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0-12] [칼럼]한상백의 돌출입, 양악이야기 <59회>: 티 안나게 수술해주세요.

<티 안나게 수술해주세요>


'티'란 말을 사전에서 찾아보면 다음과 같다.


티[명사] (출처 네이버 국어사전)

1. 어떤 태도나 기색. 2. ‘어떤 태도나 기색’의 뜻을 나타내는 말.


 *  *  *


돌출입 수술 환자들이 가끔 묻는다.

-수술하면 티가 많이 나나요?

이럴 때는 빙그레 웃음부터 나온다. 어떻게 대답해드릴까?

만약 필자가,

-네 티가 많이 납니다.

라고 대답하면, "그럼 안되는데요. 수술한 티 안나게 자연스럽게 해주세요" 할 수도 있고,


반대로 만약

-아뇨, 티가 나지 않습니다.

라고 대답한다면, 꽤 큰 비용을 치르고 수술받는 환자 입장에서는, "수술해도 별로 효과가 없다는 이야기 인가요?" 하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결국 이런 문답의 딜레마는, ‘티난다’라는 말이 긍정적인 뜻과 부정적인 뜻을 동시에 가지고 있기 때문에 생긴다.

긍정적으로보면 ‘티’라는 것은 ‘효과적인 수술결과’ 를 뜻하는 것이고, 부정적으로 보면 ‘부자연스럽고 인위적인 느낌’을 뜻하는 것이다.

재미있는 것은, 성형수술을 기피하거나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에게는 ‘각인효과’라는 것이 있다. 이를테면 코수술을 한 ‘티’가 너무 나서, 누가 봐도 인위적이고 너무 만든 코처럼 생긴 보기싫은 코를 보고 각인이 된 환자는 코수술을 하면 다 저렇게 되는구나 하고 생각하고는 절대 코수술은 하지 말아야지하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실은, 그 사람이 본 수많은 예쁜 코 중에 사실은 수술한 코가 많이 숨어 있었다. 그야말로 ‘티’ 안나게 자연스럽게 수술이 잘 된 환자를 보았을 때는 그 환자가 수술한 것을 모르니 이 경우는 부정적인 각인이 안되는 것이다. 즉, 수술해서 잘 된 케이스는 그냥 지나치게 되고, 수술해서 망친 케이스는 눈에 확 띄게 되니, 수술하면 안되겠군 하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돌출입에 관한 한 상징적인 존재가 된 여자 연예인이 있다. 지금은 시집가서 아기 낳고 잘 살고 있지만, 얼굴이 변해서 TV와 영화에 나왔을 때 많은 비난과 악플이 쏟아졌다. 예쁘고 매력적인 얼굴을 망쳤다, 합죽이같다, 할머니같다 등등...

대중에게 미친 이 각인효과가 얼마나 큰지, 세월이 10년 가까이 흐른 지금에도 돌출입을 가진 분들에게 ‘수술 후 합죽이가 되면 어떡하죠?’ 라는 걱정을 유발시키고 있다. 모르긴 몰라도, 그 연예인 때문에 돌출입수술을 포기한 사람도 꽤 되리라. 합죽이를 만든다면 그야말로, ‘티’나게 잘못된 수술이 되고 말것이다.

다시 ‘티’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결국 환자들이 원하는 것은 이것이다.

‘티’나지 않게 그러나 ‘티’ 나게 수술해달라는 것.

즉, 자연스럽게 그리고 최대한의 효과가 나오는 것을 원하는 것이다.

누구나 이렇게 수술하고 싶고, 수술받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하루아침에 완성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돌출입수술을 하는 성형외과 전문의로서 아름다움을 보는 눈과 정교하게 움직이는 손이 정점을 찍는데에는 시간이 필요하다.

고작 몇 년 수술해봤다고 수술실력이 '티'나게 늘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돌출입 수술을 위해 필자에게 주어졌던 십수년의 세월에 스스로 감사해야 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