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1-03] [칼럼] 한상백의 돌출입과 인생 <146회> : 먹거리


<먹거리>



모 대학병원에서 ‘디지털 헬스케어분야 미래 먹거리 창출‘을 위해 AI 솔루션 업체들에게 공동사업 참여를 공개 제안한다고 한다.

먹는다는 단어만큼 여기 저기 비유적으로 사용되는 말도 드물 것이다.

삼시세끼 밥이야 물론 먹는 것이 맞지만, 가령 뇌물을 먹었다든지, 뭘 하려다 잘 안되어 물 먹었다고도 하고, 축구에서 크로스 된 공을 꺾어 골을 성공시킨 경우에 끊어 먹었다고 해설하기도 한다. 남의 것을 홀랑 빼앗는 것을 벗겨 먹는다고도 하고, 반강제로 착취하는 것을 뜯어 먹는다고도 한다. 나이도 먹는다고 표현하고, 효과가 있는 것을 가리켜 잘 먹힌다란 말도 쓴다. 여담이지만 힙하다, 멋지게 보인다는 뜻의 ‘먹어준다’란 말은 내가 96년경 레지던트 때 ‘창시’해서 퍼뜨렸다고 지금도 믿고 있다.

먹거리는, 사전적으로 사람이 살아가기 위하여 먹는 온갖 것을 뜻한다.

그런데, 순우리말 사용이 장려되면서, ‘미래 먹거리’ 라는 말은 블루오션, 즉 현재 존재하지 않거나 알려져 있지 않아 경쟁자가 없는 유망한 시장에서 과거에 없던 새로운 이윤과 가치를 창출해내는 것과 유사한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미래 먹거리’를 검색해보면, 실제로 미래에 식량 문제의 대안으로 거론되는 곤충뿐만 아니라, 블록체인, 가상세계, 2차전지, 시니어사업, 바이오, 에너지, 우주항공 등 블루오션 업종들이 등장한다.

그런데, 나는 이 ‘미래 먹거리’라는 말이 참 마음에 걸린다.

먹는 것은, 인간에게 있어서 가장 근본적인 생존과 관련된 일이다. 먹는 것이 즐거운 미식가들이 있는 반면, 지구 저편에는 영양실조 환자들이 존재한다.

미래 먹거리라는 말은, 정말 곤충이든, 대체 단백질이든, 식량 캡슐이든 입으로 들어가 먹는 것에 쓰였으면 한다. 블루 오션이라는 말을 대체하기에, 먹거리라는 말은 턱없이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먹거리라는 말 자체가 생존, 생계에 천착하고 있기 때문이다. 블루 오션, 즉 푸른 바다는, 우리에게 먹을 것만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휴식과 항해와 희망과 꿈을 주는 존재다. 우리가 미래의 새로운 일을 창출하고 도전하고 성취하는 것은, 단지 생존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 일이 가치 있고, 즐겁고, 행복을 나눌 수 있는 일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어떤 일을 오로지 ‘먹기 위해서’, ‘먹고 살기 위해서’만 한다면 꿈도 보람도 발전도 없을 것이다. 거창하게 인류의 평화와 번영에 기여하는 목표까지는 아니더라도, 우리가 하는 일이 ‘먹거리’일 뿐만 아니라 ‘즐길 거리’이어야 행복할 것이다.

필자가 하는 수술도 예외가 아니다.


내가 환자들을 나의 ‘먹거리’로 생각하고 있다고 상상해보라. 환자 입장에서는 매우 끔찍할 것이다. 

만약 환자들을 오직 돈을 버는 대상으로, ‘먹거리’로 생각하고 수술을 한다면, 수술에 정성이 들어갈 리 없다. 안 해도 될 수술을 권하게 될 것이고, 최선의 작품보다 다수의 수술을 하는 데 열중하게 될 것이다. 미술작품을 살 때에는 완성된 미술품을 보고 값을 치르는 반면, 수술비를 선납하고 (그 결과를 아직 알 수 없는) 수술에 들어가는 환자 입장에서는, 자신을 먹거리로 여기는 의사가 있다면 얼마나 불안하겠는가?

나는 환자들, 그리고 돌출입, 윤곽수술을 나의 ‘먹거리’로 생각하지 않는다.

수술이 즐겁다면 약간 덕후(오덕후; 오타쿠) 같긴 하지만, 내게 수술은 먹거리보다는 즐길 거리에 가깝다. 환자의 얼굴에 숨겨져 있던 아름다움을 내 손으로 찾아내 주는 것은 황홀한 즐거움이다. 

페이닥터를 여럿 고용하고, 병원 몸집을 불리고, 원내 홍보팀을 따로 두고,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대량의 환자를 모으고 수술을 최대한 많이 해서 차선의 작품이라도 대량 생산한다거나, 혹은 덤핑이든 박리다매든 미끼 마케팅이든 서슴지 않는다면, 이것이야말로 ‘먹거리’의 의미에 더 부합하지도 모르지만, 내겐 그렇게 할 생각도 수완도 뻔뻔함도 없다. 아틀리에와도 같은 나의 작업실, 즉 수술장에서, 매일 한 명의 환자에게만 온 힘을 쏟아 완벽한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이 내 기쁨이다.

어떤 모임에서, 어느 순간 가장 큰 희열을 느끼는지 돌아가면서 말할 기회가 있었다.
누군가는 다 죽어가는 기업 인수해서 살려냈을 때, 누군가는 밤새 그림 작업할 때가 가장 큰 희열이라고 말하고, 한 싱글은 마음에 두었던 이성의 마음을 얻는 바로 그 순간이라고 한다.

내게 가장 큰 희열은 역시 윤곽수술, 돌출입수술에 몰입할 때, 그리고 그 결과로 드라마틱하게 아름다운 얼굴이 탄생했을 때다. 나의 달란트로 한 사람의 인생을 축복하는 순간이다. 

돌아보면 더 경이적인 순간도 있었을 테고, 세상엔 더 거룩하고 가치 있는 일들도 많겠지만, 얼굴형이나 돌출입으로 스트레스 받던 환자들에게 나름 선한 일을 꽤 오래 해왔다고 자부한다. 그래도, 도박이나 술, 금전 같은 것에서 가장 큰 희열을 느끼는 것보다는 한결 건전하지 않은가? 그동안 환자를 먹거리로 생각해 돈 버는 데만 희열을 느꼈다면, 빨리빨리 대충대충 더 많은 환자를 수술하고 재력가가 되어 이미 은퇴했을지도 모를 일이다.

2023년 새해가 밝았다.
아재 같지만, 모두 해피 뉴 희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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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백

현 서울제일 성형외과 원장
서울대 의학박사, 성형외과전문의
서울대 의대 우등 졸업
서울대 의대 대학원 졸업 및 석, 박사학위 취득
서울대병원 수련의, 전공의, 전임의
서울대학교병원 우수전공의 표창(1996년)
전 서울대 의대초빙교수
저서 돌출입수술 교정 바로알기(명문출판사,2006)
대한 성형외과 학회 정회원
2018, 2019, 2022년, 한국 및 대만 성형외과 국제학술대회에서 돌출입수술 초청강연
2022년 SCI급 미국성형외과학회 공식학술지(영향력지수 IF=5.169)에 돌출입논문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