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2-25] [칼럼] 한상백의 돌출입과 인생 <165회> : 중요 부위

중요 부위


오토바이는 사실 표준국어대사전에도 있는 표준어다. 하지만, 그걸 취미로 타는 사람들에게 오토바이 탄다고 하면 싫어하는 듯하다. 모터바이크 혹은 모터싸이클이라고 해줘야 뭔가 격이 있어 보인다.

모터바이크를 타는 성형외과 후배가 있다. 아니나 다를까, 큰 사고를 겪었다. 바이크가 차에 치어 튕겨나갔는데 순간 자기 팔 뼈가 꺾여 튀어나와 있는 게 보이더란다. 골절 수술을 받고 팔에 깁스를 했다. 당장 닥친 문제는 그가 집도해야 할 수술들이었다. 한쪽 팔에 깁스를 한 성형외과의사는 당연히 수술이 불가능하다. 한달 간 모든 수술을 미루거나 취소해야 했다. 환자들의 원성을 들어야 하는 건 물론이고, 아내에게 혼나고 집에서 쫓겨날 위기를 맞았다.

성형외과 의사에게 손은 정말 소중하다. 그야말로 ‘중요부위’다. 정교하고 세심한 작업을 환자의 얼굴에 한다는 점에서 더 그렇다. 조각가에게도 손이 중요한 것은 같지만, 손을 다쳐서 조각작품을 망친다면 버리고 다시 하면 되는데 비해, 환자 얼굴은 단 한 번도 망치면 안된다.

직업군마다 가장 중요한 신체부위가 다를 것이다. 영화배우라면 얼굴이 생명이고, 축구선수에겐 다리가 중요부위일 것이다. 소믈리에는 혀가 중요할 것이고, 피아노조율사에겐 귀가 중요할 것이다.

그런데 뉴스 기사 사회면에 종종 등장하는 중요부위는 좀 다르다.

2025년 2월 25일자 기사에 의하면, “인생네컷 사진을 찍자며 여성 동료와 어깨동무를 한 뒤 다른 사람들 눈을 피해 중요 부위를 여러 차례 만지며 추행한 20대 공무원이 1심 법원으로부터 징역형...(후략)” 이라고 쓰여 있다.

어디를 어떻게 추행했다는 것인지 본문을 읽어보아도, 결국 그 끝은 ‘중요부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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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에서 알게된 분들에게 성형외과의사라고 직업을 밝히면, “보톡스 맞으러 한번 갈게요” 라든지, “눈, 코 이런 수술 많이 하세요?” 하고 묻는 경우가 다반사다.

실제로 성형수술 중에는 쌍꺼풀 만들고 코 높이는 수술이 가장 대중적이다. 눈, 코 수술의 건수가 성형수술 중 가장 많은 것이 불변의 사실이고, 그러니까 주위에 눈이나 코수술 한 사람은 쉽게 만날 수 있다. 수술에 대한 거부감도 적어서, “나 이거 코수술 한 거예요.” 라든지, “내 쌍꺼풀, 찝은 거예요.” 하고 쉽게 자백(?)하고, 듣는 이도 아무렇지 않게 받아 들인다.

그런데 특급으로 분류(?)되는 배우나 연예인들을 보면, 여배우 김*은처럼 소위 ‘무쌍’이지만 매력적인 배우도 있고, 가수 이*은처럼 코가 높지 않고 자연 코인데도 예쁠 수 있다.

하지만, 단언컨대 소위 ‘입툭튀’, 즉 돌출입이면서 아름답기는 어렵다. 물론, 과거에 비해 요즘 뜨는 배우들을 보면, 완전히 조각미남 같은 입매보다는, 미세한 돌출감이 있어서 친근한 느낌을 주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대중들이 좋아하는 턱끝(혹은 얼굴)의 길이감도 과거에 비해 짧아졌다. 아이돌그룹 블*** 멤버 중 가장 어려보이는 순서는 실제 나이 순이 아니다. 턱끝이 짧은 멤버일수록 더 어려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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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 모든 일이 내 의지대로만 되는 것은 아니다. 내가 30대 초반이었을 때는 그 후로 25년간이나 줄곧 돌출입수술에 집중해오게 될 줄 몰랐다. 그런데, 집중하다보니 중요해진 것인지, 중요하니까 집중했던 것인지 모르지만, 여하튼 이제는 내 삶에서 ‘입’이 가장 중요한 화두가 되었다.

돌출입이 심한 사람이 자기 쌍꺼풀 좀 더 크게 하면 어떻겠냐고 묻는다든지, 코를 좀 높이고 코끝을 날렵하게 하면 어떻겠냐고 물으면, 사실 속으로는 한숨이 나온다. 돌출입을 가진 사람이 더 예쁘고 잘생겨질 의지가 있다면, 눈, 코가 중요한 게 아니기 때문이다. 단언컨대, 그 사람에게 가장 ‘중요부위’는 입이다.


  




안톤체홉의 소설 <귀여운 여인>의 여주인공 올렌카는, 극장지배인의 아내일 때는 세상에서 연극이 가장 중요했고, 첫 남편이 죽고 나서 목재상의 아내가 되어서는 세상에서 나무가 가장 중요했다. 쉽게 사랑에 빠지는 그녀는 늘 사랑하는 사람의 생각과 의견을 여과없이 그대로 자신의 것처럼 받아들이며 매번 열심히 살아간다. 사람들은 그녀를 ‘귀여운 여인’이라 부른다.

사실, 나도 돌출입수술과 사랑에 빠지기 전에 다른 과거를 가지고 있다.
30대 초반쯤 내게 유방확대수술을 중점적으로 했던 시기가 있었다. 환자들의 만족도가 아주 높은 수술이었고, 마치 <귀여운 여인>의 올렌카처럼, 세상에서 가슴수술이 가장 쉽고 재미있고 보람있으며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수술이라고 생각하고 살았었다.

그러다가, 한 의사 선배의 부름을 받게 되어, 가슴수술과 ‘결별’하고 얼굴뼈수술, 그 중에서도 돌출입수술을 거의 매일 하게 되었다. 그 때부터 내 삶에서 가장 중요부위는 환자의 ‘돌출입’이었다. 이쯤 되면, 나도 안톤체홉이 ‘귀여운 남자’라고 할 만하지 않은가?

지난 주말에 몰아서 정주행한 넷플릭스 시리즈 <멜로 무비>에는 단 한 번의 베드신도 없다. 그 달달하고 애틋한 멜로물에서 최고로 야한 장면은 가뭄에 콩나듯 나오는 키스신이다.

누군가가 그 키스신에 몰입했다면, 그것은 그 남주, 혹은 여주의 입매가 돌출입이 아닌 아름다운 입매여서 가능하다. 아무래도 사랑, 썸, 아니 멜로가 시작되는 ‘중요 부위’는 가슴도, 엉덩이도, 허리도 아니고 입인 게 분명하다.




 사진 출처 : 시청 중 직접 모니터를 촬영.
 최우식과 박보영의 달달한 멜로 시리즈 <멜로 무비> 중에서...






한 상 백
현 서울제일 성형외과 원장
서울대 의학박사, 성형외과전문의
서울대 의대 우등 졸업
서울대 의대 대학원 졸업 및 석, 박사학위 취득
서울대병원 수련의, 전공의, 전임의
서울대학교병원 우수전공의 표창(1996년)
전 서울대 의대초빙교수
저서 돌출입수술 교정 바로알기(명문출판사,2006)
2018, 2019, 2022, 2023, 2024, 2025년, 한국, 일본 및 해외 성형외과 국제학술대회에서 돌출입/윤곽 수술 강연
대한안면윤곽성형연구회장 역임
2024년 1월호 SCI급 미국성형외과학회 공식학술지(영향력지수 IF=3.2~5.169) PRS 에 돌출입수술 영어 논문 수록
유튜브 <돌출입 한박사> https://www.youtube.com/@seoulcheil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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