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1-22] [칼럼] 한상백의 돌출입, 양악 이야기 <55회>: 치과의사(구강악안면외과의사)를 돌출입수술한 이야기

<치과의사를 돌출입수술 해드린 이야기>


돌출입수술을 15년가까이 해오다가 보니, 별별 직업의 사람들을 수술해왔다.

필자의 병원은 이상하게도 남성환자의 비율이 높고, 의료인(의사, 간호사, 간호조무사, 치위생사...)이나 준의료인(방사선사, 임상병리사, 재활치료사), 그리고 경찰, 군인과 같은 공무원, 법조인들의 내원이 잦은 편이다. 물론 일일이 열거할 수 없는 다른 직업들이 더 많다. 

의사는 환자의 질병만 보지 말고, 환자의 사회적인 상태도 살펴야 하는 것이 원칙이다.그렇게 배워서이기도 하지만, 궁금하기도 해서 난 환자분들의 직업을 반드시 묻는 편이다.

얼마전 돌출입 상담을 오신 남자분에게 무슨 일을 하시냐고 물었더니, 치과의사라고 하신다.


사실 치과의사를 수술한 것이 처음은 아니었다. 그래서 그냥 그렇군요 하고 돌출입에 대한 상담을 끝냈다. 필자가 돌출입 수술하는 부위가 치아를 포함한 잇몸뼈에 대한 수술인만큼, 어찌보면 치과의사에게 돌출입수술에 대한 설명을 하는 것은 더 쉽다. 그만큼 환자 입장에서도 해부생리학적인 부분을 잘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술 날짜가 되었다.

환자는 치과의사임에도 수술을 앞두고 긴장하는 듯 보였다.


긴장되시나요? 하고 웃으며 말을 건넸더니, 막상 수술을 들어간다고 생각하니 떨린다면서 자신이 엑스레이(파노라마)를 봤더니 치아뿌리와 뿌리 사이가 좁은데 수술이 잘 될까요? 하고 반문했다. 아는게 병이라고 했던가? 수술이 잘 못 된다면 치아뿌리를 다칠수도 있다는 사실을 이미 잘 알고 있는 환자 입장에서는, 이제는 믿을 것이라고는 자기 얼굴을 맡길 의사의 실력, 즉 '의사의 손' 뿐일 것이다.


-저, 사실 구강외과의사입니다.


앗, 환자는 치과의사 중에서도 구강외과를 전공한 분이셨다. 구강외과는 보철과, 교정과, 치주과 등등 치과영역의 한 분야이면서, 치과 중에서는 매우 독특한 과이다. 다른 치과 진료과는 충치치료, 임플란트 등 치아 자체를 치료하는 반면, 구강외과는 치아를 포함한 잇몸뼈, 얼굴뼈를 수술하는 진료과다. 외국에서는 악안면외과라고도 한다.


과거에는 양악수술이나, 돌출입수술을 구강외과에서 하는게 맞다, 성형외과에서 하는게 맞다로 일종의 ‘신경전’ 도 있었고 논쟁거리가 될 수 있었지만, 어차피 양 측에서 수술하는게 모두 ‘합법’인 만큼, 사실 안전하게 수술하고 결과가 좋은 실력있는 의사에게 수술받으면 될 일이다.

지금도 성형외과 전문의 뿐만 아니라, 많은 구강외과출신 치과의사들이 양악수술을 하고 있으며, 양악수술이 유행처럼 번진 이후로 치과대학 내에서 구강외과가 인기과가 되었다는 소문도 들린다.


-아, 그러시군요^^ 여담이지만, 선배나 교수님들 중에 양악같은 악안면수술 많이들 하실텐데, 어떻게 구강외과 선생님이 저를 찾아오셨나요?


치과의사분, 아니 구강외과 의사선생님의 답은 이랬다.


-양악수술이라면 아는 선배님에게 수술받았을텐데, 돌출입수술은 구강외과에서 잘 하지 않고, 국내에서는 한 원장님이 돌출입수술을 제일 잘 하신다고 판단하고 왔습니다.


고마웠다. 십여년 열심히 한 우물만 판 보람이 있구나 느끼면서 수술을 잘 마쳤다.

수술 후 2주가 되었다. 실밥을 뽑아 드리고, 환자분에게 물었다.


-파노라마 한 번 찍어보시지요. 수술전에 치아뿌리 걱정하셨잖아요?


환자분의 답,

-하하. 이미 찍어봤지요. 아주 잘 되어 있더라구요. 치과 동료들과 같이 확인해봤는데 정말 깔끔하게 되어 있어서 놀랐습니다. 감사합니다.


자신이 전문이라고 생각하는 분야가 확고해지면, 그 외의 것들에 있어서도 나만큼 전문적인 사람이 따로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된다. 필자도, 이제 돌출입과 같은 얼굴뼈수술에 십여년을 집중하다보니, 이제는 지방주입을 해달라는 환자가 있으면 나보다 훨씬 지방주입을 잘 하는 다른 성형외과 의사에게 보내드린다. 나말고 다른 사람은 다 엉터리라고 생각하는 순간 자신도 이룬 게 없음이 증명된다.


어찌보면 구강외과 선생님 본인의 분야와 겹치는 돌출입수술을, 필자를 알고 찾아와 맡겨주신 것 자체가 고맙고 명예로운 일이고, 또 그 신뢰에 보답할 수 있는 좋은 결과가 나와 행복하다.


가을비가 그친 토요일의 나른한 오후, 이제 퇴근을 해야지.


앞으로 어떤 환자를 더 만나게 될지 모르지만, 필자는 앞으로도 돌출입수술, 얼굴뼈수술을 통해 아름다운 ‘작품’을 만드는데 매진할 것이다. 그게 내겐 진정 즐거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