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7-2] [엽기사진(?)과 함께] 돌출입과 사각턱'재'수술받은 학교선생님

 

어제 오후에 좀 복잡한 얼굴뼈 수술을 끝내고 내려오는 길에,

환자 대기실에 있는 원두커피한잔과 KID O 라는 과자를 하나들고,

컴터가 있는 내 책상에 와 앉았다.



나는 커피를 좋아하지 않아서 책상에 가져다 놓고도 커피가 앞에 있다는 사실을 잊어먹기 일쑤다. 하지만, KID O 라는 과자는 바싹구운 토스트에 '미제빠다'와 설탕가루를 뿌려서 먹던 어린시절의 맛을 그대로 떠올리게 해서, 배고플 때는 손이 간다. 이런 류의 과자를 먹을때는 역시 커피든 우유든 뭔가가 같이 있어야 한다.

복잡한 얼굴뼈 수술이란 뭐냐하면,

돌출입수술과, 사각턱 재수술이었다.
돌출입수술이야 일상적으로 하는 수술이기 떄문에 아무런 스트레스도 없고 늘 물 흐르듯 진행이된다.

그러나 다른 병원에서 환자가 이미 받았던 사각턱에 대한 재수술은 아주 스트레스풀 한 수술이다. 일단 내가 만들어놓은 수술이 아니므로, 최선의 결과를 내기도 어렵고, 한번 수술한 흉터살을 통해 수술을 하려면 수술시야도 좁고, 신경손상의 위험도 커진다.
더구나 이 환자의 주소(chief complaint)는 제 2차 하악각이라고 해서, 흠..그러니까 뭐라 설명을 해야하나...

하악각, 즉 사각턱수술을 처음부터 제대로 하면 이런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 사각턱을 깎긴 깎았는데 부자연스러운 것은 대개 두가지 경우이다.
귀밑부터 턱끝까지 너무 1자로 깎아서 요즘 시트콤에 나오는 모 여자 탤런트처럼 보이는 소위 '개턱' 이 문제겠고,
또하나는 귀밑부터 턱선의 중간까지만 1자로 깎는 바람에, 난데없이 턱선의 중간에 툭~ 튀어나온 부분이 생겨버린 2차하악각이다. 이 경우는 네모난 얼굴을 깎아 계란형이 아닌 오각형으로 만들어준 셈이 된다.

어제 수술한 환자가 바로 다른병원에서 받은 사각턱수술로 2차하악각이 생긴 경우였다.

2차하악각을 생기도록 수술하는 의사는 왜 그랬을까? 이것은 십중팔구 그 의사가 턱끝신경을 두려워해서 그부분까지는 절골할 생각도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 계란형의 얼굴로 턱뼈를 깎으려면 귀밑의 사각턱(하악각)부분부터 시작해서 송곳니 뿌리 부근에 있는 턱끝신경 바로 밑까지 절골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니, 그 의사는 모양은 둘째 치고 오로지 무사안일을 위해 턱선 중간까지만 절골을 하고 수술을 끝낸 셈이다.

그러니 결과적으로 첫번째 사각턱수술을 한 의사는 본의든 본의가 아니든, 나에게

' 이 부분은 너무 위험해서 난 안 깎을테니, 위험한 곳은 당신이 좀 하시오 " 하고 일을 미루어 버린 셈이다. 그것도 흉터살이라는 핸디캡까지 씌워놓고...ㅠㅠ


결국, 2차하악각을 제거하는 재수술을 하는 나로서는, 그 신경과 근접한 바로 그 부위의 뼈를 절골해야 할 의무를 떠안은 것이다. 물론, 내가 첫수술을 했다면 비교적 맘편하게 턱끝신경의 부위까지 계란형의 절골을 해주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경우처럼 재수술인 경우 이미 형성되어 있는 흉터살을 통해 수술해야 하기 때문에, 조직이 잘 늘어나지를 않아 수술시야도 좁고 불편할뿐더러, 턱끝신경부위도 탄력성을 잃고 딱딱해져 있어서 조금만 무리한 힘을 가하면 턱끝신경이 끊어져 버릴 수도 있다 !! 제일 어렵고 위험한 과정을 내가 맡게 된 것이다.

 수술이 시작되었다.

 돌출입수술이 먼저 진행되어 평소처럼 잘 끝이났고,  그 다음으로 2차 하악각제거 수술을 했다. 이 재수술 내내, 턱끝신경의 보호와 턱선 모양의 개선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모두 완벽하게 이루어내기 위해 난 최선을 다했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2차 하악각이 제거되어 모양이 좋아진 것이 눈으로 확인이 되었고, 턱끝신경의 보존도 완벽했다.

 

 대개 직업이 선생님인 환자들은 과학적이고 논리적이다.
 예를 들면 상담시에 질문내용을 메모해 와서 번호순서대로 질문한다든지, 수술이 끝나면 몇밀리를 어떻게 수술했는지 등등 자세하고 정확한 설명을 원한다든지 하는 경우가 많다.

 어제 수술한 그 환자의 직업도 선생님이었다.
 나중에 자세히 질문할 것을 미리 대비해^^ 2차하악각 수술로 절골된 뼈를 버리지 않고 가지고 내려왔다. 거즈한장에 싸서, 힘든 수술을 마친 보람의 실체라도 되는 듯 한속에 꼭 쥐고...

 내 방 컴퓨터에 앉아 인터넷 상담에 답변을 시작하니 허기가 엄습한다.
 난 가지고 들어온 KID O 라는 과자를 까서 한입을 베어물었다. 커피도 한잔 홀짝...
 그리곤 자판을 두드리기 위해, 한입 베어불은 과자를 책상위에 놓는다...순간...하필 바로 고 옆에 절골한 뼈가 있다.
 난 아무생각없이 절골한 뼈를 손등으로 휙 밀었다.

 순간, 다시한번 방금의 광경을 찬찬히 보니, 어찌보면 참 엽기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방금 절골한 뼈조각과 약간의 피가묻은 거즈, 그리고 그 옆에 과자봉지, 그 위엔 마저 먹으려 남겨놓은 과자...
 방금 잘라낸 사람의 뼈 옆에 먹을 것이 놓여져도, 불감증, 무감증인 것을 뛰어넘어서... 잘라낸 뼈를 을 아무리 쳐다봐도, 뼈가 징그럽기는 커녕, 예쁘게 대칭적으로 잘린 2차하악각 부분의 뼈가 아주 귀엽고 보람스럽기만 하다.
그 광경을 핸드폰 카메라로 찍어놓고는 냉큼 나머지 과자를 입에 쏙~ 넣었다. 역시 맛있다.
 


 사진을 보고 애개...요만큼 잘라서 뭐가 달라질까? 라는 의문이 들수도 있겠지만 사실은 확연한 차이다. 특히 턱끝쪽, 입부분에서서는 1-2 mm의 차이도 아주 확연한 차이를 낸다. 내가 잘라낸 뼈의 크기를 정확히 재보니, 길이는 3 cm에 가깝고, 최대두께는 3~3.5 mm 나 되니, 결코 적은 양이 아니다. 만약, 요만큼의 뼈를 떼어내는 데 무슨 어려움이 그리 많냐고 한다면...날 두번 죽이는 것이다.

 1mm의 차이가 만들어내는 아름다움.

 이것은 성형수술의 매력이기도 하지만 어려움이기도 하다.
 어렵게 만들어낸 아름다움은, 단지 사람들의 눈만 기쁘게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음도 풍요롭게 할 것이다.

2004-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