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0-24] [칼럼] 한상백의 돌출입과 인생 <105회> : 남과 여

남과 여


1966년, 필자가 태어나기도 전에 개봉되었던 프랑스 영화 ‘남과 여’가 54년 만에 영화 ‘남과 여: 여전히 찬란한’ 이라는 제목으로 올 가을 개봉된다고 한다. 반세기 전의 클래식 멜로 영화의 고전에서 주연을 맡았던 20대의 젊고 아름다운 남녀주인공이, 90세에 가까운 주름진 그 모습 그대로 다시 출연한다.

동명의 다른 한국 영화도 있다. 눈 덮인 핀란드에서 만나 뜨거운 끌림에 빠져드는 남자와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 전도연, 공유 주연의 영화제목도 ‘남과 여’다.

남자와 여자, 남성와 여성의 존재는 인류역사에서 삶과 사랑과 전쟁의 시작이자 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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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오픈 테니스 대회, 일명 롤랑가로스 중계방송을 TV로 봤다. 세계랭킹 1위 조코비치와, 2위 나달의 싸움이었다. 예상을 뒤엎고, 경기는 ‘흙신’ 나달의 일방적인 3세트 연승으로 끝났다. 시상식이 거행되었고, 우승자 인터뷰는 마스크를 쓴 채 진행되었다. 나달이 마스크를 쓰자 눈만 보였다. 스페인 억양의 영어를 하는데 마스크로 입이 가려져 있으니 더 알아듣기 힘들었다. 운동선수의 눈을 집중해서 관찰할 일은 없었는데, 나달의 눈은 아주 깊은 쌍꺼풀이 있었다. 아웃폴드 쌍꺼풀이었다. 대부분의 서양인에게는 이런 아웃폴드(out-fold)가 디폴트(default)다.

한국인 남자가 혹은 한국인 여자가 이런 눈을 가지고 있다면 어떨까? 개인마다 취향이 다르겠지만, 남자의 경우는 대부분 느끼하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고, 여자의 경우는 이국적이다 혹은 아름답다는 칭찬을 듣게 되기 쉽다.

만약 당신이 여자인 경우, 이상형으로 생각하는 남자배우를 한 명 떠올려보시라. 아마 십중팔구 쌍꺼풀이 없는 소위 ‘무쌍’일 것이다. 쌍꺼풀이 있더라도 속쌍꺼풀(소위 속쌍)이어서 거의 무쌍으로 보이는 경우일 가능성이 크다. 반면, 남자 분들이라면 이상형으로 생각하는 여자배우를 한 명 떠올려보자. 거의 99%, 쌍꺼풀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크고 진한 쌍꺼풀일 가능성이 높다. (여담이지만, 떠올린 이상형 중에 돌출입은 단 한 명도 없을 것이라고 필자는 확신한다.)

한국처럼 적어도 눈에 대해서만큼은 ‘남과 여’에 대한 미적 기준이 이중 잣대인 곳은 흔치 않을 것이다. 참 흥미로운 현상이다. 남자는 쌍꺼풀이 큰 여자에게 매료되고, 여자는 무쌍인 남자를 더 매력적으로 느낄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만찢남녀[만화를 찢고 나온 듯 외모가 뛰어난 사람] 커플인 정*훈, 김*희의 경우도 역시 그렇다.

다시 요약해보면, 한국 남자의 경우는 큰 쌍꺼풀을 가지고 있는 것이 심미적으로 큰 플러스가 없다. 아주 작은 눈보다 낫겠지만, 느끼하다거나 부리부리하다, 부담스럽다는 평가를 받기 쉽다. 오히려 무쌍이거나, 속쌍이 무쌍처럼 보이는 남자가 더 인기 있는 편이다. 쌍꺼풀이 큰데도 느끼함을 상쇄하려면 정말 제대로 조각 미남이어야 한다.

반면에, 한국에서 여성의 경우에는, 쌍꺼풀이 크고 진한 눈이 더 인기가 있다. 한 미모 한다는 여자 배우나 셀럽 중에 쌍꺼풀이 없는 사람을 찾기가 더 어렵다. ‘무쌍’인 김*은, 손*인 같은 연예인의 눈은 유니크하고 동양적인 ‘레어템’이고, 필자가 보기에는 그 자체로 매우 아름답다. 그런데 정작 무쌍을 가진 일반인 여성들은, ‘넌 쌍꺼풀이 없어서 너무 예쁘다’, ‘쌍수 절대 하지 마라’는 말에 별로 공감하지 않으며 기어코 쌍꺼풀수술을 감행하곤 한다. 사실, 무쌍이면서 아름다우려면 눈[눈꺼풀 틈새]의 크기 자체가 웬만큼 커야 한다. 그런데 많은 무쌍은 작은 눈에 동반되어 있다는 게 함정이다.

한편, 한국에는, 김*희, 한*슬, 한*인, 고*라, 손*진 등등 쌍꺼풀이 크고 예쁜 여배우가 워낙 많으니, 속쌍꺼풀 정도는 아예 쌍꺼풀이 없는 것으로 보일 정도다. 아름다운 박*영, 김*아도 사실 속쌍이지만 무쌍처럼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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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출입과 입매에서 남과 여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비현실적인 외모’를 그려내는 순정만화의 예를 들자면, 일단 돌출입인 남와 여 주인공은 없다. 꽃보다 남자, 풀하우스처럼 순정만화 원작의 드라마 뿐 아니라, 거의 모든 멜로 드라마에서도 역시 만툭튀(만화에서 튀어나온 듯한 외모)의 비주얼을 가진 주인공의 입매는 거의 완벽하다. 그런데, 남녀 사이에 미세한 입매의 차이가 있다.

돌출입이 아니라는 전제하에, 꺅 소리가 나오게 잘생긴 남자 주인공의 얼굴은 거의 예외 없이 아래턱이 (현실보다) 약간 과장되어 있다. 즉, 아래턱이 약간 길고 강하며 기준선에 꽉 차거나 그보다 살짝 앞에 있다. 즉, (물론) 주걱턱은 아니지만, 여자 주인공에 비해서는 아래턱이 더 주걱턱 쪽에 상대적으로 가까운 라인을 그린다. 물론, 남자 주인공이 장발을 한 서양 남자 ‘테리우스’라서, 더 서양인 기준으로 묘사되었을 수 있다.

만화 속 여자주인공은 남자주인공에 비해서는 조금 더 짧고, 덜 강한 턱끝을 가지고 있다. 등장인물 중 여성이 악역일수록 턱끝을 더 강하고 길고 매서운 인상이 되도록 그린다.

이와 같이 입모양 즉 인중~입술~턱끝에 이르는 입매가 주는 아름다움에 있어서 남과 여의 차이는, 얼굴 볼록 각도(facial convexity contour angle)이라는 분석기법으로 설명할 수 있다. 사실, 전후 관계를 따지자면, 아름다움이 먼저 존재하고 그 다음에 분석 기법이 등장했을 것이다. 분석을 해서 수치에 끼워 맞추어놓은 얼굴을 사람들에게 아름답게 느끼라고 강요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 각도는, 첫째, 눈썹의 사이인 미간(glabella; G)과 인중최상부(subnasale; Sn; 코기둥 바닥)를 이은 선을 길게 긋고, 둘째, 인중최상부(Sn)와 앞턱끝 최전방점(soft tissue pogonion; Pg)을 잇는 선을 그었을 때, 이 두 선이 이루는 예각의 각도이다. 이상적인 각도는 12도 +/- 4도 정도지만, 서양교과서 기준이므로 동양인, 한국인에서는 약간의 보정이 필요하다. 이 각도가 클수록 얼굴이 앞으로 볼록한 형태이고, 이 각도가 작을수록 얼굴이 오목한 형태이다. 볼록한 것이 과하면 돌출입이거나 무턱이고, 오목한 것이 과하면 합죽이나 주걱턱이 된다.

측면 얼굴에서 측정한 이 얼굴 볼록 각도는, 돌출입이 아니라는 전제 하에, 정상 범위 안에서 여성에게는 조금 더 큰 것이 아름답고, 남성에게는 조금 더 작은 것이 아름답다. 다시 말해, 여성은 미세하게 볼록형인 것이 더 아름답고, 남성은 그보다 약간은 오목해야 잘 생겨 보인다. 즉, 예쁜 입매 중에서도, 여성의 턱끝은 미세하게 더 짧고 아담한 것이, 남성의 턱끝은 약간 더 길고 강해보이는 것이 심미적으로 더 아름답다는 뜻이다. 순정만화의 남과 여 주인공이 그렇게 그려지고, 정통 멜로드라마의 남자, 여자 주인공의 입매가 이런 분석치에 부합하는 이유다.

20년간 돌출입수술을 해오면서 환자가 원하는 아름다운 입매도 변화하는 것을 체감한다. 따라서, 이러한 분석 수치뿐만 아니라, 시대적인 트렌드와 개인의 취향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고 있다. 요즘은 돌출입의 개선 정도도 과거에 비해서는 미세한 돌출감을 남기는 쪽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본다. 동양적인 아름다움의 느낌을 남겨주는 것이다. TV나 영화에서도, 조각 미남보다는 옆집 오빠, 옆집 사는 청년 같은 남자 배우가 많이 등장했고, 여자 배우도 보다 친근하고 동양적인 입매를 가진 경우가 많아졌다.

우리의 삶은 만화나 영화와는 다르지만, 그렇다고 만화나 영화가 아닌 것도 아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은 그 자체로 모두 빛나는 다큐 영화이고 순정 만화일 것이다. 누구나 만툭튀가 될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입툭튀(입이 툭 튀어나온 것; 돌출입)나 광대뼈, 사각턱으로 인한 컴플렉스를 평생 지니며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살 필요 역시 없는 세상이 되었다.

파리의 상징 에펠탑을 바라보며 붉은 색 스포츠카에 앉아 있는 80대 후반의 남자와 여자의 뒷모습을 보여주는 ‘남과 여’ 영화 포스터에는 ‘누구에게나, 잊을 수 없는 한 사람이 있다’ 라고 쓰여 있다.

당신은 당신의 인생 드라마에, 잊혀지지 않는 한 사람의 주인공으로 출연하고 있는가?
그래야 한다. 사랑이 이루어지는 순정만화가 되고,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영화가 되기를 바란다.
 



한 상 백

현 서울제일 성형외과 원장

서울대 의학박사, 성형외과전문의

서울대 의대 준우등 졸업

서울대 의대 대학원 졸업 및 석, 박사학위 취득

서울대병원 수련의, 전공의, 전임의

서울대학교병원 우수전공의 표창(1996년)

전 서울대 의대초빙교수

저서 돌출입수술 교정 바로알기(명문출판사,2006)

대한 성형외과 학회 정회원

대한 성형외과학회지 논문게재 및 학술대회 발표, 강연

2018,2019 한국 및 타이완 성형외과 국제학술대회에서 돌출입수술 초청강연

20년간 돌출입수술과 얼굴뼈 수술 경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