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4-19] [칼럼] 한상백의 돌출입과 인생 <115회> : 공유의 신(新) 망언(妄言)

공유의 신(新) 망언(妄言)



어느 날 새벽까지 잠을 못들고 뒤척이다가 TV를 켰다. 좀 지루한 프로그램을 보다가 스르륵 잠들 요량이었다.

채널을 돌리는데 마침 유퀴즈라는 인기 TV 프로의 재방을 하고 있었다. 셀럽이 아닌 일반인들을 인터뷰하는 프로그램인가 했는데, 그날따라 초대 손님이 배우 공유였다.

사실, 여성 팬들이 특히 많은 공유의 매력이 뭔지 좀 알고 싶어서 시청을 했다. 필자는 여성 팬은 없지만 여성 환자는 많다. 그런데, 환자 입장에서 담당 의사가 어떤 의미에서건 ‘별로’면 수술해도 되겠다는 신뢰감도 별로 안 들 것이다. 서로에게 밉상이라는 인상을 주는 의사-환자 관계는 믿음이 깨지기 쉬우며, 예후가 좋지 않다. 불을 뿜는 매력까지는 아니더라도 서로에게 호감을 주는 것은 의사-환자 관계에서 뿐만 아니라 사회생활 전반에서 긍정적인 시너지가 있다.


‘공유 아닌 공지철은 튀는 것 없이 진짜 평범하다’는 소탈하고 훈훈한 매력의 국보급 배우 공유는, 국민 MC 유재석의 공유 닮은 꼴 사진이 공개되자, 평소에 자신이 그와 닮았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면서 이런 말을 했다.

-하관 때문이예요. 우리가 하관이 짧아서 그래요. 입도 좀 나왔고.


필자가 유추한 속내가 아니고, 정말 배우 공유가 말한 글자 그대로다. 어느 미디어에서는 이를 두고 ‘신 망언 종결자’라는 기사 제목을 달기도 했다. 유재석은 “내가 공유처럼 입이 나왔어야하는데, 윤종신과 유희열처럼 입이 나왔다”고 웃어 넘겼다.

돌출입, 즉 돌출된 ‘입’에 매달려 20년을 살아온 필자에게, 대(大) 배우 공유의 이 솔직한 한마디는 예사롭지 않게 들렸다. 드라마 <도깨비>의 키다리아저씨이자, 대스타인 배우 공유가 자신의 입이 나왔다고 생각한다는 것도 놀랍지만, 그것을 자기 스스로 스스럼없이 말한다는 자체가 신선하게 들렸다. 이런 게 진짜 자신감이지 싶었다.



그런데, 그의 말에 대한 필자의 생각은 좀 다르다.

배우 공유 씨의 입은 전혀 나오지 않았고, 하관이 짧지도 않다.

돌출입과 턱끝만 20년 봐 온 필자가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그런데도 묘하게 두 사람의 입매가 엇비슷해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수수께끼를 풀어보자. 그 유명한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라는 성철스님의 법어를 여기에 가져다 써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돌출입은 돌출입이고 턱끝은 턱끝이다. 즉, 돌출입과 무턱은 하나의 절대 기준선에서 각각 절대 평가를 해야 한다.


그렇다면 네 가지 조합이 가능하다.





첫째, 돌출입이 없고 무턱만 있는 사람. (위 사진의 b)

즉 입은 안 나왔고 기준선에 맞아 보기 좋지만, 턱끝이 기준선보다 후방에 위치해서 약해보이거나 짧아 보이는 턱끝을 가진 경우다.

둘째, 돌출입도 있고 무턱도 있는 사람. (위 사진의 d)

즉, 입도 기준선보다 튀어나오고, 턱끝도 기준선보다 후방인 경우다(이런 경우의 턱끝을 진성 무턱이라고 한다).

셋째, 돌출입은 있고 무턱은 없는 사람. (위 사진의 c)

즉, 입은 기준선보다 나왔지만, 턱끝은 사실 기준선에 맞는 경우다(이 경우, 턱끝을 가성 무턱이라고 한다).

마지막으로는, 돌출입도 없고 무턱도 없는 사람, (위 사진의 a) 즉, 입과 턱끝이 모두 기준선에 잘 맞아서 심미적으로 아름다운 입매를 가진 경우다.


만약 절대평가를 하지 않고 상대평가를 하게 된다면, 이런 조합들이 서로 비슷비슷해 보이는 착시가 생겨 서로 혼동을 하게 된다. 일반인들뿐만 아니라, 전문가를 자처하는 곳에서도 돌출입을 무턱이라고 칭하거나, 무턱을 돌출입이라고 판단하는 오류를 범하기 쉽다.

바로 이 점 때문에, 저 멋진 두 남자의 입매는 비슷해 보이지만 다르고, 달라 보이지만 비슷한 것이다. 더 이상의 성형외과적인 판단에 대해서는 노코멘트.


* * *


흔하지는 않지만, ‘입이 좀 나왔고 하관이 짧다’고 느끼는 사람 중에는, 사실은 입이 나오지 않았고 아주 미세한 무턱이 있는 경우가 있다. 즉, 입은 이상적인 기준선에 잘 맞으면서, 성형외과학적으로 앞턱끝(성형외과학적인 계측점으로는 연부조직 포고니온)이 기준선보다 약간 후퇴된 위치에 있으면, 그 무턱 탓에 ‘입이 나왔다’고 착각할 수 있다.

하관이 짧은가도 혼동하기 쉽다. 턱끝의 세로길이가 아주 적절하더라도, 턱끝이 이상적인 기준선보다 좀 더 뒤 쪽에 위치하게 되면 시각적으로 짧아 보이는 착시현상이 생긴다. 게다가 키도 크고 목도 길고 얼굴크기 자체도 작은 사람이라면 상대적으로 그 착시가 강화되어 턱끝은 더 짧아 보일 수 있다.


잘생긴 입에 이런 미세한 무턱 느낌은 옆집 오빠 같은 친근한 느낌, 동안의 느낌, 모성애를 자극하는 푸근한 느낌을 줄 수 있다. 또한, 누구나 웃으면 앞턱끝이 약간 앞으로 나오면서 강조되어 보이는 원리 때문에, 잘생긴 입과 미세한 무턱을 가진 경우 특히 웃는 모습이 아름답고 자연스러우며 편안해보이는 매력이 있다. 게다가, 타고난 체형과 인품까지 겸비한 저항 불가의 매력이 있다면 미세한 무턱 정도는 단점이 되지 않을 것이다.

한편, 둘째와 셋째 조합, 즉 실제로 입이 나온 돌출입은 다른 문제다. ‘잘생긴 입과 미세한 무턱’을 가진 사람의 입매와 ‘돌출입’은 언뜻 비슷해 보이지만 다르다. 가장 다른 점은 앞턱끝을 가려보면 안다. 마스크를 턱에 걸친 소위 ‘턱스크’를 했다고 가정하면, 잘생긴 입과 약간의 무턱을 가진 사람의 얼굴은 완벽해보이지만, 돌출입인 사람은 인중부위의 돌출이 확연히 드러난다.

인중과 입술의 돌출이 심할수록 세련미와 자신감이 떨어지고, 팔자주름은 상대적으로 깊어 보여 노안으로 보이게 된다. 크게 웃으면 치아와 잇몸의 돌출감이 느껴지기 쉽다. 지금은 잘 쓰지 않는 용어이지만, 돌출입을 원숭이 입 증후군(simianism)으로 서술한 미국 성형외과 교과서도 있다.

희극인들이 돌출입 자체를 개그소재로 희화화하기도 하고, 돌출입을 가진 배우들이 정통 멜로의 남녀주인공보다는 감초 역할의 조연이나 코믹한 캐릭터에 많다는 것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 * *


그간 돌출입수술과 턱끝수술을 하면서, 환자들이 원하는 입매도 시대에 따라 트렌드가 조금씩 변했다. 돌출입수술 집도의로서 소위 ‘뜨는’ 연예인들의 입매를 늘 살피는 이유다.

과거에, 고전적이고 인형같은 서구적 외모의 전형으로는 이제는 70세가 된 배우 올리비아 핫세가 빠지지 않았는데, 그녀의 옆모습은 코와 턱끝을 직선으로 연결한 선에서 입이 꽤 뒤에 있다. 턱끝은 좁고 오똑하다. 현재 한국인에서의 미적인 관점으로는 꽤 합죽한 편이다. 최근 재개봉한 영화 <클로저>의 주드 로, 줄리아 로버츠, 그리고 피플지가 선정한 섹시한 남자에 오른 배우 조지 클루니도 역시 코와 턱끝을 선으로 연결하면 입술이 꽤 뒤에 있고 강한 턱끝을 가졌다. 그들에게는 멋지고 아름답지만, 그 입매를 현재의 한국인에 그대로 적용하면 매우 어색할 것이고, 환자도 결코 만족하지 못할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대한민국이 열광하는 입매는 어디쯤일까?

최근 핫하고 잘생겼다는 이야기를 듣는 배우 송*, 차**의 예를 보면, 과거에 비해서 입술과 턱끝의 위치가 보다 동양적, 한국적인 자연스러운 위치다. 즉, 입이 쏙 들어가고 턱끝이 강한 서구적인 느낌이 아니고, 입술의 미세한 볼륨감이 있으면서 턱끝도 그리 강하거나 크지 않다.

어찌 보면 이런 핫한 입매의 트렌드를 만드는 데에, 턱끝이 강하지 않으면서도 ‘미친 존재감’을 보여준 몇몇 한국 배우들이 일정 부분 역할을 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구적인 조각미남에서 동양적인 미학을 간직한 입매로의 전환점에 그들이 있었을 것이다. K팝이나 K-culture 등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이라는 자부심도, 아름다움의 추((錘)를 동양적이고 자연스러운 쪽으로 끌어당겼을 것이다.


돌출입을 가진 환자를 수술하기 직전에 필자가 환자와 가장 중점을 두고 상담하는 것이 돌출입 개선의 정도와 턱끝의 위치다.

특히 턱끝의 위치를 결정하는데 있어서, 어떤 환자들은 ‘원장님이 경험이 많으시니 알아서 해주세요’ 라고 하지만, 어떤 환자들은 원하는 것이 확실하고 구체적이다.


그런데 그 중 유독 약간의 무턱 느낌, 혹은 약한 턱끝을 선호하는 환자들이 있다. 실제로 이런 턱끝을 원한다면서 박보*, 이제*, 이승*, 원* 등의 사진을 캡쳐해오기도 한다.

이럴 때 (특히 남자 환자에게) 필자는 어떻게 조언할까?

나는 ‘그 배우들의 입매를 따라하지 말자’고 조언한다. 물론 최종적으로 환자의 뜻을 최대한 반영하지만, 일단은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


-미세한 무턱 느낌이 있는데도 잘생겨 보이는 것은, 대개 큰 키 혹은, 눈, 코, 피부의 완벽함, 깊은 눈빛, 압도적인 아우라(aura)가 잘 받쳐주고 있기 때문이에요. 일반인이 이 입매를 섣불리 따라하면 그냥 너무 평범해지고 맙니다. 따라서, 특히 일반적인 남성의 경우, 평균 이상의 미적 결과를 원한다면, 아무래도 턱끝을 살짝 강조해서 만들어주는 것이 낫습니다.


여성의 입매 역시 트렌드에 민감한데, 환자들이 요즘 아이돌 걸그룹인 블***의 한 멤버를 심심치 않게 소환한다. 그녀는 약간 세로길이가 짧고 작은 턱끝을 가지고 있다. 근래에 남녀 모두, 입매에서 각광받는 턱끝의 기준이 과거보다 약간 더 뒤로 (동반)후퇴되고 작아진 느낌이다. 그러나, 신중해야 한다. 어떤 연예인이 짧고 약한 턱끝인데도, 섹시함, 귀여움, 도도함, 상큼함, 여신 급의 아름다움을 모두 다 가졌다고 해서, 그 입매만 따라한다고 누구나 모두 다 가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결국 그날 새벽, TV프로를 보다가 스르륵 잠이 드는 데는 실패했다. 오히려 이 글을 써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메모를 하느라 잠이 달아나 버렸다.


지인들끼리 현금으로 더치페이를 하게 되었다고 치자. 부자인 사람은 "어라, 오늘 현금이 부족하네." 라고 스스럼없이 말할 수 있지만, 최근 경제적으로 타격을 받고 속앓이 중인 사람은 그 말을 선뜻 입 밖에 내지 못한다.

훈남이자 대스타인 배우 공유가 자신의 하관 즉 입매에 대해서 아무렇지 않게 ‘신 망언’을 한 것은, 겸손함이나 솔직함일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자신감이 더 빛나보였다.

코로나 백신 접종이 시작되었다.

얼마전, 23세의 눈이 참 예쁜 환자가 돌출입수술을 앞두고서, 지난 1년간 마스크를 쓰고 다니니 예쁘다는 말을 많이 들어 좋았다고 하는데, 그 말이 참 애틋하게 들렸다.

스쳐가는 사람끼리도, 마스크에 가려진 눈뿐만 아니라 얼굴 전체를 보게 될 날이 머지않았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소설 <4월의 어느 맑은 아침, 100%의 여자아이를 만나는 일에 관하여> 속 이야기처럼 길을 걷다가 100%의 운명을 만나는 것은, 마스크로 가린 얼굴로는 가능하지 않다. 연인이나 배필이 아니라 소울메이트 친구나 사업 파트너라도 마스크 쓴 얼굴만 보고 느낌이 올 수는 없다.

이제 조금 있으면, 마스크가 더 이상 우리의 입을 가려주지 못할 것이다.



한 상 백


현 서울제일 성형외과 원장

서울대 의학박사, 성형외과전문의

서울대 의대 준우등 졸업

서울대 의대 대학원 졸업 및 석, 박사학위 취득

서울대병원 수련의, 전공의, 전임의

서울대학교병원 우수전공의 표창(1996년)

전 서울대 의대초빙교수

저서 돌출입수술 교정 바로알기(명문출판사,2006)

대한 성형외과 학회 정회원

대한 성형외과학회지 논문게재 및 학술대회 발표, 강연

2018,2019 한국 및 타이완 성형외과 국제학술대회에서 돌출입수술 초청강연

20년간 돌출입수술과 얼굴뼈 수술 경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