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12-01] [칼럼] 한상백의 돌출입과 인생 <157회> : 자동차와 돌출입

<자동차와 돌출입>



일본에서 2021년에 판매된 일본산 승용차 판매 순위 중 1위와 2위는 T사의 배기량 1200cc 소형 자동차와 배기량 996cc의 경차이고, 각각 약 21만대, 13만대가 판매되었다고 한다. 굳이 이런 통계가 아니더라도, 일본 거리에서는 몸집이 작은 경차, 소형차를 쉽게 볼 수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의 승용차 시장에서는, 국산차든 수입차든 중, 대형차의 인기가 높다. 한국에서는 자동차가 위풍재(威風財)로 분류되는 경향이 있다. 위풍재란 제품의 가격이 오르면 오히려 수요가 늘어나는 재화로서, 명품이나 고급 자동차의 소비에서 나타난다고 한다. 같은 맥락으로, 한국에서 경차는 인기가 시들하다. 경차나 소형차로 과시를 하는 사람은 없다. 거리에는 중, 대형 차량이 즐비하다.

그런데, 국내에서 생산되는 최신형 경차(배기량 1,000cc 이하) 한 대의 가격을 조사해보니 1,290~1,655만원이다. 경차 한 대 평균 가격이, 필자가 하는 돌출입수술보다 더 비싼 것이다. 참고로, 현재 대표적인 국산 소형차(배기량 약 1,500cc)의 가격은 2천만 원 정도에서 시작하는데, 같은 모델의 소형차가 20년 전에는 9백만 원 정도였다. 

아무리 경차라고 해도, 하나의 자동차가 탄생하기까지는 첨단 재료와 기술이 적용되었을 것이고 수많은 전문가가 개발에 참여했을 텐데, 소비자가격 천이백만 원으로 나름 쌩쌩 달리는 자동차 한 대를 만들 수 있는 것도 어찌 보면 대단한 일이다. 효율성을 극대화한 대량생산이기에 가능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필자가 하는 돌출입수술이 경차 한 대의 가격에도 못 미친다는 사실은 나로서는 참 서글프다. 사실 그 정도의 가격으로 살 수 있는 세계 여러 나라의 경차 종류는 셀 수 없이 많겠지만, 그 정도 수술비로 안전하고 아름답게 돌출입수술을 해 줄 집도의를 찾는 것이 확실히 더 어려운 일일 것이다. 대개, 찾기 어렵고 가지기 어려운 건 비싸다. 필자가 미국에서 같은 수술을 한다면 돌출입수술 한 건에 일억 원이 넘어갈 것 같다. 단, 미국 의사면허가 없는 게 함정이다. 나는 한국 의사다. 참고로 한국에서 위내시경 1회 비용은 10만 원 정도이지만, 미국에선 3백 5십만 원 정도라고 한다.

문득 이런 생각을 해보게 된다. 돌출입수술과 자동차는 어떤 점에서 비슷하고, 또 어떤 점에서 다를까? 비슷한 점은 우선 가격이다. 인정하기 싫지만, 경차가 약간 더 비싸긴 하다. 또한, (업무용차량을 제외하면) 자동차 없이도 살 수 있고 돌출입수술 안 해도 살 수 있다는 점도 비슷하다.
 
다른 점이 더 많다.

첫째, 유효기간이 다르다. 자동차는 10년 이상 쓰기 어렵지만, 돌출입수술의 유효기간은 ‘평생’이다. 즉, 돌출입수술의 효과를 가지고 사는 유효기간이 자동차에 비해서 훨씬 길다.

둘째, 경차와 돌출입수술 비용이 얼추 비슷하다고 해도, 그것을 유효기간으로 나누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30세에 돌출입수술을 한다면, 예뻐진 입으로 사는 기간은 100세까지 앞으로 70년. 환산하면 한 달에 만 원대, 즉, 한 달에 커피 두세 잔 값이 된다. 이 정도 금액으로 스스로에게 줄 수 있는 가장 가치 있는 선물을 한다면 과연 어떤 게 있을까?

셋째, 자동차는 사는 순간 소모품이지만, 돌출입수술의 결과는 소모되지 않는다. 자동차는 출고되어 땅을 밟는 순간부터 감가상각이 일어난다. 3, 4년 정도 타면 대개 반값 이하가 되고, 10년 정도타면 거의 고철 비용밖에 못 받게 된다. 

돌출입수술은 감가상각이 일어나지 않는다. 오히려 수술 후 더 빛날 수 있다. 위축감을 주던 외모가 개선되면서 마음도 치유되어서다. “세상이 제게 친절해졌어요.” 돌출입수술 후 환자가 해준 말 중 가장 인상 깊었던 말이다.

넷째, 자동차 가격은 지난 수십 년간 세 배 이상 올랐지만, 돌출입 수술비는 20년째 오르지 않고 있다. 정확히 말하자면, 필자가 올리지 않고 있다. 자동차 가격이 매년 오르는 것은 그러련 하는 환자들이, 왜 돌출입수술 비용은 20년째 비싸다고 생각하는 걸까? 사실, 20년 전의 돌출입 수술비는 당시 (경차가 아닌) 소형차 두 대 값이었지만, 이제는 경차 값이 돌출입수술비를 추월하게 되었다.

물가 상승률에 맞추어 가격을 올리면 돌출입수술 하러 오는 환자들이 아우성일 것이다. 물가가 올라서 살기도 팍팍한데, 수술비마저 올리면 어떡하냐고 볼멘소리가 나올 것이다. 물가가 오른 것을, 정부도 경제부처도 아닌 왜 필자가 보전해 주어야하는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사실 나도 한 사람의 소상공인이다. 병원 직원들 월급 주고, 각종 유지비용 부담하고, 세금 열심히 납부하는 경영인이다. 인건비가 10여 년 전에 비해 두 배 정도 올랐다. 언젠가는 수술비도 부득이 인상을 해야 할 때가 올 것이다. 아직은 버티고 있다. 

다섯째, 자동차는 구매 후 유지비용이 들지만, 돌출입수술은 수술 후 유지비용이 들지 않는다. 물론 수술이 성공적이라는 전제 하에 그렇다. 자동차는 연료를 사 넣고 세차도 해야 하지만, 돌출입수술을 한 후에는 오히려 화장을 덜 하고 덜 꾸며도 더 아름다울 수 있다.


여섯째, 자동차는 당신 자신이 아니고 가끔 편리를 주는 물건이지만, 돌출입은 당신 자신이고 그 사람의 아이덴티티이다. 100살이 넘어 이윽고 관에 들어갈 때, 망자의 자동차는 기억되지 않지만, 그 마지막 모습은 기억될 것이다.

일곱째, 자동차는 대량으로 똑같이 찍어 내지만, 돌출입수술은 개개인에 맞춤 수술을 한다. 대부분의 자동차는 내가 원하는 디자인이나 색깔로 커스텀오더가 되지 않지만, 돌출입수술은 환자가 원하는 모습과 취향을 고려하여 수술해주고 있다.

여덟째, 신형 자동차에는 결함이 뒤늦게 발견되어 리콜을 하기도 하지만, 이미 수십 년간 같은 방법으로 시행되어 온 돌출입수술의 과정 자체는 성형외과학적으로 검증되어 교과서에 실려 있다. 물론 인체는 기계나 소모품과는 다르므로, 합병증의 가능성에 더욱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  *  *

방금 만 50세 여성의 돌출입수술을 끝내고 나왔다. 남편 분은 오늘 처음 뵈었다. 수술 직전 상담 때, 진료실에 들어오지 않고 줄곧 입원실에만 머물러 계셨다. 아내의 지시사항이었을 것이다. 수술을 끝내고나서, 기다리시던 남편 분에게 돌출입 수술이 잘되었다고 말씀드렸더니, 감사하다는 말과 함께 이내 밝고 선한 표정이 드러난다. 이제 거의 ‘다른 여성’과 살게 될 것이다. 돌출입이 심했던 아내였기에 인상의 변화도 아주 클 것이기 때문이다. 

기회가 된다면, 두 분이 어떻게 만나서 어떤 매력 때문에 결혼하게 되었는지 넌지시 물어보고 싶다. 이 말까지는 그 부부에게 할 수 없고 할 필요도 없지만, 만약 그녀가 결혼 전에 내게 돌출입수술을 받았다면, 그 두 사람은 지금과 다른 운명이었을지 모른다. 둘이 만나 결혼하고, 아내가 이제야 돌출입수술을 받게 된 것도 숙명이었을 것이다.

짝을 찾는 러브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서 선택의 첫 번째 단계는 ‘첫인상 선택’이다. 상대방에 대한 아무 정보 없이 단지 외모와 느낌만으로 하는 선택이다.

사람의 매력이 외모에만 있지 않다는 것에는 물론 나도 전적으로 동의한다. 그러나 상대방의 외모를 보고 자연스러운 이끌림이 생기는 것을 거부할 수는 없다. 싱글이어서 외로운 당신이, 뜻하지 않은 순간 누군가를 우연히 마주쳤다고 가정해보자. 

멀리서 보니 눈길을 확 끄는 매력적인 모습의 한 사람이 있다. 가까이 다가가서 보니, 돌출입이 심한 이성이 자신의 경차 문을 열고 시동을 건다. 그(그녀)가 자동차의 오너라고 해서 돌출입인 그 사람이 한결 매력적으로 느껴질까? 돌출입의 단점이 경차로 커버될까? 아니, 값비싼 외제차라면 돌출입이 커버될까?

반대로, 특히 입매가 예쁘고 잘생긴 이성이 지하철에 타거나 택시를 잡고 있다. 그(그녀)가 경차도 없는 ‘뚜벅이’라는 사실 때문에 그 사람의 매력이 떨어지나? 사람들은 과연, 경차를 모는 돌출입과, 지하철을 타는 예쁜 입 중 어느 쪽에 첫인상 선택의 한 표를 던질 것인가?

여기서 잠깐. 많은 사람들이 얼굴의 첫인상 선택에서 ‘눈’에 좌우될 것 같지만, 사실은 꼭 그렇지 않다. 마스크를 쓰고 하는 첫인상 선택이라면 그럴 수 있겠지만, 아무리 눈이 예뻐도, (마스크를 벗는 순간) 돌출입이라면 눈의 아름다움은 빛을 잃고 만다. 예쁜 눈에 빠질 뻔 했던 것에 배신감마저 느끼는 게 마기꾼이라는 말이 생긴 이유다. 쌍꺼풀 진 큰 눈과 돌출입의 조합은 십중팔구 개구리나 오리라는 별명을 떠올리게 하고, 비교적 작은 눈과 돌출입의 조합은 유인원 느낌에 가까워진다. 그런 별명이 돌출입을 가진 본인에게는 큰 스트레스이고 마음의 상처가 된다.

삶은 선택의 연속이다. 하다못해 글을 쓸 때에도 단어 ‘선택’에 고심을 한다. 많은 선택의 기로에서 ‘가격’은 사실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소위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나 ‘혜자’라는 말도 결국 가격과의 줄다리기다. 

그러나, 자신의 얼굴에 평생 한 번 하는 수술과 가성비 좋은 물건을 구매하는 것은 다른 차원이다. 돌출입수술은 일정기간 생활의 편리함을 주는 물건이 아니다. 필자의 돌출입수술이 경차 한 대 값에 못 미치는 것에 자존심의 ‘스크래치’를 입기는 했지만, 필자가 환자 한 분 한 분에게 정성껏 해주는 돌출입수술의 가치가 기껏 10년 못 타고 버리는 자동차 한 대 값에 못 미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정신 승리해본다.

<사람이 꽃보다 아름다워>는 시인 정지원의 시 제목이다. 아름다운 시 제목을 빌려와서 미안하지만, 25년 간 돌출입만 바라본 내 눈에는, 입매가 예쁜 사람이 멋진 자동차보다 아름답다.

 


한상백


현 서울제일 성형외과 원장
서울대 의학박사, 성형외과전문의
서울대 의대 우등 졸업
서울대 의대 대학원 졸업 및 석, 박사학위 취득
서울대병원 수련의, 전공의, 전임의
서울대학교병원 우수전공의 표창(1996년)
전 서울대 의대초빙교수
저서 돌출입수술 교정 바로알기(명문출판사,2006)
대한 성형외과 학회 정회원
2018, 2019, 2022, 2023년, 한국 및 대만, 일본 성형외과 국제학술대회에서 돌출입수술 강연
2022년 SCI급 미국성형외과학회 공식학술지(영향력지수 IF=5.169)에 돌출입논문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