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6-22] 수능치고 나서 서울로 유학온 새내기 B군

B군은 어머니와 함께, 한반도의 저 남쪽에서 올라오셨다.

수능을 본 직후였기 때문에, 원서를 넣어 놓고 합격통지가 나기 전이었다. 무슨 복수지망, 1군, 2군, 수시모집 이런 단어들을 난 잘 알지못한다.

내가 대학을 들어갈때는 오직 한군데 원서를 먼저 집어 넣고, 그 학교에 가서 시험을 봤다. 내가 시험을 보러 간 S 대의 캠퍼스는 너무너무 커서 좌석버스가 학교 교문을 통해서 학교안으로 들어가는 진풍경을 연출했던 기억이 난다.

B군은 참 말이 없고 수줍음이 많은 고 3 학생이었다.
수술을 하는 의사로서는 환자의 의중을 잘 아는 것이 중요하다.
환자-의사 간의 좋은 관계는 수술결과나 회복에 있어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의사로서는 약간 답답함을 느낄 정도로 과묵한 환자였던 B군은 공부를 잘하는 모범생이었다. 솔직하게 고백하건대, 난 B 군이 모범생일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그만큼 돌출된 입은 사람의 인상을 지적이지 못하게 보이게 한다.

B 군은 나에게 돌출입수술과 턱끝수술(턱끝성형술 여부는 기억이 좀 가물가물하다)
,그리고 광대뼈 성형술을 같이 받았다.

그리고 나서, 수술받은지 채 얼마 지나지 않아서, 우리병원 홈페이지에 수술후기가 올라왔다. B군의 글이었다. 난 그렇게 과묵한 B군에게서, 그렇게 달변의 글이 나오리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었다.

똑같이 엉덩이 주사를 한방 맞아도, 어떤 사람은 아파죽겠다고 소리지르는 사람이 있고, 어떤 사람은 뭐 그냥 견딜만 하다며 아무렇지 않아하는 사람들이 있다.
또 똑같이 물이 반컵 담겨 있어도 어떤 사람은 반밖에 없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반이나 있다고 한다.

이렇듯, 수술 후기도 그 사람의 주관적인 판단이 들어갈 수 밖에 없다.

B군의 후기에서, 내 기억으로 아마도, "수술 후 며칠은 입에서 피를 뱉어내는게 장난이 아니고, 엄청나게 피가 나와 피만 뱉었다"는 얘기가 나오는 걸로 기억한다.
다른 네티즌이나 환자분들이 보면 거의 기절할 일이다 ^^;;

실제로 돌출입 수술 직후 입원해 있는 환자들이 주로 해야할 일은, 코나 입안에서 조금씩 스며 나오는 피를 뱉어내는 일이다.

지독한 코감기에 걸려본 사람은 알겠지만, 계속해서 흐르는 콧물을 크리넥스 티슈에 묻혀 버리다 보면, 어느새 휴지통이 가득차게 된다.

수술 후 입에서 나오는 피도 마찬가지다. 크리넥스가 흠뻑 젖게 나오는 것이 아니라, 나오는 피를 뱉어내서 크리넥스의 일부분이 젖고 그것을 뭉쳐 버리다 보면, 금새 휴지통이 그득 차게 마련이다. 그러면 피가 엄청나게 많이 나온 것 같지만, 만약 그 휴지에 묻은 피의 양만 따로 계산한다면 그리 많은 양은 아닌 것이다.

어쨌든, 이 돌출입수술과 우리 병원을 적극 추천한다는 B군의 수술후기는 그야말로 자신으로서는 최대한 '솔직한' 글이었고, '피가 엄청나게 나온다' 는 말을 보고 다른 환자들이 무서워한다고 해도...후기는 후기인 것이다 !!!

6주가 되어 병원을 방문했을때, 그야말로 B군은 참하고 지적인 '모범생' 이 되어 있었다. 입이 예뻐진 것은 물론이고, 광대와 돌출입수술로 움푹꺼져보였던 볼살까지 통통해져서, 복스럽고 예쁜 얼굴로 변신해 있었다.

대학도 원하던 대학에 합격했다는 기쁜 소식을 전해주었다.

그리고나서 얼마 안있어, B 군의 고향으로부터 배 한박스가 도착했다. B군과 어머니가 보내주신 감사의 선물이었다. 배로 유명한 그 고장답게, 배는 정말 달고 맛있었다.

지금 대학 새내기로 1학기 기말고사를 끝내고 방학을 했을까?
B군의 인생도, 잘익은 배처럼, 좋은 열매를 맺을 수 있기를 바란다. 외모가 경쟁력인 세상에서, 내가 인생에 가장 잊지못할 선물을 해주었으니 B군에게 많은 힘이 될 꺼라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