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9-15] [칼럼] 한상백의 돌출입, 양악 이야기<56회>: 내 의사친구 둘째 딸도 돌출입 수술하다

<내 의사친구 둘째 딸도 돌출입 수술하다>

무자식 상팔자라는 말이 있다. 물론 유자식 상팔자라는 TV 프로그램도 있지만...

자식 키우는게 보람 있는 일이기도 하지만, 요즘처럼 어떻게 공부를 하고 무슨 직업을 얻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막막한 세상에서는 부모가 자식 바라보는 마음이 마냥 기쁘지만은 않다. 하긴, 요즈음만 그랬으랴. 자식 바라보는 부모 마음에 걱정이 많은 것은 태고적부터였으리라.

51회 이야기에서 이미 언급했던, 그 의사친구의 둘째 딸이 또 돌출입 수술을 받았다.

참 일찍도 결혼한 친구다. 둘째 딸이 벌써, 또 대학에 들어가서 선물로 수술을 해주기로 한 모양이다. 언니에게 돌출입 수술을 해준 아빠(내 친구) 입장에서는 동생에겐 안된다고 할 수도 없는 일이다.

이미 제 언니가 필자에게 돌출입 수술을 받았으니, 동생은 그저 우리 병원에 왔을 때부터 두려움이라고는 하나 없이 그저 신이 나 있었다. 동생은 언니보다 더 제 아빠를 닮아 있었다. 그 덕에 돌출입, 광대뼈, 사각턱, 이 모두 튀어나와 있었다.

수술을 1-2주 앞두고, 그 친구와 식사를 할 기회가 있었다.

친구는 내게 파격적인(?) 부탁을 했다. 둘째 딸에게 돌출입, 광대뼈, 사각턱 수술을 다 해주고 싶은데, 요즘 병원 사정들이 다 힘들고 자신도 힘들어서 반값에 수술을 해달라는 것이었다.

돈을 위해서 작품을 만드는 것은 아니지만, 열과 성을 다한 작품을 만들고 그것을 헐값에 팔고 싶은 작가는 없을 것이다. 비용에 관해서 참 받아들이기 어려운 제안이었다. 결국 어떤 비용으로 어떻게 수술을 해주었는지는 독자들의 상상에 맡기겠다.

비용을 덜 받았다고 덜 아름답게 수술하지는 않는다. 어떤 경우에도 최선을 다한다. 하지만, 작가로 하여금 작품을 신나고 흥겹게 만들게 하려면 비용 부분은 건드리지 않는 것이 더 현명하다는 생각이 그 때 들었다.

돌출입수술, 광대뼈수술, 사각턱수술을 모두 해주었다. 쌍꺼풀 수술까지...

결과는 훌륭했고, 환자 본인도, 내 친구 부부도 만족해했다. 자신과 똑같은 얼굴형을 가지고 태어난 딸이, 여성스럽고 예뻐진 모습을 본 친구의 속마음은 어땠을까? 여하튼 딸 둘이 모두 아빠 입을 닮아, 아빠 친구에게 돌출입 수술을 연속해서 받은 것도 참 신기한 일이다.

그 친구는 셋째도 있단다. 다행히(?) 셋째는 엄마를 닮아, 돌출입이 아니란다.

이제 그 친구는 내게 자식들 수술로 더 이상은 신세(?)질 일이 없다.

날씨도 선선해졌는데, 소주나 한 잔 사라고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