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1-18] [칼럼] 한상백의 돌출입, 양악이야기<52회>: 예선탈락 A양 수술받다. 알고보니 아버님이 서울 의대 대선배님.

한상백의 돌출입, 양악이야기
<52회>
 
예선탈락 A양 수술받다
 
지난 칼럼 44회에, 선배 오빠가 ‘넌 외모 때문에 예선탈락이야’ 라는 이야기를 했다고 웃으며 말하던 착한 A양이 수술을 받았다.
 
45회 뼈로 푸는 성형이야기에서도 썼듯이 왠지 착한 성품의 환자는 수술할 때 연부조직도 착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아니나 다를까 이 환자의 연부조직도 뼈에서 잘 박리가 되고 살이 더 야들야들한 느낌이 들었고 그래서 수술도 비교적 손쉬웠다.
 
사실, 예선탈락녀는 필자에게 상담을 받고 가신 후 얼마 안되어 2012년도에 수술을 받으셨다. 문득 생각해보니, 그녀와 그녀 어머니가 첫 상담을 다녀가신 이야기만 적고 그 후일담을 깜빡 잊고 있었다.
 
A양은 필자에게 돌출입과 턱끝, 광대뼈, 사각턱 수술을 받았다. 착하고 밝고 긍정적인 사람은 수술 후 회복도 더 잘되는 것처럼 느껴진다. 그도 그럴것이 수술 후 붓기가 반 정도 빠진 시점이라고 가정하면, 부정적인 사람은 ‘아직도 붓기가 반밖에 안빠졌네’ 하면서 걱정을 하는 반면, 긍정적이고 낙천적인 사람은 ‘벌써 붓기가 반이나 빠졌네’ 하면서 즐거워하기 때문이다. 똑같은 상태에서 더 긍정적이고 즐거운 마음을 갖고 웃을 수 있는 사람에게는 회복을 돕는 긍정 에너지 즉, 의학적으로는 엔돌핀과 같은 호르몬이나 면역체계에 관여하는 인터페론 감마, 킬러세포 등 유익한 물질들이 나옴으로써 감염으로부터 보호될 뿐만 아니라 더 빠른 회복을 도와주고 통증이나 걱정도 덜어주는 셈이다.
 
수술 후 6주가 되었다.
수술 후 6주는 돌출입 수술을 한 환자가 성형외과에 치료목적으로 오는 마지막 날이다. 사실 최종결과는 6개월 이후에 나오는 것이지만, 치간철사를 뽑는 6주는 수술전후 결과의 1차평가를 하는 시기가 된다.
 
수술 후 6주에 A양과 같이 보호자로 오신 분은 A양의 아버님이였다.
A양의 아버님은 활짝 웃으며 내게 먼저 반갑게 인사를 해주셨다.
 
-안녕하세요?
-아, 네 안녕하세요?
-제가 예선탈락 그녀의 아버지입니다.^^
 
아버지도 딸도 상담을 다녀간 후 내가 쓴 ‘예선탈락’ 이란 글을 읽으신 것이었다.
따님을 결선진출하도록 만들어드리고 싶다는 필자의 졸필을 이미 보셨다는게 부끄럽기도 했지만, 또 한편 필자의 진정성을 알아주셨다는게 가슴뭉클했다.
 
더욱 놀란 것은, A양의 아버님이 건네주신 두 권의 책을 건네 받았을 때다.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책 저자의 성함과 약력을 보니, 세상에...서울대 의대 대선배님이셨다.
 
-아이쿠...선배님...제가 몰라뵈었습니다.
-하하 아니예요. 여하튼 이렇게 만나니 반갑습니다.
 
책을 여러권 집필하신 의대 선배님께서, 내 졸필의 칼럼글을 읽으셨다니 다시한번 부끄러움이 엄습했다. 또 한편으로는, 저명한 의사이자 학자이자 저술가이신 선배님께서 당신의 귀한 따님 수술을 필자에게 믿고 맡겨주신 것이 더없이 고마웠다.
 
A양은 지금 의학전문대학원에 다니고 있을까?
A양이 자신은 아직 고민중인데 주위에서는 당연히 의전원에 갈꺼라고 생각들 하고 있는 것이 더 부담스러울 때가 많다고 토로했던 기억이 난다.
 
한국사회에서 의사로 사는 것은 이제 더 이상 어떤 특권이 아니다. 그러니, A양이 지금 의사가 되는 길을 택했든 아니든, 그녀가 정말 하고 싶은 공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고 있기를 기원한다.
 
그리고 이제 더 이상 그녀는 예선탈락녀가 아니다.
그녀는 이제 본선에는 넉넉히 진출할 수 있는 아름다운 여자가 되어 있으리라.
마지막에 이루어내는가는 그녀의 몫이다. 그 게임이 사랑이든, 결혼이든, 성공과 명예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