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11-20] 나의 실수아닌 실수이야기: 내게 돌출입+사각턱수술받은 30대 여의사

공부잘하는 여자는 다 못생겼다라는 식의 얘기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데 요즘은 반드시 그런 것도 아니라고 한다.
내 모교의 동아리 후배들이나 과 후배들의 얘기를 들어보면 그야말로 누구나 가고 싶어하는 우리 대학교의 도서관의 '물' 이 바뀌었다는 것이다.

두꺼운 안경을 끼고, 눈은 대개 표정없이 날카로우며, 화장은 생각할 시간도 없으며, 머리를 뒤로 질끈 묶고, 청바지에 티셔스차림으로 도서관에서 책과 씨름하는 여학생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자기를 가꿀 줄 알고 여성스러우며 스타일리시한 옷을 입는 여학생들... 저렇게 예쁜 얼굴로 어떻게 딴 짓(?)을 하지 않고 공부를 열심히 해서 우리대학을 왔을까 의심스럽기까지 한 여학생들이 즐비(?)하다는 것이다.

우리 클리닉을 찾아오신 그 여의사분도 모 의대에 입학을 해서 의대 공부를 잘 끝내셨으니, 여하튼 '공부잘하는 여학생' 이었음에 틀림이 없었다.

그녀의 얼굴은 '못생겼다기' 보다는, 무언가 '숨겨져' 있었다.
무엇이 숨겨져 있었을까?
그 대답은 이것이다. 그녀의 얼굴에는 아름다움이 숨겨져 있었다.


성형외과 전문의인 내가 보았을 때 속되게 말해서 '답이 안나오는' 얼굴이 있다. 이런경우는, 실제로 어디를 수술해서 더 예뻐질 곳이 없으니, 수술 후 어떻게 변할 지 상상의 결과가 떠오르지 않는 것이 당연하다.

여의사분인 그녀의 얼굴을 보았을때, 난 이미 내 머리속에서 돌출입수술 후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었고, 그 결과는 균형이 잘 맞는 아름다운 입모양이었다.
말하자면 그녀의 얼굴에는 '해답' 이 숨겨져 있는 것이었다. 답이 나오는 얼굴이었단 뜻이다.
그러니까...전형적인 두툼한 입술과 돌출된 입에서 나오는 퉁명스러움과 촌스러움은, 돌출입수술을 통해 한방에 해결될 수 있으리란 '답' 이 나오는 얼굴이었다.


의사가 다른 의사를 믿는 것은 오히려 일반인보다 더 어려울 수도 있고, 또 한편 쉬울 수도 있다.

한번 생각해볼까...^^

* 의사가 다른 의사를 신임하는 것이 더 어려운 까닭
-아는 것이 많기 때문이다. 본인 스스로도 아는 의학지식이 너무나 많기 때문에 오히려 믿기 어려울 수 있겠다.
-특히 수술과는 거리가 먼 내과 쪽 의사라면 수술이 일반인보다 더 두려울 수 있다. 수술이라는 것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생생하게 본 경험이 있기 때문에. 그리고 자기는 수술하는게 싫어서 내과쪽을 택했기 때문에...^^;;

* 의사가 다른 어떤 의사를 신임하는 것이 더 쉬운 까닭
-의사 사이의 소문은 정확하다. 예를 들어 인터넷을 통해 홍보에 주력하는 어떤 병원은 네티즌 사이에서는 유명하지만 정작 의사 사이에서는 수술못하는 의사로 낙인찍힌 의사일 수도 있다.
-의사는 서로 솔직하게 지식을 공유할 수 밖에 없다. 즉, 저 의사가 설마 의사인 내게 책임못질 얘기를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생길 수 있다.
-다른 의사를 통해 진짜 실력있는 의사를 알아볼 수 있는 통로가 많다.


결국, 그 여의사분은 어떤 의사분의 강력(?)한 소개로 우리 클리닉을 방문하셨다. 재미있는 것은 돌출입수술에 관한 한 우리병원을 가야한다고 주장하셨다는 그 의사분은 우리 의료진이 아예 모르는 분이라는 것이다 ! 그만큼 의사 사이의 소문은 빠르며 신빙성이 높다.

 그 여의사분이나, 추천해주셨다는 남자의사분이 계신 대학병원에도 성형외과가 엄연히 있을지언대...우리 병원을 추천받으신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학회에서의 발표를 보고 의사사회에서 어떠한 공감대가 형성되는 것이 아닌가 싶다.

 그만큼 결국 성형수술은 무슨 특이한 수술방법이나 특이한 수술기구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그 '결과'가 말을 해주는 것이다.

그 여의사분은 결국 나의 환자(?)가 되어, 방문하신 날 바로 돌출입수술을 위한 검사를 모두 마치셨다.
드디어 수술날짜가 되었다.

아침에 수술계획표와 엑스레이를 확인하며 수술 전 진찰을 하는데....

 

이런...난, 첫 진찰 때 중 너무나 중요한 사실을 빠뜨렸던 것을 깨달았다. 그녀가 사각턱이었다는 걸 미처 지적해주지 않은 것이다.


그녀는 중등도 이상의 심한 사각턱을 가지고 있었다. 첫 진찰때 그부분에 대해서는 내가 언급하지 않았었다는 것이다. 자신도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같이 할 수 있는지도 몰랐고, 성형외과 전문의인 내가 지적하지 않아서 그러련 했다고 한다.

 

 수술은 이제 2시간 앞으로 다가와 있는데...사각턱을 동시에 수술해야 100점짜리 얼굴이 나올 수 있는 상황이었다.

 

 사실 사각턱에 대해 언급하지 않은 것이 나의 큰 실수는 아닐 수 있다.

  예를 들어서, 내가 보기에 눈 수술을 해야 예뻐질 환자가 코수술을 해달라고 왔다면, 사실 코수술만 예쁘게 해주면 내 할일은 다 했다고 볼 수도 있다.

 마찬가지로,  돌출입수술을 받으러 온 그 환자에게, 돌출입만 예쁘게 넣어주면 의사로써 할 일은 다했다고 볼 수도 있겠다. 엄밀하게 말하면 그렇다. 그리고 나서 나중에 사각턱도 깎고 싶다고 하면 그때 깎아주면 될 일이라고 자위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일에 있어서 내가 좀 완벽주의자인 성향도 있겠지만) 사각턱에 대한 정보를 미리 주었어야 한다는 자책감이 들었다. 완성도가 떨어지는 작품을 만들고 싶지 않은 것은 모든 장인정신이 투철한 '프로'들의 공통적인 생각일 것이다.

 

 결국 선택은 그녀의 몫으로 넘어갔다.

 사각턱수술을 해야 더 완벽하게 예뻐질 수 있다는 얘기를 수술 두시간 전에 해준 것은 나의 불찰이지만... 결국 그녀는 사각턱수술을 동시에 받기로 결정하게 되었다.

 

 

 오늘이 그녀가 수술받은지 6주가 되는 날이어서, 오전에 철사를 풀러 다녀갔다.

 감기에 걸려 훌쩍거리는 그녀였지만, 수술 전 방문했을때의 나이들어보이고 각져보이고 촌스러워보이는 온데간데 없었다.

 우아한 여의사 선생님이 한분 걸어들어 오고 있었다.

 

 "사람들이 진작 (수술)하지 그랬냐고 해요. ^^ 훨씬 젊어 보인대요"

 

 마냥 행복해하는 그녀, 아니 그 여의사선생님에게 물었다.

 

-실례지만 싱글...이신가요?

 

-네

 

-그럼 결혼두 하셔야죠

 

-후훗..^^..그런데 너무 늦어서요. 하게 되면 하구..아님 말구..^^ 그럴려구요

 

 

화끈하게도,

결혼!!! 안하면 안하는 거다 라고 얘기하는 당찬 전문직, 30세의 여의사.

 

그런데도 왠지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미소는 더 화사하고 앳되 보인다. 사랑에 빠질 준비를 마친 20대 신부감의 얼굴이다.

 

좋은 배필을 만나는데 내가 해드린 수술이 결정적인 어시스트가 될 거라고 믿는다.

 

외모는 경쟁력이다!

멋지고 능력있는 남자를 차지해야 하는 여성끼리의 전쟁터에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