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11-12] 수술 2주에 좋아라하는 환자, 수술 4주에 걱정태산인 환자

사실 돌출입을 가졌다고 해서, '환자' 라고 할 수는 없다.
환자는 말그대로 아픈사람이니까...

입이 돌출된 것은 어디가 아픈 병이 아니다.
돌출된 입때문에 맘이 상해서, 마음이 아픈 병이 있다는 의미라면 또 모를까? ㅠ.ㅠ


오늘은, 어느 한 환자를 떠올리면서가 아니라,

수많은 돌출입수술을 하면서, 수술 전후에 환자의 반응에 대해 써보려한다.


1.

우선 수술 전에 상담을 해보면, 미리부터 유독 걱정이 많은 환자들이 있다.


걱정은 사실, 신뢰의 정도와 깊은 연관이 있다.
신뢰감이 강하면 걱정도 덜게되는 셈이다.

그러나, 어떤 좋은 소문이 나 있든지, 어쨌든 수술을 맡기게 될 지 모르는 원장을 처음 대하는 사람들로서는, 어느정도 의심을 하는 것이 당연하다. 즉, 아직 의사-환자간의 '신뢰관계'가 형성되지 않은 사람들이 많은 걱정을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여담이지만, 나 자신도 의심이 적지는 않은 편이어서, 어디가서 물건을 살때나 음식을 시킬때 혹 나만 손해보거나 나만 덮어쓰는 일이 생기지 않을까 긴장을 늦추지 않는 나쁜습관이 있다.
그러니까, 나 자신도 '약간은 걱정파' 에 속하는 셈이다. ^^;;  어찌 보면 이러한 쪽이 오히려 사람들의 공통된 정서에 가깝지 않을까 생각한다. 세상이 각박해져서, 서로 못믿는 사회가 된 것도 한 이유일까?

하지만 일단 결정의 순간이 다가오고 결정이 되었다면 그 다음에는 즐거워야 한다는 게 내 지론이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 ! 는 말이 있다. 난 이 말이 참 많은 순간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2.

반면 수술전부터 놀라우리만치 아무 걱정을 안하는 부류의 환자들도 있다.

대개 이미 친구나 동생이 수술받은 것을 이미 옆에서 지켜봤다든지, 주위에 드라마틱한 결과를 보고 수술하고 싶은 맘이 넘쳐나는 사람이라든지, 아니면, 원래 성격 상 긍정적이고 의심이 없는 사람들이다. 수술 당일날 와서도 잘 웃기도 하고 여간해선 긴장도 하지 않으며 그저, 덤덤한 정도이다.
아마 어떤 경로를 통해서든,
의사와 병원에 대한 신뢰가 맘속의 불안을 제거할만큼 강하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환자들은 뭔가 수술이 왜 필요하고 어떻게 수술하는가에 대한 설명이 다 끝나지 않은 듯 한데, 이미 수술하기로 마음의 결정을 다 내려버려서, 오히려 의사 쪽에서 의아해 지기도 한다.


3.
이런 걱정이 많은 그룹과, 걱정이 없는 그룹은 양극단일뿐,
대부분의 사람은 양쪽의 특성을 균형있게(?) 갖추고 있는 보통사람들이다.

그러나 굳이 나누어보자면,
걱정파천하태평파는 결국 물컵에 물이 반 채워져 있을때, 그것을 어떻게 파악하고 반응하느냐과 비슷하다.

즉, 
물컵에 물이,

-반이나 있다.

-반밖에 없다.


중 어느쪽으로 생각하느냐와 같은 것이다.


4. 수술 후...



재미있는 것은, 수술 후 걱정파와 무걱정파의 반응이 역시 수술전과 비슷하다는 점이다.


첫번째, 걱정파...

수술전 걱정이 많았던 사람은, 수술 후에도 역시 걱정이 많기 쉽다. ^^

자신이 했던 걱정이 현실이 되는게 아닌가 하는 두려움, 자책감, 후회가 더 걱정을 눈덩이처럼 불어나게 하는 악순환이 생길 여지가 있다. 그리고 아주 극단적인 경우라면, 만약의 경우 수술전으로 돌아갈 수는 있을까를 고민해보기도 할 것이다.

수술 전후 사진을 보면 틀림없이 이미 윤곽선은 너무나 예뻐져 있는걸 본인도 알고 있으면서도... 남아있는 볼의 붓기나 간헐적인 절골부위의 통증이나 아직 부자연스러운 입술에 대해서만 고민한다.

 즉 물이 반이나 차있는데, 물이 반 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약간만 걱정파" 들은, 치료하러 왔을 때,

지금 하는 걱정들은 수술전에도 미리 예견되었던 것이고, 시간이 해결해줄 것이라고 상세히 설명해주면 잘 ~  이해한다. 물론 이해하구 돌아갔지만,  집에 가서 거울을 보면 밤낮으로 만감이 교차할 수는 있을 것이다.
변한 얼굴에 대해서, 게다가 얼굴이 아직 부어있을때  스스로 '걱정'을 하는 것은 사실 당연한 것이며, 인지상정이다.

붓기가 웬만큼 빠져 나가고서야, 걱정파 들은 걱정이 한두가지씩 줄어들고 웃음을 찾아가기 시작한다.



두번째, 무걱정 파...

수술 전 긍정적이었던 환자는 역시 수술 후에도 별 걱정거리가 없다.

환자 A 양은, 수술 후 2주에 치료를 하러 왔다.
수술을 집도한 의사인 나 자신이 봐도, 수술전보다 많이 예뻐진 것은 사실이지만,
볼 주위 붓기나 입 주위 모양으로 볼때, 아직은 더 예쁘단 소리 들으려면 좀 시일이 걸릴 것 같다.


그런데도 환자 A 양은 너무 행복해서, 시종일관 입이 귀에 걸려있다.

아직 부어있는 볼이나 아직 부자연스런 입 주위에는 아랑곳 하지 않고, (그런 붓기는 더 빠지리라는 의사의 말을 완전히 신뢰 하기 때문일까?), 이미 예뻐진 윤곽선 자체에 기뻐하는 것이다.
즉, 컵에 물이 비어있는 곳에 아랑곳 하지 않고, 물이 반이나 있다는 것에 기뻐하는 것이다.


5.

나는 개인적으로, 꼬치꼬치 상세하게 묻는 질문에 친절히 대답을 해주는 편이다.
'걱정' 이 있을 수 있다는 걸 마음으로부터 이해하고, '불안감' 때문에 공격적으로 질문을 한다고 해도, 웃으면서 대답해줄 여유를 가지고 있다.

의사도 제 자신이 '불안'하면, 공격적인 환자의 질문에 '발끈' 화를 내게 된다.
자신감 있고 확신에 찬 의사라면, 환자의 그러한 불안을 이해심을 가지고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다.

환자 자신이 깊은 신뢰를 보여주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주는 것에는 물론 고마울 따름이다.

의학적으로도, 의사-환자 관계가 돈독하고 서로 신뢰하는 경우에 '치료의 효과' 가 더 극대화 된다는 연구결과가 있다.

 


성형외과의 경우는 어떨까?

의사가 '저를 믿고 걱정하지 마세요' 하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으려면 그만큼의 실력과 결과가 따라주어야 하는 것이 성형수술의 냉엄한(?) 현실이다.


성형수술의 결과는, 다른 과 수술이나, 다른 예술작품과는 다르게, 아프지도 않은 사람의 얼굴을 바꾸는 것이며, 그 결과는 항상 그 집도의사의 꼬리표를 달고 어디선가 보여지고 있다.
미술작품처럼 전시를 해놓았다가도 반응이 안좋으면 철거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러한 '믿음'을 줄 수 있는 실력과 미적감각을 잃지 않고, 또 더 발전하기 위해

나는 매일 부단히 노력한다.



걱정이 아주 많은 사람들에게 이런 얘기를 해주고 싶다.

실력이 제대로이고 한 명 한 명에게 정성과 최선을 다하는 의사라면, '늘 하듯이' 수술하는 결과가 가장 좋다.


'조금 더 신경을 써서' 수술하면 더 결과가 더 좋아질 것 같지만, 실제로는 똑같다.
'너무나 많이 신경을 써서' 수술하면, 최고의 결과가 나올 것 같지만, 실제로는 똑같거나 더 못한 결과가 나올 위험도 있다. 뭐든지 '너무나'는 좋을 게 없다.

그러니, 여러분들도 '너무나' 걱정하시지 말길 바란다.
제대로 된 병원, 제대로 된 의료진을 선택했다면 말이다.

행복한 상상으로 기쁜 마음을 가져도 좋을 것이다.

 

나는 의사로서 자만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자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