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의 끝>

두려움은 인간 뿐만 아니라 현 생태계에 살아남은 모든 동물들의 생존전략이다.

뜨거운 것을 만졌다가 호되게 놀란후 다시는 뜨거운 것을 만지지 않게 된 아이나, 맹수에게 잡혀먹을 뻔 한 후 맹수의 냄새만 나도 황급히 도망치는 사슴이나 공포반응을 통해 자신의 생존을 도모하는 점에서는 같다. 물론 특정한 공포에 과도하게 사로잡히면 공포증이라는 병이 된다.

성형외과는 건강한 사람들이 수술받는 곳이다.

'아프니까 수술을 받는다'는 상식적인 명제와는 달리, 아이러니컬하게도 아프지 않아야 성형수술을 받을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환자도 아닌) 건강한 환자 입장에서는 '멀쩡하던 내가 성형수술 후에 잘못되면 어쩌나?' 라는 두려움은 매우 일반적이고 상식적인 것이다. 아마 초보 의사도 같은 생각-내가 멀쩡하던 이 환자를 망치면 어쩌나?-을 하고 있을지 모른다.

돌출입수술을 하고싶은 환자에게도 두려움이 찾아온다. 이것은 당연하고 자연스러우며 정신적으로도 건강한 것이다.

이런 두려움의 과정을 거쳐 이미 돌출입 수술이나 윤곽수술을 하기로 마음을 굳힌 환자 본인에게, '보호자'라는 또 다른 관문이 있다. 환자의 부모나 배우자는 '멀쩡한' 입을 수술해서 집어 넣는다고 하면 많은 경우에서 일단 반대부터 하고 본다. 필자가 보기에는, 기능적으로는 질긴 음식을 뜯어먹기 좋은 '멀쩡한' 입이 맞지만, 돌출입 때문에 본인이 받고 있는 스트레스와 컴플렉스를 생각하면 미안하지만 전혀 멀쩡한 입이 아니다.

환자 또는 보호자가 가지기 쉬운 흔한 두려움들은 필자의 예상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수술 후 뼈가 약해지지 않나요?

-부모님이 치아에 손대면 늙어서 고생한다고...

-수술 후 입술이나 살에 감각이 마비되면 어쩌죠?

-수술 후에 합죽이처럼 보이지는 않겠죠?

-수술 후에 많이 아프고 힘든가요?

-수술 후에 언제쯤 일상생활이 가능한가요?

-수술 후에 딱딱한 것은 못먹게 되나요?

어떤 환자는 이종격투기 선수가 꿈이라면서, 수술 후 얼굴을 주먹으로 맞아도 괜찮냐는 질문을 하기도 한다. 가수가 꿈인 환자는 발성과 소리의 공명을 걱정한다. 배우나 영어강사는 발음을 제일 걱정한다.

그런데 오늘, 정말 별 것 아니지만 꽤 독특한 질문을 받았다.

(사진 : 오드리 헵번. 출처 : 구글이미지)

-수술 후 턱을 괼 수 있나요?

세상에...

격투기를 해도 되는 마당에 턱이야 당연히 괼 수 있겠지만, 필자는 왜 그게 중요한지 궁금해졌다.

-턱을 괴는게 그렇게 중요한 건가요?^^

생각해보라. 필자가 돌출입수술을 해준 셀 수 없는 환자들이 모두 턱을 괼 수 없다면?

상상만해도 끔찍하기도 하고 우습기도 하다.

어느 대학 강의실에서 꾸벅 꾸벅 힘들게 졸고 있는 여대생에게 친구가 묻는다.

-너는 왜 턱을 괴지 않니?

-응 나는 돌출입 수술을 했거든.

이런 일은 생기지 않는다.

예상치 못한 질문이 나오면, 의사 입장에서는 환자가 지극히 당연하고 정상적인 공포반응의 범주 안에 들어있는 것이 맞는지 한번쯤 의심해보게 된다.

만약 '수술 후에 입 모양이 달라지면 누군가가 전파로 저를 조종할 것 같아서 두려워요' 라고 말한다면 수술을 거절하고 잘 달래서 조용히 돌려보내겠지만, '턱을 괼 수 있나요?'는 그 정도까지는 아니다. 이것 저것 두렵다 보면 별 생각이 다 날수도 있겠거니 생각하고 있다.

오늘 왔던 환자가 돌출입 수술 후에 예뻐진 입과 턱을 '괴고' 스티커 사진 찍을 날이 오길 기대해본다. 그녀에게는 두려움의 끝을 증명하는 증명사진이 될 것이다.

한 상 백

현 서울제일 성형외과 원장

서울대 의학박사, 성형외과전문의

서울대 의대 준우등 졸업

서울대 의대 대학원 졸업 및 석, 박사학위 취득

서울대병원 수련의, 전공의, 전임의

서울대학교병원 우수전공의 표창(1996년)

전 서울대 의대초빙교수

저서 돌출입수술 교정 바로알기(명문출판사,2006)

대한 성형외과 학회 정회원

대한 성형외과학회지 논문게재 및 학술대회 발표, 강연

2018,2019 한국 및 타이완 성형외과 국제학술대회에서 돌출입수술 초청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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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간 돌출입수술과 얼굴뼈 수술 경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