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8-28] [칼럼] 한상백의 돌출입, 양악 이야기 <68회>: 6살짜리 딸 때문에 돌출입수술을 결심한 아빠

<6살짜리 딸 때문에 돌출입수술을 결심한 아빠>


아름다움은 사회적 학습의 산물일까?

그렇지 않다고 한다.

아직 기어다니지도 못하는 아기도, ‘예쁜’ 이모와 ‘안예쁜’ 이모를 구별해서 울거나 웃는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오늘, 아니 방금 상담을 끝낸 남자분은 누가봐도 결혼 안한 총각같았다.

돌출입 진료를 위해 사진을 찍으면서,

-자 이번엔 활짝 웃어보시겠어요?

했더니, 돌아온 답은 이랬다.

-저는 웃지를 않아요.

이런...

활짝 웃는사진을 굳이 찍는 이유는, 돌출입인 경우 웃을때 잇몸이 많이 보이는 증상이 흔히 있기 때문이다. gummy smile 이라고 불리는 이런 증상은, 돌출입수술시 상악의 3차원적인 이동으로 개선시켜줄 수가 있다. 그래서, 수술 계획에 참조하기 위해 활짝 웃어보라는 주문을 한다. 저는 잘 안 웃어요...라고 말하는 환자들이 적지 않다. 그만큼 웃는데 자신이 없고 활짝 웃다가 받은 놀림이나 마음의 상처가 존재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돌출입에 대해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다가 자연스럽게, 남자환자는 자신이 결혼을 했고, 아내가 계속 돌출입수술에 반대해왔다는 말을 해주었다.

아내의 입장은, 수술을 하려면 총각때 하지 결혼도 하고 애도 있는데, 이제 와서 무슨 돌출입수술이냐 라는 것이라고 한다.

그러다가, 수술을 ‘허락’ 받은 계기가 있다고 했다.

아내와 여섯 살 딸, 그리고 남자환자 셋이서 같이 있는데, 남자가 활짝 웃자 딸이 이렇게 이야기했다고 한다.

-아빠. 아빤 웃지마 웃는거 안 이쁘니까.

헉.

감정이입이 되는 순간이다. 얼마나 서글펐을까.

남자환자는 그 때 자신이 거의 울 뻔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미 눈시울이 뜨거워져 있었다. (그 당시에도 울 뻔한 것이 아니고, 건넌방에 가서 몰래 운 모양이다)

요즘은 사실 모든게 빨라져서, 초등학생도 연애를 하고 스마트폰을 쓴다고 한다. 여자 아이 여섯 살이면 예쁜 것을 알고 예쁜 것에 민감해지기 시작하는 시기이다. 아직 영혼이 맑은 여섯 살 딸아이의 입에서 “아빠 웃지마 안 예뻐”라는 말을 듣고 나서, 아이의 아빠는 ‘아 이제 수술을 해야겠구나’ 라고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이 일을 계기로 아내의 허락도 떨어졌다고 한다.

이 이야기를 듣고 내가 먼저 말했다.

-제가 칼럼을 쓰는게 있는데, ***님의 이야기를 좀 쓸게요. 물론 실명이 들어가거나 하지는 않습니다.

남자환자의 다음 이야기는 더욱 흥미로왔다.

-원장님 쓰신 칼럼 많이 읽어봤는데, 다 사연이 있더라구요. 아마 제가 이 이야기를 드리면, 바로 칼럼에 쓰시겠구나.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센스있는 남자다.

군대를 마치고 복학생으로 돌아와, 수십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여학생이 극소수인 과에서 과커플로 결혼까지 골인하신 데에는, 이유가 있다. 센스있는 남자는 센스없는 몸짱보다 낫다. 연애나 결혼은 소통하고 싶지 않아도 소통해야할 일 천지이기 때문이다. 감정의 튜닝에 가장 필요한 요소를 함축적으로 말하자면 바로 센스다.

센스는 이미 갖추셨으니, 그 다음은?

센스---스마일.

끝말 잇기다. 그렇다, 아재 개그다.

필자가 드릴 수 있는 선물은 환한 웃음이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플 여섯 살 딸아이에게서 ‘아빠 멋있어’라는 말이 나오도록, 아름다운 입매, 자신있는 스마일을 만들어드리는 것.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이 나 자신이라는 사실이 오늘따라 뿌듯하게 느껴진다.

여섯 살 딸아이에게 최고의 우상이 되고 싶지 않은 아빠는 없다.

날씨가 선선해지고 있다. 올 가을 쯤 활짝 웃는 한 장의 가족 사진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