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05-09] [칼럼] 한상백의 돌출입과 인생 <128회> (지난 회 누락분) : 심각한 돌출입

<심각한 돌출입>



요즘 SNL(Saturday Night Live)에 인턴기자 주 기자가 인기다. 20대 특유의 말투를 패러디해 핫해진 주 기자(주현영 분)가 취재현장에서 앵커에게 빠지지 않고 하는 말이 있다. 애써 긴장감을 감추고, 억지로 자신감 있어 하는 어색한 표정으로.

-앵커님, 제가 질문하나 드려도 되겠습니까?

필자도 독자 여러분에게 질문하나 드리고 싶다.

심한 돌출입과 경미한 돌출입 중에 어떤 수술이 더 어려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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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질문에 대한 답은 나중으로 미루고, 먼저 제목에 쓴 ‘심각한 돌출입’ 이야기를 잠깐 해야겠다.

심각한 암, 심각한 질환과 같은 말은 존재한다. 그러나, 심각한 돌출입이란 말은 넌센스다. ‘제 돌출입, 심각한가요?’와 같은 질문을 자주 받지만, 돌출입은 전혀 심각할 것이 없다. 돌출입은 질병도 아니고 생존에 위협을 주지도 않으며, 기능적인 이상이 있는 것도 아니다. 기능만으로 보면 대개는 오히려 우수하다. 무를 앞니로 갈아내는 개그맨의 능력도 그 돌출입 때문이다.

심각한 돌출입은 없지만, ‘심한’ 돌출입은 존재한다. 돌출입의 정도를 상, 중, 하로 나눌 수 있고, 그 중에서 상급의 돌출입이 곧 심한 돌출입이다.

심각하고 위중한 암, 혹은 경미한 암 중에서 어느 쪽의 수술이 더 어려울까? 당연히 전자이다. 암의 진행 정도가 심할수록 수술범위가 커지고, 만약 전이가 되어 주위 조직까지 침습된 심각한 상태라면 수술이 더 어렵고 길어질 뿐만 아니라 생존율도 위협받는다.

그렇다면, 이제 첫 질문으로 돌아가서, 과연, 심한 돌출입과 경미한 돌출입 중에 어떤 수술이 더 어려울까?

필자에겐 심한 돌출입일수록 수술이 더 쉽다. 20년 넘게 같은 수술을 해온 내게 돌출입수술은 그 정도가 어떻든 어려울 것은 없지만, 굳이 따지자면 그렇다. 때문에, 심한 돌출입 환자가 제일 반갑다. 돌출입이 심할수록 집도의에게나 환자에게나 여러 가지 장점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돌출입이 심할수록 쉽고 좋다니 선뜻 이해하기 어렵겠지만,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첫째, 수술이 더 쉬운 이유

사과 깎아보셨는지. 사과를 깎을 때 얇게 깎는 것이 더 어렵고, 두껍게 깎는 것이 더 쉽다. 마찬가지로, 돌출입수술에 있어서도 더 두껍게 절골을 해서 더 많이 후방이동하는 것이 더 쉽다.

수술 경험이 적거나 미적인 감각이 부족한 집도의가 의도치 않게 합죽이를 만드는 것도, 따지고 보면 절골을 예상보다 더 많이 해서 불필요하게 입을 과도하게 집어넣은 셈이다. 미숙한 집도의에게 그런 실수가 나오기 쉬운 것은, 두텁게 절골을 하는 것이 더 쉽다는 반증이다.

숙련된 집도의라면 물론 절골의 두께는 조절 가능하다. 상급의 돌출입은 두껍게 절골해서 많이 넣으면 되고, 그보다 덜한 중등도의 돌출입은 더 적게 절골해서 덜 넣으면 된다. 전자는 쉽고, 후자는 재미있다. 물론 눈대중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수술 전에 미리 엑스레이 분석을 거치고 환자의 취향을 반영해 조절한다.


둘째, 변화가 더 크다

낙제점인 40점 맞던 학생에게 과외공부를 가르쳐서 100점을 만들어주면,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가 될 것이다. 그런데 평소 90점 맞던 학생에게 공부를 가르쳐 100점을 만들어주면, 좋아하기야 하겠지만 축제까지는 아닐 것이다.

돌출입수술도 이와 비슷하다. 사람(환자) 얼굴을 점수화하는 것이 좀 비인간적으로 비칠 수도 있지만, 어차피 아름다움을 만들어내는 것이 직업인 성형외과 전문의로서 심미적 평가를 숫자로 척도화(scaling)하는 것을 이해해주시길 바란다.

돌출입이 심할수록 미용적인 점수는 낮다고 했을 때, 심한 돌출입으로 40점에 해당하는 외모를 가진 입매가 갑자기 반듯하고 아름다운 100점의 입매로 변하게 되면 그 변화의 폭이 크고 드라마틱해서, 환자들은 감격하고 필자는 큰 보람을 느낀다. 즉, 돌출입이 심했던 경우일수록 성공적인 돌출입수술은 몰라볼 정도의 큰 변화가 단번에 일어나므로, 그야말로 축제가 될 수 있다. 단, 수술 후 100점이라는 완벽을 기대하는 것 보다는, 그 환자가 가진 조건에서 안전하게 100%를 다 뽑아내 주는 것이 성공적인 수술이며, 항상 합병증과 부작용에 주의해야 한다.


셋째, 치료인 동시에 치유

심한 돌출입인 사람들일수록 마음의 상처가 많다. 주위에서 오스트랄로피테쿠스, 고릴라, 원숭이, 메기, 붕어, 개구리, 두꺼비, 오리, 공룡 소리를 듣고 살았던 컴플렉스가 위축감으로 이어지고, 대인관계에서도 자신감을 잃고 사는 경우가 적지 않다. 사진 찍히기를 꺼려하고, 활짝 웃기도 싫어한다.

그들에게 수술을 통해 돌출입이 사라져버린다는 것은, 외형뿐만 아니라 마음까지 밝게 만들어줄 수 있는 묘약이 될 수 있다. 즉, 돌출입수술이라는 한 시간짜리 치료가, 평생 마음의 상처를 치유해줄 수도 있는 것이다.

물론, 심하지는 않은 돌출입이어서 마음의 상처 따윈 없고, 그냥 평균 이상의 외모가 되기 위해 돌출입수술을 받기도 한다. 단, 모든 돌출입이 수술 대상인 것은 아니고, 합병증 가능성도 존재하므로 신중하게 선택해야 한다.


넷째, 명의가 되는 지름길

심한 돌출입에 대한 수술은 위에 쓴 대로 더 변화가 크고, 마음까지 치유되는 효과가 있다. 변화가 크니 주위 사람들도 신기하고 놀라워한다. 심한 돌출입의 경우에는 수술 후의 변화를 주위에서 눈치 못 채기가 더 어려우니, 아예 돌출입수술을 했다고 커밍아웃하기도 한다.

심한 돌출입으로 맘고생 하던 친구가 갑자기 아름다운 입매를 가진 훈훈한 외모로 변신하게 되면, 수술을 한 집도의는 갑자기 그들 사이에 명의 반열에 오르게 된다. 사실, 상대적으로 수술이 더 쉬운데도 그렇게 된 셈이다. 누구보다 가장 기뻐할 환자 본인에게서는 명의를 넘어 의느님 소리도 나올 법하다.

반면에 중등도 이하의 경미한 돌출입을 돌출입수술로 아름답게 해주면 환자 본인은 매우 만족한다손 치더라도, 변화의 폭이 상대적으로 적어서 왜 더 예뻐진 건지 주위에서 잘 알아채지 못한다. 돌출입수술이란 게 있다는 것 자체를 일반적으로 잘 모르기 때문이기도 하다.


다섯째, 보너스 효과

심한 돌출입일수록 동반되는 증상도 다양하고 확연하다.

돌출입이 심하다는 것은, 인중의 돌출이 심하다는 것이다. 그럴수록, 인중 옆 팔자주름부위의 그림자와 함몰감도 더 커서 노안으로 보인다. 또한, 심한 돌출입은 과도하게 두터운 입술이 동반되거나 입술이 잘 닫히지 않는 증상, 턱끝 뭉침(소위 호두주름) 증상이 흔하다. 한편, 돌출입이 심할수록 상대적으로 콧대는 더 낮아보이게 된다.

심한 돌출입이 많이 후방이동 될수록, 이에 비례하여 위의 증상들이 개선되는 보너스효과 역시 커진다. 다시 강조하지만, 이런 효과는 안전을 먼저 고려하고 합병증 예방에 최선을 다했을 때 의미가 있다.


여섯째, 수술 후 마무리교정 기간이 적게 걸린다

돌출입수술은 치아를 총 4개 발치하고 그 발치공간을 이용해, 전치부 즉, 앞의 6개의 치아와 잇몸뼈를 절골해서 후방이동하는 수술이다. 후방이동하는 만큼 발치공간은 줄어든다. 따라서, 돌출입이 심할수록 돌출입수술 후에 발치공간이 적게 남거나 거의 안 남는다.

그러므로 심한 돌출입일수록 수술 후 마무리교정 기간이 더 짧아진다. 또한, 발치공간이 거의 없으면 교정을 한없이 미루고 지내거나 살짝 보철로 메우고 살기도 한다. 그냥 방치하는 것을 의학적으로 권장하지 않지만, 어쨌든 남은 발치공간이 적어서 그냥 불편 없이 지낼만하다는 것 역시 심한 돌출입을 가졌던 환자의 특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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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심한 돌출입은 필자가 반가워할 만하다. 아름다워지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아 필자를 찾아왔건만, 딱히 수술해서 더 좋아질 곳이 없는 환자들도 있다. 이런 환자에 비해, 필자 앞에 나타난 화끈하게 튀어나온 심한 돌출입은 오히려 행운이라고 할 수도 있다.

다만, 모든 일에는 명암(明暗)이 있다. 괌 여행을 검색하면 에메랄드 빛 바다, 호캉스, 쇼핑몰, 사랑스러운 연인과 가족...이런 행복 가득한 포스팅이 대부분이지만, 25년 전쯤 대한민국 국적기가 괌에 착륙하다가 추락했던 사고도 있다. 그럼에도 여전히 사람들은 국적기 탑승을 가장 선호한다. 추락 가능성은 늘 있지만 매우 희박하기 때문이고, 25년 전보다 항공시스템이나 비행 기술이 현재 더 발전되었다는 기대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예기치 않은 사고처럼, 잘못된 성형수술로 고통 받는 사람들도 분명히 존재할 것이다. 따라서, 수술 합병증 가능성에 대한 주의, 그리고 안전한 수술과 신중한 선택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필자에게 심한 돌출입은 수술하기 참 좋은 조건을 갖췄다. 그렇지만, 심한 돌출입인 상태로 한 평생을 사는 사람이 훨씬 더 많다.

돌출입수술이란 게 있는지도 모르거나, 돌출입 같은 외모에 관심도 없거나, 수술은 절대 안하겠다고 고집하거나, 수술을 하고 싶지만 주위에서 극구 만류하거나, 돌출입 교정에 실패했지만 더 이상은 포기하고 그냥 살거나, 돌출입 아닌 무턱이라고 오진 받고 턱끝에 실리콘 집어넣고 지내기도 한다. 필자는 안타깝지만, 사실 그들만 행복하면 된다. 더 아름답고 자신감 있는 외모로 보다 풍요로운 인생을 살 수도 있었을 것이라는 가정(假定)을 모르는 게 더 행복할 수도 있다.

반전이 있는 영화가 더 재미있고, 극장 골이 나오는 스포츠 경기가 더 명승부다.

심한 돌출입의 역설은 우리 삶이란 것이 더 잃을 것이 없는 상태에서 더 많이 뛰어 오를 수 있다는 희망이자 반증이기도 하다.

사족 같지만, 만약 전쟁 혹은 환경오염이나 기후변화로 문명사회가 몰락하고 인류가 정글로 다시 들어가야 하는 상황이 온다고 가정하면, 심한 돌출입을 가진 사람이 가장 오래 생존할지도 모른다. 기능적 관점에서 강한 턱, 돌출된 입이 야생의 것을 뜯고 베어 먹는데 훨씬 유리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심한 돌출입이 이성(異性)으로부터의 선택에서 우위를 점하거나 사회의 리더가 될 만한 장점이 될 수도 있다.

역으로, 정글에서 살 것이 아니라면 한번쯤 미학적 관점에서의 입매의 중요성을 생각해볼만 하다. 심각한, 아니 심한 돌출입이라면 더욱 그렇다.



한상백


현 서울제일 성형외과 원장

서울대 의학박사, 성형외과전문의

서울대 의대 우등 졸업

서울대 의대 대학원 졸업 및 석, 박사학위 취득

서울대병원 수련의, 전공의, 전임의

서울대학교병원 우수전공의 표창(1996년)

전 서울대 의대초빙교수

저서 돌출입수술 교정 바로알기(명문출판사,2006)

대한 성형외과 학회 정회원

대한 성형외과학회지 논문게재 및 학술대회 발표, 강연

2018,2019 한국 및 타이완 성형외과 국제학술대회에서 돌출입수술 초청강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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