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0-24] [칼럼] 한상백의 돌출입, 양악이야기 <60회>: 광대뼈 재수술해달라고 졸랐던 환자 이야기

<광대뼈 재수술 해달라고 졸랐던 환자 이야기>


재수술이란 참 하기 싫은 수술이다.

내가 했던 수술을 재수술해야 한다면 물론 가장 싫겠지만, 남이 한 수술을 재수술하는 것 역시 피하고 싶다.

재수술을 꺼리는 데에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한번 수술한 자리는 상처살이 차 있게 되므로 시야가 좁고 수술이 불편하다. 어떤 경우는 '어려운 케이스' 이니까 첫수술도 실패한 것이고, 두 번째 수술이 더 쉬울리는 만무하다.

무엇보다도, 재수술을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첫 수술에도 불구하고 불만족스러운 현재 모습을 가진 환자를 재수술하게 되면 그 때부터는 환자의 모든 불만족은 재수술한 의사가 떠안게 된다. (물론 재수술이 잘된다면야 그 환자에겐 명의가 되겠지만...)

재수술 전문이라고 하는 새로운 시장(?)으로 홍보를 하는 병원도 있기는 하지만 세상의 모든 '망친' 수술을 모두 다 만족스럽게 회복시켜줄 수 있다고 자만한다면 대단한 오판이다.

환자는 돌출입수술을 하고 싶어서 필자를 찾아 왔다. 그런데, 돌출입수술과 함께 광대뼈수술을 같이하는 게 바람직해보였다. 돌출입도 돌출입이지만 거기에다 광대뼈가 넙적해보이고 45도 광대가 꽤 튀어나와있었으며 눈의 바깥눈꼬리가 위로 치켜올라가 있어서 너무 강해보이는 인상이었다.

그런데 환자는 씁쓸하게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저, 사실 이거 광대뼈...한 거예요.

광대뼈 수술을 이미 했다는 이야기다. 그제서야 광대뼈의 옆부분을 만져본 필자는 적잖이 놀랐다. 광대뼈의 뒷부분(관골궁;zygomatic arch)이 제대로 안쪽으로 들어가 있었다. 필자가 하는 것과 비슷한 방법이다.

그렇다면 다른 병원에서 했다는 첫 광대뼈 수술이 제대로 된 걸까? 한가지 가능성은, 환자의 광대뼈가 첫수술 전에는 훨씬 심했고, 그게 많이 좋아져서 이 정도일수도 있다.

이 쯤 되면, 포기선언을 해야할 때다.

-광대뼈는 더 이상 건드리지 마시죠.

돌출입 수술을 하는 날이 되었다.

수술 전에 돌출입 수술계획에 대해 상담을 하는데, 환자가 날 조금씩 조르기 시작했다.

-원장님, 광대뼈도 해주세요오오오~

마음이 약해진다.

'안돼. 해준다고 했다가 수술장에서 열어보고 후회하느니, 지금 모질게 거절해야겠다'

조르고, 거절하기를 15분째...

결국 필자가 졌다.

환자의 '조르기'는 묘하게도 '떼쓰기'와 달랐다. 필자에 대한 신뢰가 묻어났으며, '원장님 아니면 누가 예쁘게 해주겠어요 ㅠㅠ' 라며 내 사명감을 자극했다.

환자는 조르기에 성공했다.

대신, 어차피 돌출입 수술을 위해 여는 절개선이 광대뼈 절개선과 동일하니, 이왕 여는 절개선을 통해 광대뼈의 상태를 한번 보고, 수술이 불가능하면 하지 않고, 수술이 가능하다면 해주는 것으로 약속을 하고 수술에 들어갔다.

결과적으로는 환자와 필자 모두 이기는 게임이 되었다.

수술에 들어가보니, 이 환자의 첫 광대뼈 수술이 '실패'한 이유는 광대뼈의 앞쪽(몸통부분; 광대뼈 체부) 절골선이 너무 바깥쪽에 있었기 때문이었다. 튀어나온 곳은 놔두고 그보다 더 먼곳을 절골해서 이동하면 당연하게도 튀어나온 것은 그대로 있게 된다. 광대뼈 체부의 적당한 곳을 절골하고, 관골궁도 절골해서 갸름하고 아름다운 윤곽선이 되도록 광대뼈를 옮겨주고, 앞, 뒤 모두 단단히 고정을 해주었다.

수술이 끝나고 환자가 회복할 때를 기다렸다가 회진을 갔다.

이미 마취에서 깨서 거울을 보던 환자가, 엄지손가락을 치켜 세운다.

(광대뼈와 돌출입수술은 많이 붓지 않아서, 수술 직후에 새로운 라인이 거울로 잘 보이게 된다.)

혹시라도 이 글을 보는 여러분들이, 한상백 원장 마음이 약하네, 하고 무작정 수술해달라고 조르시지는 말기 바란다. 안되는 건 안되는 겁니다! (라고 선언해놓고 마음이 흔들리기는 할 것 같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