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09-16] [칼럼] 한상백의 돌출입, 양악이야기 <57회>: 12년만에 다시 찾아온 트랜스젠더 여자환자 돌출입수술 이야기

<12년만에 다시 찾아온 트랜스젠더 여자환자 돌출입수술 이야기>

필자는 동안이라는 소리를 꽤 듣는 편이다. 여기에 관한 이야기는 17회 <동안 의사는 불편하다>라는 칼럼에 쓰기도 했다. 특히 홈페이지에 있는 사진은 몇 년 안된 사진인데 너무 젊어 보여서, 홈페이지를 보고 ‘이 병원 원장은 경력이 짧겠군’ 하고 지레 짐작하는 분도 없지 않을 것이다. 진료를 오시는 분들도 졸업장이나 면허증에 있는 내 생년을 보고 놀라곤 한다.

느닷없이 동안 ‘드립’을 하는 이유는, 트랜스젠더 환자가 날 다시 찾아온 햇수가 자그만치 12년이라는게 나 스스로가 놀라워서다. 아...참 세월이 많이 지났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거울을 다시 보니, 확실히 예전같지 않다. 내 껍데기는 비록 늙어가고 있지만, 돌출입과 얼굴뼈 수술에 대한 숱한 경험들은 내 피에 오롯이 녹아 있으니, 눈과 손이 더 섬세해지고 정교해진 필자를 만난다는 것은 환자분들에게는 분명 좋은 일일 것이다.

대한민국 의사면허증을 받은 것이 1994년이고, 성형외과 전문의를 취득한 것이 1999년이니, 올해로 의사가 된지 21년, 성형외과 전문의가 된지는 16년이 되었다.

12년 전 당시에 남자(유전적, 신체적)로 날 찾아온 환자는 꽃다운 나이 21세였다. 자그마하고 여린 체구의 그 남자는 분명 돌출입이었다. 난 당연히(?) 돌출입 수술을 하러 필자를 찾아온 것으로 생각했지만, 환자에게는 상황이 녹녹치 않았다.

환자는 여장을 하고 밤무대에서 춤을 추는 무희였다. 그게 직업이자 생계수단이었다.

갓 스물한살의 무희인 그는 스스로 돌출입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아직 경제적으로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했다. 이왕 여자로 살 거라면 정말 ‘예쁜 여자‘로 만들어주고 싶었지만 안타까웠다.

그래서 당시에는 내게 쌍꺼풀수술과 코수술을 받게 되었다. 그리고는 나도 잊고 지냈다.

그랬던 그가, 얼마전 필자를 찾아왔다.

그는 그녀가 되어 있었다. 태국에 가서 성전환수술을 마치고 육체적으로도 여자가 되었다고 한다.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원장님, 12년 전에 눈, 코 수술 잘해주셔서, 그래도 제가 잘 지낼 수 있었어요. 감사해요.

이제 돌출입 수술을 하러 왔습니다. 잘 해주세요‘

이렇게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필자를 찾아와 수술을 맡기는 환자들이 주는 무한한 신뢰는 내게 큰 힘이 된다.


스물 한 살의 그가, 이제 서른 세 살이 되었고 여자가 되었다.

나에게도 그렇듯 그녀에게도 세월이 비껴가지는 못했지만, 그녀는 지금이 훨씬 아름답다.

아름다운 여자로 아름다운 인생을 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