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1-18] [칼럼] 한상백의 돌출입 양악 이야기<51회>: 내 의사친구 딸 돌출입수술해준 이야기

내 의사친구 딸 돌출입수술해준 이야기
 


 
몇 달 전, 의사인 내 친구의 대학생 딸이 필자에게 돌출입 수술을 받았다.
 
‘우리 딸, 너한테 맡길테니 알아서 수술 잘해주라’.
수술 당일날 친구에게 온 전화였다.
 
돌출입 수술은 얼굴뼈의 성장이 완료되는 시점 이후에 수술하는 것이 권장되는 데 그 연령이 여자의 경우 만 17세 정도이다. 필자의 친구 딸은 벌써 스무살이었다. 그 친구가 조금 일찍 결혼을 하긴 했지만, 역산을 해보면 내 의사친구와 필자의 나이도 대충 나온다. 세월이 참 빠르다.
 
전에 ‘동안 의사는 불편하다’라는 글에도 쓴 바 있지만, 특히 너무 잘(?)나온 증명사진과 젊어보이는 병원홈피 원장사진 덕분에 필자는 의사로서의 경력이 짧은 것으로 오인받기도 한다. 요즘 필자에게 돌출입이나 얼굴뼈 수술 상담을 위해 대학생 딸과 같이 온 어머님의 나이가 나와 같거나 나보다 적은 경우가 드물지 않다. 그 때 마다 세월의 무게에 필자는 흠칫 놀라기도 하지만, 어머님 쪽에서는 매우 안심하는 눈치다. 자신이 살아온 인생의 무게만큼 필자의 경력에 안심하는 것이리라.
 
만약 나 자신이 딸 가진 부모가 아니었다면, 친구 딸을 직접 돌출입 수술 해준 감회가 이 정도는 아니었으리라. 어느 집 아빠가 딸바보라는 말은 있어도, 아들 바보라는 말은 들어보지 못했다. 그만큼 자기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내 딸을 다른 사람에게 수술해달라고 맡기는 것은 참 쉽지 않은 결정이다. 맹장수술을 받아야 한다거나 어디가 찢어져서 꿰매야 하는 것과는 다른 이야기다. 사실상 돌출입 수술은 안하고 살아도 생명이나 기능에는 지장이 없는 수술이다. 자신도 의사인데, 멀쩡한 제 자식을 수술대에 눕혀서 다른 의사에게 성형수술을 맡겨야하는 상황이다. 누구에게나 제 자식이 얼마나 예쁠텐데, 그래도 필자의 객관적인 평가와 수술실력을 믿고 딸의 돌출입 수술을 내게 맡긴 그 친구의 신뢰에 필자 또한 고마움을 느낀다.
 
사실 그 친구는 워낙 보수적인 친구다. 제수씨 이야기로는 결혼당시 그러니까 20년 전 입던 바지를 아직도 그대로 입는다고 한다. 통이 큰게 유행이든, 딱 붙는게 유행이든 신경쓰지 않는다. 휴대폰 전화번호도 최근까지 국번이 세자리였다. 그러다가 오늘 카카오톡 친구추천에 그 친구가 뜨길래 반가운 마음에, 첨부한 사진에서 보듯이 내가 말을 건 것이었다.
 
아무리 나의 돌출입 수술실력을 믿는다고 해도, 그런 보수적인 친구가 딸을 수술시켜주기로 한 결정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친구 딸이면 내 딸 못지 않게 VIP 인데, ‘너무 VIP' 면 혹시나 VIP 신드롬이라도 생기지 않을까 걱정도 되었을 법하다.
 
VIP신드롬이란 의료계 내부의 속어로서, 너무 잘 해주려다보면 오히려 결과가 좋지 않거나 후유증이 생기게 되는 아이러니한 현상을 가리킨다. VIP 신드롬이 정말 존재하는 것인지 미신과 같은 것인지는 알 수 없으나, 만약 그런 경향이 조금이라도 있다면, 그것은 결국 의사가 '오버'해서 더 잘해주겠다고 평정심을 잃고 안하던 것을 하거나 하던 것을 안해서 생기는 결과다.
 
돌출입 수술이나 얼굴뼈 수술에 관한한, 이제는 필자는 내 자식이건, 친구 딸이건, 대통령의 딸이건 평정심을 잃지 않고 수술할 수 있게 되었다고 자신한다. 더 잘해주지도 더 못해줄 것도 없이 이제까지 해 온 그대로면 된다고 생각한다.
 
일찍 결혼한 부모가 딸 시집을 일찍 보내는 데 더 관대할 수도 있을테니, 그 친구가 의사 친구들 중에 제일 먼저 사위를 볼 수도 있겠다(세상에! 내 친구가 사위를 본다니...!)그 결혼식에 가서 아빠 손을 잡고 입장하는 예쁜 신부를 보면, 필자의 마음도 아빠 못지 않게 뿌듯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