.
 그녀는 미대를 졸업하고 대학원을 준비중이었다. 그녀와 서로 편하게 오빠, 동생을 하기로 하고 나서 얼마쯤 지났을까.


 난 무슨 비밀스런 자료라도 건네주듯이 내 명함과 함께, 돌출입수술이라는게 있고 너는 그수술로 아주 많이 예뻐질 수 있을 거라고 짧막한 몇마디를 건네주었다.


 그것이 전부였다.

* * *

 잊고지내고 있었는데, 그로부터 한두달 후에, 병원으로 대뜸 그녀가 찾아왔다.
 돌출입수술을 하고 싶다는 것이었다.
 
  돌출입수술은 예정대로 진행되었다.
 그녀의 입은 상악 5mm 하악 역시 5 mm를 후방이동 시키는 경우였고, 턱끝수술은 불필요했다.
 수술이 시작된 후 약 한시간 사십분 후에 그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되어 있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녀의 학창시절 별명 역시 아롬이, 개구리, 입큰개구리였다.
 아직도 잘 지내냐는 전화통화를 가끔씩 하면, 처음 그녀를 봤을때의 첫인상처럼 개구리라고 부르고 싶은 장난기가 발동한다. 하지만 이제 그녀는 더 이상 개구리가 아니다.

 그녀는 지금 대학원엘 씩씩하게 활보하며 다니면서, 기업의 CF나 애니메이션 프로젝트 등에 참가하면서 능력도 인정받고 있다.


 어색하게 손을 가리고 웃던 그녀는 온데간데 없다. 
 목을 뒤로 젖히며 시원하게 활짝 웃는 그녀의 모습을 보면,
 그때 나와의 짧은 인연이 그녀에게 가져다 준 행복으로... 
 나 또한 행복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