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0-26] [칼럼] 한상백의 돌출입과 인생 <106회> : 개 자랑

개 자랑



'개'는 단연코 인간과 가장 친근한 동물이다. 동시에 욕이나 비속어에 가장 자주 등장하는 동물이기도 하다.(육두문자라는 말보다 차라리 욕이라는 단어가 어원상 점잖은 듯하다)

망신보다 개망신이 더 참담하듯이, 자랑보다 개자랑이 더 심한 자랑일텐데, 필자가 쓴 개자랑은 그런 뜻이 아니고 띄어쓰기한 개 자랑이다.


심리학적인 연구에 의하면, 누군가 자랑을 하면 그 자랑을 듣는 대다수의 사람들로부터 반감을 산다고 한다.

SNS에 자신의 군살없는 체형, 글래머러스하거나 근육질의 몸, 최고급 호텔에서의 럭셔리한 여행, 미슐랭 스타 레스토랑에서의 저녁만찬, 엄청난 쇼핑, 새로 산 슈퍼카 등을 소위 플렉스(뽐내거나 부를 과시한다는 뜻)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걸 보면 부러워하는 사람도 있겠고 그러라고 끊임없이 자랑하는 것이겠지만, 너무 심하면 정신심리학적으로 건강해보이지는 않는다. 물론, 너무 압도적이거나 완급조절을 잘 하면, 쿨하게 인정받기도 할 것이다.

단체 톡방에다 본인이나 가족이 **대학에 합격했다는 소식처럼 대놓고 자랑을 하려면, 준비해야 할 것은 파티다. 파티에는 물론 돈이 들어가지만, 자랑에 대한 반감을 무마할 수 있는 최선의 의식이다. 신기하게도 자진해서 ‘한턱낼게!’ 하고 밥 한번 사면, 대부분 실제로, 진심으로 축하해준다.

그러니, 한 턱 쏠 준비를 하고 자랑을 하든지, 자랑을 하지 않고 숨죽이고 있든지 하는 편이 낫다. 자랑을 한 다음에 한턱 쏘겠다는 선언을 스스로 하지 않으면 누군가에게서 ‘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래 날짜 잡자’ 하고는 뭉개는 사람들도 있다. 그렇게 자랑 후 치고 빠지는 사람이 다음에 또 자랑을 하면, 이번에는 거의 모두가 반감을 가지게 된다. 아무도 ‘쏘라’고도 하지 않는다. 더러워서 너한테 안 얻어먹겠다는 거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이 있다. 자기 집 개 자랑을 한다고 해서, 한 턱 내라는 사람은 없다.

자기 집 아내 자랑, 남편 자랑, 아들 자랑, 딸 자랑, 하다못해 새로 산 자동차나 시계 자랑을 해도 한턱 쏘라는 말을 듣는데, 강아지를 입양했다거나 우리 집 강아지가 너무 예쁘지 않냐며 올린 사진은, 아무리 도배를 해도 한 턱 내라고는 하지 않는다.


왜 그럴까?

첫째는, 개자랑은 듣는 이에게 박탈감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돈 자랑, 여행 자랑, 합격, 차, 백 자랑은 모두 경쟁적인 상황에서 쟁취한 자가 하는 자랑처럼 느껴질 수 있고, 타인의 처지를 상대적으로 불쌍하고 비관적으로 느껴지게 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강아지는 자꾸 태어나고, 마음만 먹으면 한 마리 입양해서 키울 수 있다.

둘째는, 개자랑을 아무리 해도 타인들 눈에는 그저 그런 강아지로 보이기 때문이다. 자기 집 자식들이 제일 예쁘듯이, 자기 집 강아지가 제일 예쁘다. 보이는 외모 뿐만 아니라 강아지와 살아온 세월이 있다. ‘우리집 강아지 너무 예쁘지 않냐’고 올리는 사진을 보고, 와 정말 대박 예쁘다고 느껴본 적이 솔직히 없다. 그러니, 부럽지도 않고, 쏘라고 하고 싶지도 않다.

셋째는, 강아지나 고양이와 같은 반려동물이 주는 정서적인 효과 때문일 것이다. 개자랑 좀 했다고 해서, 잘난 체가 심하다거나 타인의 감정에 배려심이 없다고 느껴지지는 않는다. 남의 집 강아지라도 보고 있으면 빙그레 미소 짓게 된다. 아무 죄 없는 강아지라는 존재는, 사람보다 영혼이 맑은 듯하다. 험상궂게 생긴 남자가 걸어가는데 강아지 한 마리 안고 있다면, 경계심이 해제되는 반전이 생긴다.


* * *


필자가 20년간 돌출입수술을 해오면서 느낀 점 중 하나는, 이 수술이 침묵의 수술이라는 점이다. 돌출입수술이 잘 되고 결과가 드라마틱하게 아름다울수록 수술을 집도한 나에게는 큰 자부심이고 뿌듯한 일이지만, 정작 환자 본인은 절대로 자랑하고 다니지 않는다. 평생 비밀이다.

돌출입수술 후에 A양은 그야말로 몰라보게 예뻐졌다. 까페에서 친구들을 기다리는데, 친구들이 자기를 정말 못 알아봤다고 한다. 길거리나 까페에서 전번을 ‘따이는’ 일도 다반사가 되었다.


그 정도로 예뻐졌는데, 왜 ‘자랑’을 하지 않을까?


첫째, 환자만 가만히 있으면 돌출입수술한 걸 모른다.


A양 친구들은 난리가 났다. 얼굴에 무슨 짓을 한 건지 캐묻기 시작한다.

그냥 ‘살 좀 빠졌을 뿐인데’ 라고 둘러대 보지만, 그럴 리가 없다며 얼굴을 조목조목 뜯어본다. 하지만, 친구들로서는 A양이 무슨 수술을 했는지 알 수가 없다. 돌출입수술이라는 것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사람이 훨씬 더 많기 때문이다.


둘째, 돌출입수술이 아니라 다른 시술이나 수술한 것으로 오해한다.


마침 친구 중 한 명이 ‘아, 너, 코 수술했구나’ 한다. 이내 주위 친구들이 맞장구를 친다. 마침 돌출입수술 후 마무리 교정장치를 붙이고 있다면 환자로서는 완벽하게 잡아뗄 수 있는 도피로가 마련된 셈이다. ‘사실 교정중이야’

이렇게 해서, 필자가 정성들여 만들어준 돌출입수술의 결과는, 교정과 (하지도 않은) 코수술의 공으로 넘어가고 만다. 덤으로, 돌출입수술의 존재에 대해 그 친구들이 알 수 있는 기회도 없어진다. 이런 과정을 통해, 돌출입수술의 존재는 일반인들에게, (사실은 의사들에게도) 폭 넓게 알려지지 않고 있다. 양악수술과 대비된다. 양악수술 사실을 밝혔던 연예인이 있고, 양악수술로 치명적이 된 환자의 안타까운 뉴스도 있어서 양악수술은 상대적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셋째, 돌출입수술은 너무 사기다.


수술로 예뻐지는 것이 쌍꺼풀이나 코수술 정도라면, 사실 친구들에게 ‘나 수술 잘됐지’ 하며 ‘자랑’을 할 수도 있으련만, 돌출입수술이 안전하고 성공적으로 시행된다면 그 드라마틱한 변화가 너무 ‘사기’(필자 주: 현실에 있을 수 없는, 상상 속에나 있을 법한 압도적인 캐릭터인 소위 사기캐릭에서 따온 뜻으로 쓴 말) 수준이기 때문에, 너무 ‘반칙’같은 느낌을 준다. 그러니, 자랑은커녕 수술 사실 자체를 숨기게 된다. 행여 나중에 엑스레이에 핀과 나사가 보일까봐, 6개월 후에 핀과 나사를 제거하러 오기도 한다. 이처럼 돌출입수술 사실 자체를 감추고 싶어 하는 환자들의 마음을 십분 이해한다. 단, 수술명이 같다고 결과가 모두 같은 것이 아니므로, 집도의의 실력과 환자를 대하는 마음가짐, 그리고 합병증 가능성에 항상 신중해야 한다.



물론 필자 입장에서 고마운 환자들도 있다. 수술했다고 여기저기 자랑을 하는 환자들이다. 자기가 돌출입수술을 해서 성공했다고 쿨하게 말하고 다니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 중엔, 필자에게 너무 병원 홍보 안하신다고 답답해하는 환자도 있었다. 홍보를 적극적으로 해서 원장님이 수술 많이 해주는 게 돌출입 환자들을 위하는 길이라는 조언을 해주는 환자도 있었고, 실제로 환자를 소개한 경우도 적지 않았다.


한편, 가족에게는 대부분 비밀이 없고, 자랑할 만한 일은 진심으로 지지해준다. 그래서, 돌출입수술한 환자 소개로 오는 돌출입 환자는 대부분 가족이거나, 비밀 없이 지내는 절친이다.


이처럼, 돌출입수술 후 환자가 남에게 자랑을 해주지 않는 것은, 쌍꺼풀, 코 수술이 잘되면 자동으로 자랑이 되어버리는 것과 매우 대비된다. 쌍꺼풀수술이 잘되면, (환자가 굳이 자랑을 하지 않아도) 주위의 친구들, 지인들, 동료들도 어디서 수술했는지 묻고, 환자는 굳이 그 사실을 숨기려고도 하지 않는다. 쌍꺼풀, 코 수술이 그만큼 대중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결국, 눈, 코 수술 실력이 뛰어나고 결과가 좋다면 병원을 찾는 환자가 점점 더 늘어나는 구조다.

반면, 돌출입수술 후에는 위에 열거한 이유들로, 입을 굳게 ‘닫고’ 침묵한다. (실제로 돌출입 때문에 잘 안 닫히던 입이, 수술 후 더 잘 다물어진다. 아이러니다.)


수술에 성공을 한 환자들이 침묵하고 주위에 자랑을 해주지 않으니, 돌출입수술이라는 게 있다는 사실부터 시작해서, 어떤 환자에게 어떤 마음으로, 어떤 방법으로 집도하고 있는지, 어떤 수술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 필자가 기록하고, 보여주고, 말해서 알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래도, 없는 사실을 만들거나, 있는 결과를 (사진 보정 등으로) 부풀리거나, 무조건 이 약 하나면 다된다는 식으로 돌출입수술을 만능처럼 포장하거나, 홍보업체 고용하고 아이디 도용해서 검색엔진 포털에 자문자답 마케팅 같은 것을 하지 않고 있다는 자부심이 있다.


포털 사이트에 스스로 묻고 스스로 답하는 자문자답 광고로 의심되는 질문글에는 특징이 있다. 아이디는 항상 비공개다. 같은 아이디로 비슷한 질문을 수십 개씩 올리려니 아이디를 공개할 수 없을 것이다, 예를 들어 ‘스무 살인데요/입이 많이 나와서 스트레스에요/친구들이 놀리고 자신감도 없어요/입이 심하게 나왔어요/어떻게 해야 입이 들어갈까요?/빨리 입 넣고 싶어요’ 이런 틀에 박힌 뻔한 질문을 올리고, ‘찜’하고, 답변을 달고, 채택을 한다면, 이것은 짜고 치는 댓글 공작이다. 의사로서, 이런 식으로 네티즌과 환자를 기망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또한, 네티즌과 환자들에게는 옥석을 가리는 지혜가 필요하다.


실제로 2019년에 800개의 허위 아이디를 사들여 포털 사이트에서 자문자답, 댓글조작 광고를 한 광고 업체와 병원 직원 26명이 불구속 입건되었다고 하니, 참 씁쓸한 일이다. (SBS뉴스, 2019.02.25 ‘맘까페 후기, 알고 보니 허위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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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에서 개자랑 좀 해야겠다.


필자의 반려견은 요즘 유행이 지나 시들해져 찾기도 어려운 요크셔테리어다. 오드리헵번이 사랑했던 강아지이다. 이름은 꼬마사자에서 왕이 된 디즈니 만화 라이언킹의 ‘심바’다. 사람을 너무 좋아해서 탈이다. 새침데기가 제 격인 요크셔가, 아무나 보면 좋아한다. 집 지키긴 글렀다.



누구나 자기 집 강아지가 제일 똘똘하고 사랑스럽고 자랑스럽다.

자기 개가 제일 명견이다.



그러나, 명의는 자화자찬으로 탄생하는 것이 아니고 환자가 판단하는 것이다.

필자가 해준 돌출입, 광대뼈, 사각턱 수술 사실에 침묵하거나, 주위를 감쪽같이 속인 필자의 환자들은 어떻게들 지내고 있을까? 수술 후 아름다운 얼굴로 인생의 반려자를 만난 분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십중팔구 연인이나 배우자에게 수술사실을 말하지 않았을 것이다. 필자에게 20년 전 돌출입수술을 받은 B양이 시집가서 아기를 낳았다면 지금쯤 입매가 잘생긴 남편이, 고등학생, 중학생인 두 아이가 왜 돌출입인 건지 의아해할 수도 있다. 돌출입수술 당시 싱글이었던 환자의 아들이나 딸이 필자에게 돌출입수술을 받으러 올 만큼의 세월이 흘렀다.

바이러스로 도둑맞은 1년이 속절없이 지나가고 있다.

그래도, 지금 이순간이 우리 모두에게 가장 젊은 순간이다.

길을 걷다가 마스크를 잠시 벗으니 가을 냄새가 물씬 풍겨온다.





한 상 백

현 서울제일 성형외과 원장

서울대 의학박사, 성형외과전문의

서울대 의대 준우등 졸업

서울대 의대 대학원 졸업 및 석, 박사학위 취득

서울대병원 수련의, 전공의, 전임의

서울대학교병원 우수전공의 표창(1996년)

전 서울대 의대초빙교수

저서 돌출입수술 교정 바로알기(명문출판사,2006)

대한 성형외과 학회 정회원

대한 성형외과학회지 논문게재 및 학술대회 발표, 강연

2018,2019 한국 및 타이완 성형외과 국제학술대회에서 돌출입수술 초청강연

20년간 돌출입수술과 얼굴뼈 수술 경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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