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12-30] [칼럼] 한상백의 돌출입, 양악 이야기 <70회> : 30분만에 돌출입수술 해드릴까요?


<30분만에 돌출입수술해드릴까요?>



얼마전 내게 돌출입수술을 받기로 한 남자의 어머니가 찾아왔다. 걱정이 되니 수술 전에 원장님을 한번 만나보고싶다는 것이다.

환자는 오지않고 어머니만 오셨는데, 이상하게 낯이 익었다.

알고보니, 내가 서울대병원에서 성형외과 전공의를 할 때 수술장 수간호사였다. 벌써 20여년 전의 일이다.

아들이 병원이름만 알려줘서 와본건데, 로비에 걸려있는 내 사진과 경력을 보고 아 그때 그 한상백 선생님이구나...라고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걱정이 사라졌다고 하신다.

-전공의때부터 선생님 수술실력은 알아줬죠. 우리 아들 잘 부탁드려요.

자랑이라면 자랑이지만, 필자는 전공의시절부터 손재주 좋기로는 꽤 유명했다. 교수님들도 4년차에게 맡겨야 할 정도의 수술을 고작 1, 2 년차인 내게 맡기기도 했다.

손이 빠르기도 했다. 어느 교수님은 “펠로우한테 수술을 하라고 줬는데 끝이 안난다. 펠로우 놔두고 너한테 시킬수도 없고 참..” 하시면서 4년차인 내게 하소연하기도 했다.

만약 어느 환자가 필자에게 돌출입수술을 40분만에 끝낼수 있냐고 묻는다면? 대답은 yes 이다. 원한다면 30분만에도 해줄 수 있다.


실제로 33분만에 돌출입수술을 모두 끝내는 과정을 영상으로 담았다.

http://www.seoulcheil.co.kr/dol/dol02_new.php#stime

(속임수가 없도록 투명하게 하기 위해, 1. 스마트폰 시계를 영상에서 그대로 담아 촬영했고, 2. 영상의 시간을 전혀 편집하지 않은 풀버젼이며, 3. 입안에 절개가 없는 장면을 보여주고 나서 실제로 첫 시작과 끝을 알렸다. 수술필드는 혐오감을 줄 수 있어 모자이크처리 하였음)


그런데 이렇게 빨리 수술하면, 과연  환자에게 무엇이 더 좋은가?

필자의 경우 돌출입수술, 즉 턱끝수술을 제외한 돌출입수술은 보통 1시간 정도 걸린다. 30분에도 끝낼 수 있는 수술을 1시간 하는 이유는 결국 환자의 안전한 아름다움을 완성하기 위해서다.

이것은 결코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이 아니다. 수술 시간은 점막에 절개를 한 순간부터 모든 수술과정을 마치고 마지막 바늘을 꼬맬 때까지이다. 생각해보라. 상악 절개하고 지혈, 박리하는데 10분, 상악뼈 절골과 고정에 15분, 하악 절개하고 지혈, 박리하는데 10분, 하악골 절골과 고정에 15분, 그리고 위/아래 봉합하는데 10분이 걸린다고 하면 딱 한시간이 걸린다. 이 정도 시간이면 기존의 세네시간 걸리던 수술에 비하면 매우 빠른 것이다.

여기서 더 시간을 절약하는 것이 환자에게 무엇이 더 이로울 것인가?

감염이 40분만에 수술하면 안생기고, 1시간을 수술하면 생기는 것은 아니다.

붓기가 40분 수술하면 안생기고, 1시간 수술하면 퉁퉁 붓는 것도 전혀 아니다.

마취가 40분 수술하면 잘 깨고, 1시간 수술하면 잘 안깨는 것도 전혀 아니다.

권투경기를 생각해보면, 1회에 KO를 당한 선수의 얼굴은 피가나고 퉁퉁 부어있다. 짧은 시간이라도 거친 펀치를 소나기로 맞으면 퉁퉁 붓는다.

수술도 마찬가지다. 30분이냐, 40분이냐, 1시간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고, 수술하는 집도의의 손이 얼마나 섬세하고 정교한가의 문제이다. 손이 거칠면 30분이란 시간도 환자 얼굴을 퉁퉁 붓게 만들기에 충분하다. 필자가 1시간 돌출입수술(+턱끝)을 한 직후의 환자모습은 홈페이지 동영상에서 확인할 수 있고,  일부를 아래 첨부한다.



얼마전 개원가에서 유명한 코수술 전문 원장을 만나 식사를 한 적이 있다.

둘이서 각자의 전문분야인 돌출입과 코수술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한가지 공통점을 발견했다.

‘수술을 잘하게 될수록 수술시간이 늘어난다’ 라는 사실이었다.

소위 ‘자뻑’이었던 시절에는 상상할 수 없을만큼 빠른 수술시간이 내 자랑거리였던 적이 있었다. 분명, 지금보다는 2% 부족했던 시기이다. 그러나, 수술실력이 늘어서 내가 환자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이 많아질수록 수술시간은 조금씩 늘어난다. 나의 수술에 완벽주의가 되어가고, 그 완벽주의를 실현할 수 있는 정교한 수술솜씨가 뒷받침 될수록, 환자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과정이 늘어가기 시작하고, 그래서 수술시간이 늘어난다는 이야기다. 물론 수술 솜씨가 부족하고 손이 무뎌서 오래 붙잡고 있어도 된다는 뜻은 전혀 아니다.

완벽주의는 결국 환자에게는 득이 된다.

수술 후 피가 조금이라도 나는 걸 점점 더 못보겠어서 지혈을 더 철저히 하고, 환자가 원하는 정도의 입매를 만들기 위해 미세조절을 한다. 전에는 하지 않았던, 잇몸뼈 이동 후의 계단을 다듬어주는 과정이 추가되고, 행여 환자가 수술후 마무리교정을 안하고 버티더라도 삶에 큰 지장이 없도록 위/아래 치아의 교합을 더욱 정확히 맞추어주려고 노력한다. 감염방지를 위해, 뼈를 절골한 부위에 미세한 뼈조각이 남지 않도록 강박적으로 생리식염수로 세척한다. 아래 이야기할 턱끝수술에도 전보다 훨씬 더 심혈을 기울인다.

돌출입수술과 동시 턱끝수술의 경우, 10년 전에는 턱끝수술을 안하고 돌출입수술만으로 끝나는 경우가 50%가 넘었다.

그러나, 지금은 돌출입수술을 하면서 턱끝수술을 거의 100% 해준다. 그렇다고 돌출입수술 비용 이외에 턱끝수술 비용을 따로 더 받는 것도 아니다. 이 역시 완벽주의 때문이다. 완성도 높은 입매를 만들기 위해서는 턱끝수술이 필수인 경우가 많을 뿐만 아니라, 환자가 원하는 턱끝을 맞춤 옷 만들 듯이 만족시켜 줄 수 있을만큼, 수술실력에 대한 자신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턱끝의 길이, 전후위치뿐만 아니라, 좌/우 비대칭까지 고려해서 미세하게 조정을 하고 있다. 턱끝수술은 용 그림에 눈을 그리는 과정, 즉 화룡점정에 다름 아니다.

10년전에는 모든 턱끝수술 시간이 단 10분이었다. 지금은? 현재는 많은 경우에서 턱끝수술시간이 20-30분으로 늘어났다. 그 이유는 명백하다. 예를들어, 턱끝길이를 줄이고 나서 전에는 (신경 때문에 두려워서) 할 엄두도 못했던 과정이 추가되었기 때문이다. 턱끝길이를 샌드위치로 줄이고 나면 남는 양옆의 뼈 계단을 지금은 예쁘게 절골해서 라인을 다듬어주고 있다. 물론 안전한 범위 안에서다.

평생 단 한번 그림을 산다고 치자. 천만원이 넘는 그림값을 지불하고 화가에게 그림을 의뢰했는데, 30분만에 빨리 그려 줄수록 명작이 나올 가능성이 큰가?

5년, 10년 후에 필자의 수술시간이 조금 더 늘게 되는 한이 있어도, 평생 단 한번 받을 당신의 돌출입수술을 대충해드리지는 않을 것이다. 그것이 내 신념이고 환자에 대한 예의니까...






한 상 백

현 서울제일 성형외과 원장

서울대 의학박사, 성형외과전문의

서울대 의대 준우등 졸업

서울대 의대 대학원 졸업 및 석, 박사학위 취득

서울대병원 수련의, 전공의, 전임의

서울대학교병원 우수전공의 표창(1996년)

전 서울대 의대초빙교수

저서 돌출입수술 교정 바로알기(명문출판사,2006)

대한 성형외과 학회 정회원

대한 성형외과학회지 논문게재 및 학술대회 발표, 강연

2018,2019 한국 및 타이완 성형외과 국제학술대회에서 돌출입수술 초청강연

20년간 돌출입수술과 얼굴뼈 수술 경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