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2-4] [칼럼] 한상백의 돌출입, 양악이야기 <65회>: 우리 병원 간호사가 수술해달라고 하면 걱정부터...

<우리 병원 간호사가 수술해달라고 하면 걱정부터...>

 

필자가 면접을 하고 필자가 뽑아, 같이 일해온 간호사가 내게 돌출입이나 광대뼈, 사각턱 혹은 턱끝수술을 해달라고 하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되면 걱정이 된다.

앞으로도 계속 얼굴 보고 같이 일할 간호사인데 잘못되면 어쩌나 싶어서 걱정?...

쳇, 실제로는 원장이 제 식구들에게는 수술 자신이 없군?

 

전혀 아니다.

수술은 안전하고 아름답게 해줄 자신이 있다.

 

그렇다면 무슨 걱정일까 독자들은 궁금할 것이다. 바로, 병원을 그만둘 것 같아서 걱정이다.

 

그간의 경험을 보면 그랬다.

보통, 성형외과는 겨울에 수술할 사람은 다 하고, 봄이 되면 개학이다 꽃구경이다 해서 수술 받겠다는 사람들이 적어진다

봄이 되어 병원이 좀 한가해지면, 아끼는 간호사 한 명이 원장니~임. 하면서 진료실 문을 빠꼼 열고 들어와서 앉는다.

 

무슨 일인가 얘기를 들어보면 광대뼈/사각턱 수술이나 돌출입/턱끝 수술을 제 자신이 받고 싶다는 이야기다.

 

사실 이런 상황이 만들어지기까지는 간호사 입장에서는 다음과 같은 생각이 들었을 수 있다.

 

첫째, 수술하고 주말껴서 삼사일 쯤 쉬면 출근이 어렵지 않겠다는 생각.

둘째, 수술장 간호사로서 그동안 원장이 수술하는 것을 직접 봐왔으니, 이 원장에게 자기 얼굴을 맡기고 싶다는 판단.

셋째, (음모론) 곧 병원 그만두고 싶은데, 그 전에 수술을 받아야 직원가로 할인 받을 수 있다는 계산.

 

첫째와 둘째는 필자를 으쓱하게 만드는 대목이다. 간호사들이, 얼굴뼈 수술을 해도 많이 붓지 않는 것을 늘상 봐왔다는 방증이다. 그러니 병원 다니면서 좀 덜 바쁠 때 수술해도 되겠다고 생각하는 것이고, 필자 입장에서도 병원 업무에 큰 지장이 없을 정도니 수술해줄 수 있는 것이다.

 

둘째에 쓴, 내 수술에 들어오는 간호사가 내게 수술받고 싶어하는 것은 참 즐겁고 기쁜 일이다. 만약 수술장 간호사가 맘 속으로 ‘아 진짜 이 원장님에게 수술받으면 큰일나겠군. 절대 받지 말아야지’ 라고 생각하고 있다면, 거기서 수술받는 환자들만 불쌍한 일이고, 결과가 안좋은 수술을 월급 받고 도와주는 간호사도 사실 허망할 것이다. 필자와 일하는 간호사들이 필자가 수술한 직후와 몇 달 뒤의 수술결과들을 보고 감탄할 수 있다는 것, 필자가 수술 중에 얼마나 환자의 아름다움을 위해 ‘오타쿠’처럼 완벽을 위해 최선을 기울이는지 그 진정성을 알아주는 것은 고마운 일이다.

 

그런데 문제는 세 번째다.

여차여차한 이유로 병원을 그만둘 마음을 먹은 간호사로서는, 내게 수술을 받는 ‘혜택’을 직원할인가격이라는 ‘보너스 혜택’으로 퇴사전에 받아야 이득인 것이다. 그러니 퇴사할 거라는 말은 하지 않고 수술대에 눕는다. 그리고 나서 한두달이면 어김없이 다시 진료실 문을 빠꼼 열고 들어와 병원을 그만두겠다고 말하곤 한다.

 

이런 트라우마로, 이제는 간호사들이 필자에게 수술을 받겠다고 하면 겁부터난다. 슬쩍 물어보기도 한다. 병원 그만두려고 그러는거...아니죠?

 

우리 병원에 근무하다가 내게 수술받고 나서 퇴사한 간호사가 꽤 있다.

카톡으로 연결이 되어 있어 가끔 프로필 사진이 뜬다.

그 중 세 명은 웨딩드레스를 입은 사진을 보았고 그 중 두 명은 청첩장도 받았다.

 

혹시나 이 글을 읽고 우리 병원에 직원할인가로 수술받기 위해 ‘위장취업’하는 경우가 생기지는 않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