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10-04] [칼럼] 한상백의 돌출입과 인생 <136회> : 안 맞는다

<안 맞는다>




사회생활을 하다가 보면, 유독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이 있다.


남들도 모두 그 사람이 좀 이상하다고 생각하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유독 나만 그 사람이 옳지 않다고 여겨진다면, (알고 보면) 내가 이상한 건지도 모른다.


한편, 누가 나쁜 짓을 하고 다니는 걸 알아도, 자신한테는 별 해악을 끼치지 않는다면서 잘 지내는 사람들도 있다. 마르틴 니묄러 목사는 ‘나치가 공산주의자들을 덮쳤을 때, 유대인들을 끌고 갔을 때, 가톨릭교도들에게 왔을 때 모두 침묵했다. 그들이 나에게 닥쳤을 때는 나를 위해 말해 줄 이들이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고 썼다. 언젠가는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나치의 만행은 이미 역사가 악으로 규정했지만, 우리의 사회생활 속 누군가의 악행은 상대적이거나 주관적일 수 있다. 그래서 마음속으로는 그 사람이 악하다고 느끼더라도, 그것을 사실로 규정짓기는 어렵다.


이럴 때 아주 유용한 표현이 있다.


‘그 사람 참 나쁘다.’ 대신에,


‘그 사람은 나랑 잘 안 맞는다.’


전자는 그 사람은 모두 그르고 나는 항상 옳다는 식의 오만함을 내포할 뿐만 아니라, 그 사람이 나쁘다는 나의 판단에 모두의 동의를 요구하는 전체주의적 선언이다. 반면에, 후자는 그 사람이 (됨됨이가) 틀린 사람이라기보다는 (성향이) 다른 사람이라는 여지를 주면서 그것이 나랑 잘 안 맞는 것이 일부 내 탓일 수도 있다는 여유가 있다. 즉, 나랑은 안 맞더라도 다른 사람은 잘 맞을 수도 있다는 걸 인정하는 상대주의적, 개인주의적 선언이다.


세상에는 서로 안 맞는 것들이 있다.


누가 봐도 최고의 신랑감, 신붓감을 서로 만나게 한다고 해도 잘된다는 보장은 없고 오히려 최악의 조합이 될 수도 있다. 잉꼬부부나 사이좋은 커플이라도, 다투는 순간에는 상대방이 세상에서 가장 안 맞는 사람이라고 느껴지곤 한다.


고추장과 마요네즈는 아주 안 맞아 보이지만, 이걸 동시에 찍어서 오징어나 고기쌈을 드셔보시라. 맞는 것과 안 맞는 것의 경계가 허물어질 수도 있다.


애당초, 세상에 딱 들어맞는 100% 란 존재하지 않는 건지도 모른다.


* * *


필자가 세상의 모든 돌출입 환자를 다 수술할 수 없는 것도, 여러 가지 면에서 그 환자와 내가 잘 ‘맞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시기나 비용이 안 맞았을 수도 있고, 원장의 말투나 캐릭터가 환자 마음에 안 들었을 수도 있다. 사실, 의사도 환자가 다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다.


다소 비본질적인 이유가 작용했을 수도 있다. 직원의 응대가 불충분했거나 로비의 커피 맛이 별로였을 수도 있다. 병원에 오는 날 하필 택시기사와 싸워서 기분이 최악이었을 수도 있고, 바로 앞 환자의 진료나 수술이 늦어져서 한 시간 이상 기다리다가 화가 났을 수도 있다. 수술비가 비싸다고 들었는데 찢어진 벽지에 실망했을 수도 있다(그래서 최근에 도배를 다시 했다).


한편, 이것은 자부심을 넘어 자만심인지도 모르지만, 적어도 필자의 수술 실력이 마음에 안 들거나 의심스럽지는 않았을 거라 믿고 싶다. 돌출입수술에 대한 열정은 햇수로 이십 오년 동안 올드빈티지 그랑크뤼 와인처럼 숙성되어 왔다고 자부한다. 딱 먹기 좋을 때다.


그런데 환자들은 집도의의 수술 실력만 쳐다보고 수술을 결정하지는 않는다. 혹은 그러고 싶어도 엉뚱한 선택을 하기도 한다. 부족하거나 잘못된, 부풀려지거나 편향된 정보를 접했을 수도 있다.


당신이 유방암에 걸렸다면, 국내 최고의 명의에게 유방암수술을 받고 싶을 것이다. 생명이 걸린 문제인데다가, 의료보험이 적용되는 수술비용도 비슷하다. 그런데, 돌출입수술이나 얼굴 윤곽수술은 어떤가? 역시 최고의 실력자에게 수술을 받고 싶겠지만, 거기에는 다음과 같은 걸림돌이 있다.


첫째, 누가 진정한 실력자인가?


의사들은 저마다 자기가 실력자라고 한다. 그런데, 환자 입장에서 집도의의 수술 실력을 정확히 가늠할만한 기준은 무엇일까? 성형수술에서는, 안전하다는 전제 하에 결국은 아름다운 결과가 실력을 말해준다. 그런데, 결과를 보여주는 사진에는 포토샵이나 화장발이 개입했을 여지가 있다. 수술 실력 아닌 포토샵 실력으로 결과를 부풀릴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실제로 ‘***의원 공정위’(공정거래위원회의 약자)를 검색창에 쳐보면 과장광고로 단속당한 병원들이 있었던 게 안타까운 현실이다.



권위가 아닌 권위주의로 실력을 포장하는 경우도 있다. 순진한 사람들은, 환자에게 반말을 쓰거나, 스스로를 명의라 칭하거나, 예의 없는 거만한 태도에 의외로 실력자라는 느낌을 받기도 하는 모양이다. 필자는 고등학생에게도 존댓말을 쓴다.


한편, 실력이 다소 부족해도 다작을 하다보면 수작도 나오게 된다. 이런 수작만 보여주면 정확한 수술 실력을 가늠하기가 어렵다. 가상성형도 넌센스다. 수술은 마우스가 아니라 의사의 손이 한다.


그나마, 믿을만한 것은, 수술 직후까지 포함해서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영상’이다. 영상 전부를 포토샵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둘째, 비싸서 못하겠다.


수술 실력은 인정하지만 비싸서 포기하기도 한다. 실력보다 가격경쟁력으로 승부하는 병원들이 갈수록 많아진다. 덤핑, 최저가, 폭탄 세일은 더 이상 재고 의류에만 적용되는 게 아니다. 병원의 생존이 걸리면 이 길로 들어서게 된다.


비용은 사실 ‘미용수술을 구매’하는 것을 포함한 모든 경제활동의 중심축이다. 싼 것을 싫어하는 사람은 없다. 단 싸고 좋은 것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진리다.


언뜻 생각해보면, ‘비슷하게 입 집어넣는데 무슨 차이가 있겠어?’라는 유혹에 빠지기 쉽다. 수술명칭이 같은데 비용이 두 배나 차이가 날 이유가 없다고 착각할 수 있다. 명칭은 똑같이 다이아몬드이지만, 컬러나 투명도에 따라서 가격은 열 배 이상 차이가 난다. 어느 작가의 작품이 더 비싼 것은 그럴만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당신이 70세 쯤 되었을 때 불현듯, ‘내가 왜 30년 전 내 얼굴에 수술을 하는데 그깟 몇 백을 아낀다고 그런 선택을 했을까?’라는 후회를 한다면 상상만으로도 아찔하다.


셋째, 원장이 왠지 나랑 안 맞는다.


소개팅과 의사-환자 관계는 많이 다르지만, 일맥상통하는 면도 있다. 첫인상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한 병원을 두 번 방문하고 수술을 결정하는 환자는 거의 없다. 여러 병원을 가볼 수 있겠지만, 대부분 (병원 당) 한 번의 방문 후 결정을 한다.


환자와 의사가 서로 이상형일 필요는 전혀 없겠지만, 만에 하나 의사의 외모나 말투, 목소리, 성격, 태도가 정 환자에게 거슬려서 필자에게 수술받기가 싫어졌다면, 안타깝지만 환자의 운명이다. 역으로, 필자도 사람인지라 말투나 행동이 ‘거슬리는 환자’가 있기는 있다. 그래도 티는 내지 않으려고 한다(티 났을까?).


소개팅에서 첫눈에 반한 상대가 자신을 전혀 좋아하지 않을 수 있듯이, 맞았으면 좋으련만 안 맞는 관계가 존재한다. 이건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그냥 숙명이려니 한다.


사실, 환자 입장에서는 원장이 겸손하게 말하는 걸 자신감 없다고 느낄 수도 있고, 자신감 있게 말하는 걸 자아도취라고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설명을 잘해주는 의사에게서 숙련된 집도의의 신뢰감을 느낄 수도 있지만, 반대로 말 수가 적고 무뚝뚝한 것에 권위자 같은 느낌을 느끼는 환자도 있을 것이다. 다 맞출 수도, 다 맞을 수도 없다.


원장과의 첫인상이 중요하다는 것을 너무 잘 알기 때문에, 허우대 좋고 말 잘하는 원장을 ‘얼굴 마담’처럼 상담에 투입하고 정작 수술은 다른 원장이 하는 곳도 있다. 상담해준 모 원장이 참 친절하고 마음에 들었다는 어느 상담 후기를 전해 듣고 쓴 웃음이 났다(수술은 그 원장이 안 합니다).


* * *


필자가 환자의 인간성이나 성격을 보고 차별해서 수술하지 않듯이, 환자 여러분도 내가 비록 이상형이 아니라거나, 자신감이 ‘자뻑’처럼 보이더라도 너그럽게 봐주시길 바란다. 수술만큼은 진심이다. 마지막 한 땀까지 내 모든 것을 쏟아 부어, 환자의 기대에 ‘잘 맞는’ 얼굴을 만들어 내는 것이 큰 보람이다.


늘 환자에게 젠틀하려고 노력하지만, 가령 곰돌이 푸우같은 인상과 체격에 호감을 느끼는 환자라면, 호리호리한 편에 곰돌이와는 거리가 먼 필자는 첫인상부터 비호감일 수도 있을 것이다. 소개팅이라면 실망스러울 수 있지만, 유능한 의사를 만나는 일은 평생 함께 할 연인이나 친구를 찾는 것이 아니라, 평생 한번 받을 수술의 실력과 솜씨를 가진 집도의를 찾는 일이다.


당신이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돌출입수술이나 광대뼈, 사각턱수술을 결심했다면, 당신의 얼굴을 통째로 맡긴 집도의가 여러 의미에서 잘 맞기를 바란다.


최악은, 의사와 환자의 성격이 서로 안 맞는 것이 아니라, 집도의가 만들어낸 결과가 환자 기대와 안 맞는 일이다. 안전을 전제로 했을 때, 결국 성형외과 의사는 결과로서 말해야 한다.


 




한상백



현 서울제일 성형외과 원장


서울대 의학박사, 성형외과전문의

서울대 의대 우등 졸업

서울대 의대 대학원 졸업 및 석, 박사학위 취득

서울대병원 수련의, 전공의, 전임의

서울대학교병원 우수전공의 표창(1996년)

전 서울대 의대초빙교수

저서 돌출입수술 교정 바로알기(명문출판사,2006)

대한 성형외과 학회 정회원

대한 성형외과학회지 논문게재 및 학술대회 발표, 강연

2018,2019 한국 및 타이완 성형외과 국제학술대회에서 돌출입수술 초청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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