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2-2] [칼럼] 한상백의 돌출입, 양악 이야기 <71회> : 빅5 병원 성형외과 레지던트를 돌출입수술한 이야기

<빅 5 병원 성형외과 레지던트를 돌출입수술한 이야기>


빅 5 대학병원은, 서울대병원, 연세의료원, 삼성서울병원, 가톨릭의료원, 아산서울병원을 가리킨다. 각각, 서울대, 연세대, 성균관대, 가톨릭대, 울산대 의대의 대학병원이다.

빅 5 중 하나의 대학병원의 성형외과 전공의(레지던트) 한 명이, 환자로 내게 와서, 필자에게 돌출입수술을 받았다. (전공의가 휴가를 일주일씩이나 받다니, 세상 참 좋아졌다...라는 생각을 잠깐 했다)

어느 대학병원 전공의인지 속 시원하게 쓰고 싶지만, 환자의 사생활 보호를 위해 그럴 수는 없고...

만약, 서울대의대를 나온 후배가 모 대학병원에서 성형외과 레지던트를 하고 있는데, 그 후배가 나를 찾아와서 돌출입수술을 받았다면...흠, 이건 좀 별 일이 아니다.

과한 자신감일지도 모르지만, 이미 서울의대 출신들 사이에서는 필자는 ‘돌출입수술만 주로 하는’ 개원의사로 ‘낙인’ 찍혀 있다. 성형외과 쪽 사정을 잘 모르는 피부과의사 친구도 두 딸을 나한테 맡겨 돌출입수술을 하는 판국에, 한상백이라는 선배의 이름을 알고 있는 서울대병원 성형외과 의국후배 혹은, 서울의대 동문후배 본인이 돌출입수술을 하고 싶다면, 당연히 나를 찾아왔을 것이라고 믿는다.

그런데, 이번 경우는 조금 다르다.

서울대가 아닌 타대학 의대 출신에, 타병원 성형외과 전공의라면, 자신의 대학, 병원에 직속으로 모시는 성형외과 교수님도 계실 것이고, 그 병원 의국 출신으로 잘나가시는 개원의 선배님도 계실 것이 분명하다.

그럼에도, 알아볼만큼 알아보고, 결론은 필자를 찾아왔다는 것은 사실은 놀랍고도 신기하다.

첫 상담을 할 때, 이 환자가 모 대학병원 성형외과 전공의 몇년차라고 자신의 신분과 소속을 이야기했을때, 필자는 환자에게 이렇게 말했다.


-아...그렇군요. 성형외과...후배네요. 다른 선배님들도 많이 계실텐데...이렇게 멀리서 나를 찾아와주다니 영광입니다.


그랬다. 사실 이건 매우 영광스러운 일이다. 자신이 다닌 의대와 대학병원에도 훌륭한 교수님과 선배가 많을텐데, 모두 제쳐놓고 한걸음에 필자에게 달려와준 것은, 분명 쉬운 일은 아니다. 필자가 그동안 돌출입 분야에서 쉼없이 걸어온 길이 헛되지 않았다는 상징과도 같은, 하나의 신임장에 다름 아니었다.

그런데, 수술 또한 쉬운 수술은 아니었다. 환자는 돌출입과 함께 돌출된 턱끝을 가지고 있어서, 턱끝수술이 중요했다. 만약 턱끝수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입만 집어넣는다면, 합죽이가 되고 마는, 어려운 케이스였다.

여담이지만, 최근에 타병원에서 턱끝수술 없이 돌출입수술만 하고 합죽이가 된 환자를 두명이나 재수술해주었다. 그 두 환자가 타 병원에서 수술을 하게 된 이유는 이랬다. 한명은 수술비가 싸서, 다른 한명은 그 병원 원장이 서울제일을 콕찝어 하는 험담에 속아서....

‘턱없이’ 낮은 수술비여서 ‘턱끝수술 없이’ 수술한 것 같기도하고, ‘무턱대고’ 서울제일 험담을 하느라 ‘무턱’은 손 안대고 합죽이를 만든 모양이다. 너무 아재스러운가...


다시 레지던트 환자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결국 그 환자의 돌출입수술의 성패는 턱끝후퇴를 잘 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었다. 턱끝수술은 비용추가가 없는데, 요즘 들어서, 턱끝후퇴수술은 비용을 추가해서 받아야겠다는 생각마저 든다. 그도 그럴것이, 정작 상/하악 돌출입수술은 한시간도 안되어 모두 끝나는데, 턱끝후퇴수술이 길면 한시간 가량 더 걸리며, 그 과정도 난이도가 매우 높다. 쉬운 돌출입수술에, 어려운 턱끝수술...주객이 전도된 셈이다.

턱끝전진술과는 다르게, 턱끝후퇴수술은 턱끝후퇴를 시킨 후 정리해야 할 뼈 부분이 아주 많다. 그 뼈들을 일일이 다듬어주지 않으면, 턱끝후퇴수술은 효과가 없기 때문이다. 집중해서 수술을 끝내고 나니 탈진할 지경이다.

수술은 그림처럼 잘 되었다.

수술 직후 1시간 쯤에, 입원실에서 필자가 직접 환자 핸드폰으로 환자 옆모습 사진을 찍어주었다. 같이 보니 즐거웠다. 환자의 엄지가 척 올라갔다.

다른 훌륭한 의사와 교수, 혹은 실력이 모자란 의사, 혹은 실력과 인격 모두 수준미달인 의사, 모두를 제치고, 필자를 찾아와 기꺼이 수술대에 누워 환자가 되어준 한 성형외과 레지던트선생님. 그 신뢰에 결과로서 보답해줄 수 있어서 행복하다. 

환자도 행복할 것이다. 필자가 성형외과 레지던트를 시작한 것은 무려 23년 전의 일이다. 그 때는 내가 20년 후 어떤 수술을 하면서 살고 있을지 전혀 몰랐다. 필자에게 돌출입수술을 받은 레지던트선생도 20년 후에 후배들에게, 사람들에게 행복을 줄 수 있는 성형외과 의사가 되리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