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9-18] [칼럼] 한상백의 돌출입과 인생 <122회> : 국가대표와 성형수술

<국가대표와 성형수술>



지치고 힘든 코로나 시국이지만 도쿄 올림픽에 참가해 최선을 다하는 우리 선수들을 응원하면서, 우리도 다시 뛸 수 있고 그래야만 한다는 감동을 느낀다.

2006년에 한 국가대표 운동선수가 자격정지 2년이라는 중징계를 받았다. 이유는 ‘무단 성형수술.’

눈썹이 찔려서 한 수술이고 당시 감독에게도 사전 허락을 받았다고 하지만, 회복 기간에 태릉선수촌 훈련에 불참한 것이 문제가 되었다고 한다.

2020년, 3월 25일자 세계일보가 그 선수를 인터뷰한 기사는 <당시 ‘운동선수의 성형’이라는 눈길로 일부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는 이들도 있었고, 사회적인 파문이 일었다>라고 전한다.

이유야 어찌되었건, 운동선수가 무단으로 대표 팀의 공식 훈련에 불참했다면 징계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추측하건대 아마 이에 대해 차가운 여론이 형성되거나 괘씸죄가 적용되었다면, 그것은 성형수술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한몫했을 것이다. 만약 그 선수가 어렵고 소외된 분들에게 재능 기부나 자원봉사를 하느라 훈련에 불참했다면 훨씬 더 너그러운 조치가 취해졌을 가능성이 크다.

즉, 성형수술이 어느 정도는 ‘악’으로 규정된 셈이다.


그렇다면, ‘국가 대표 선수가 성형수술이나 하고 있다니...’ 하며 따가운 시선을 보내는 것이 과연 정당한 일인가?

과연 국가 대표 운동선수의 성형이 어떤 문제가 있다는 것인지는 한번쯤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올림픽에 나가기 위해 태릉선수촌에서 땀 흘려 훈련을 하는 국가대표 운동선수는, 예를 들어 좋아하는 음악을 들어서는 안 되나? 당연히 괜찮다면 이번에는, 친구를 만나는 일, 소주 한잔 하는 일은 어떤가? 피부 관리는? 여기 까지 모두 괜찮다고 느낀다면, 성형수술을 하는 것은 어떤가? 성형수술 항목에 이르러서는 그건 좀 아니라고 느낀다면, 당신의 마음 속에는 성형수술 자체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자리 잡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세상이 많이 변했다.

중앙일보 8월1일 자 <中 성형 트집에, 귀화 전지희 쿨했다 "하하하 쌍수 77만원">에 따르면, 한국으로 귀화한 탁구선수인 그녀는, 중국 네티즌들의 성형하러 한국에 귀화했냐는 비아냥에 대처하는 쿨한 모습을 보여준다.


SNS에 자신의 성형전후 사진을 자진해서 공유하면서 댓글 하나하나에 답변을 달았다. “머리를 통째로 바꾼 거 아니냐”는 조롱엔 “제가 졌네요 ㅎㅎ”라며 쿨하게 웃어넘겼다. 그러면서 여론도 긍정적으로 변화했다고 한다. 그녀를 응원하는 댓글이 줄을 이었고, 한국 성형수술 기술이 역시 세계 최고라는 댓글도 빠지지 않았다.


기사는, 그녀가 SNS에 남긴 세상을 향한 메시지로 끝맺는다.

“자기 자신이 행복한 게 가장 중요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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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인생이라는 마라톤 코스를 걷고 뛴다.

2006년 성형수술 후 고초를 겪은 국가대표 선수와, 2021년 과거 쌍꺼풀 수술 전후사진을 쿨하게 공개한 국가대표 선수의 대비된 상황을 소환해보며 필자는 다음과 같은 생각이 들었다.


첫째, 누군가의 꿈은 존중되어야 한다.

국가대표 선수는 우리에게 즐거움을 주거나 국가의 위상을 드높이기 위해 금메달을 따오는 기계가 아니다. 그들은 선수이기 이전에 자연인이고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은 그들의 오랜 꿈이자 자아실현의 기회일 것이다. 그 선수들의 모진 노력, 땀과 열정, 올림픽에 나가는 영예는 그 자체로 박수를 받아 마땅하다. 그런데, 성형수술 역시 누군가에게는 자아실현의 기회이고 이루고 싶은 꿈이다. 남에게 해악이 되는 꿈이 아니라면 다른 사람의 버킷 리스트를 제한하거나 비난해서는 안 된다. ‘자기 자신이 행복한 게 가장 중요해요’라는 국대 선수의 메시지는 진리다.


둘째, 비난 받아야 할 것은 무분별한 성형수술이다.

성형수술이 비난받는 경우는, 환자 측의 요구에 의해서든, 병원 측의 무리한 권유에 의해서든, 과도하고 몰지각한 성형수술을 무분별하게 시행하는 경우다. 그런 무리한 수술의 결과는 인위적이고 부자연스러운 소위 성괴(성형괴물)가 나오기 쉽다. 그런 악결과는 대중들로 하여금 성형수술을 ‘악’으로 간주하게 만드는 악순환을 일으킨다. 반면에, 자연스럽고 좋은 성형수술의 결과는 사람들 눈에 ‘들키지’ 않으니, 성형수술이 남몰래 한 ‘선행’은 잘 알려지지 않는 측면이 있다. 가령, 조각 같은 얼굴형을 가진 어떤 연예인이 사실은 필자가 돌출입수술을 해준 것인데, 사람들은 그를 보고 ‘역시 자연 미인이 아름답다’고 감탄하는 식이다.

화장을 하는 여성, 눈썹 문신을 하는 남성을 비난할 수 없듯이, 국가 대표 선수가 예뻐지려고 성형수술에나 신경 쓴다고 비난할 수는 없다. 운동선수는 더 예뻐지려고 하지 말고, 오로지 운동에만 신경 쓰라는 것은 매우 폭압적이고 인권 침해적이다. 물론, 수술 시점과 운동 스케줄을 잘 조절해야 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셋째, 올림픽에서도 아름다움은 빛을 발한다.

올림픽이 열릴 때마다, 미남, 미녀 선수들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것이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이번 도쿄 올림픽 개회식에서도 카자흐스탄의 여성 기수 올가 리파코바 선수의 비주얼에 네티즌들이 요정이 나타났다며 감탄했다고 한다. 한국 선수단에도 절세 미녀, 꽃미남들이 눈에 띈다. 한국 펜싱의 꽃미남 4인방도 화제다. 꼬마 때부터 탁구 신동이었던 점만 부각되지만, 신유빈 선수도 굉장한 자연 미인이다.

생각해보면 자신의 얼굴이 전 세계에 방영되는데, 더 아름다운 모습으로 보이고 싶은 것은 당연하다. 거리에서 10초짜리 뉴스 인터뷰를 당한다고 해도 누구든 촬영 전 거울을 한번 보게 될 것이다. 게다가 요즘은 영상전송 기술의 발달로 UHD(ultra high definition; 초고화질 해상도)로 자신의 모습이 가감 없이 송출된다. 전 세계로 방영되는 대회를 앞두고 이런 부분도 선수들에게 분명 스트레스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성형수술로 자신의 컴플렉스도 극복하고 좀 더 아름답게 보이고 싶은 소망을 비난할 수 없다.


넷째, 예능에 나오는 은퇴선수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한국 TV 예능 프로그램에는 농구, 배구, 축구, 피겨스케이트, 리듬체조, 골프 등 운동선수 출신들이 아주 많이 등장한다. 운동의 특성상 젊을 때 은퇴를 해야 하는 만큼, 스타 플레이어 운동선수들에게 새로운 도전의 기회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들이 모두 성형수술을 한 것도 아니고, 잘생기고 예쁜 비주얼 덕에 출연하게 된 것도 아닐 것이다. 자신의 외모에 대해 자신감 있고 당당한 것도 아름답다. 어느 경우든 스스로 행복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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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메달이 은메달보다 기쁘다고 한다.


<동메달이 은메달보다 기쁜 이유...심리학의 비밀>제하의 2021년 7월 23일 헬스조선 기사에 의하면 올림픽 메달 수상자들을 심리학자들이 분석한 결과 평균적으로 동메달 수상자가 은메달 수상자보다 행복하다고 한다. 기사에 소개된 미국 칼슨대 연구팀에 따르면, 은메달 수상자는 '~했으면 더 좋았을 텐데'와 같은 상향식 사후 가정 사고를 하게 되어 실망과 같은 부정적 감정을 동반하게 되고, 동메달 수상자는 안도감, 기쁨과 같은 긍정적 감정을 동반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당신이 받는 수술이 동메달이면 행복하지는 않을 것이다. 가능하다면 금메달이 최선이다. 성형 수술에서의 금메달은 단연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결과이다.


운동선수든 누구든, 모두 인형처럼 만들어야 한다는 뜻은 전혀 아니다. 그러나, 자신의 행복을 위해 쌍꺼풀수술이든 광대뼈, 사각턱, 돌출입수술이든 꼭 하고 싶은 수술이 있다면, 금손인 집도의에게 금빛 수술을 받게 되기를 바란다. 정답이 존재하는 데에도 애써 외면하면서, 두려움이나 경제적 이득 때문에 차선책을 택하게 되면, 결국 금메달은 멀어지게 되고, ‘그 때 어떠했으면 더 좋았을텐데’ 하는 후회가 남을 수 있다.


돌출입수술이든 쌍꺼풀 수술이든, 당신이 원하는 성형수술이 있다면, 일생 단 한 번 기회가 오는 올림픽 금메달처럼, ‘엑스 텐’에 꽂아 넣는 금빛 화살처럼, 원샷 원킬이 최선이다.


예전과 달리, 올림픽에서 마음껏 웃고 즐길 줄 아는 선수들의 모습이 아름답다.


결국, 자기 자신이 행복한 게 가장 중요하다.



한 상 백


현 서울제일 성형외과 원장

서울대 의학박사, 성형외과전문의

서울대 의대 준우등 졸업

서울대 의대 대학원 졸업 및 석, 박사학위 취득

서울대병원 수련의, 전공의, 전임의

서울대학교병원 우수전공의 표창(1996년)

전 서울대 의대초빙교수

저서 돌출입수술 교정 바로알기(명문출판사,2006)

대한 성형외과 학회 정회원

대한 성형외과학회지 논문게재 및 학술대회 발표, 강연

2018,2019 한국 및 타이완 성형외과 국제학술대회에서 돌출입수술 초청강연

20년간 돌출입수술과 얼굴뼈 수술 경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